전남 도내 산업단지 내에서 잊을만 하면 화학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사고 수습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유해물질의 유출을 막는 완충저류시설이 설치된 산단은 단 2곳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완충저류시설은 설치가 의무화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지자체가 부담해야하는 사업비가 수백억원에 이르는데다 설치 기한, 미설치로 인한 처벌 기준도 명확치 않아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시설들을 설치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지사다.

현재 도내에서 유해물질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서도 지난달 29일 여수 국가산단 내 한화솔루션에서 질소 공급 배관이 뚫려 질소와 녹가루가 일부가 노출됐고, 같은 날 여수 국가산단 세아M&S공장에서도 이산화항 가스 일부의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엔 역시 여수산단 내 한 공장에서 화학 첨가제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같은 유해물질 유출 화학사고가 최근 5년동안에만 총 27건에 달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완충저류시설은 지난 2014년 산단에서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유출 물질이 바다나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체 예산 중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 무려 30%에 달해 지자체들로선 엄청난 예산을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도내 설치 대상 산단은 여수 국가산단을 비롯해 총 14곳에 달하지만 소규모 산단 2곳의 설치에만 그치고 있을 뿐이다. 지자체가 떠안아야 할 사업비가 수백억원에 달하니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으로선 언감생심인 셈이다.

하지만 예산이 부담스럽다 하더라도 환경관련 단체들의 지적처럼 지자체들이 완충저류시설이 필수안전시설이라는 걸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하더라고 환경이나 해양·토양 생태계를 지킬 제도적 장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 개정을 통해 국비 비중을 늘려서라도 완충저류시설을 서둘러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