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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예술의별-소설가 은 미 희
2014년 09월 12일(금) 00:00

“문학은 세상속에서 사람이 사람과 살아가는 이야기”

전남일보·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과 인연
가난하고 비극적인 우리사회 소수자의 삶 그려
“글쓰기는 뜨거운 숨으로 쏟아져 나오는 고통”

유명한 소설가와 만나 그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은 기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더욱이 10여편 이상의 소설을 내고 강단에서 글쓰는 법을 지도하고 있는데다 신춘문예 등단 이후 한때 본지 전남매일에서 문화부 기자생활을 했던 대선배이기도 한 은미희 작가와의 인터뷰는 큰 맘 먹고 진행이 됐다.
“반가워요. 전화요금 많이 나오니까 내가 할게요. 무제한 요금제라 괜찮아요.”
약속을 잡기 위해 건 첫 통화에서 들려온 은 작가의 목소리는 쾌활함과 부드러움, 애교와 배려가 가득했다. 부담을 씻어내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가엾고 쓸쓸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네온 작가의 소설 속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은미희 작가(54)를 만난 건 지역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현업작가와 함께하는 작가수업’을 마친 직후였다.
“남들이 표현하지 않는 것을 써야 합니다. 흔한 표현은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제한시켜 버리고 작가의 성실성도 느껴지지 않게 합니다. 자기만의 표현으로 독자의 감탄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글쓰기를 연습해 보세요.”
작가의 강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집필 활동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이처럼 작가를 찾는 강연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수원에서 일주일에 몇번 씩 광주로 내려온다. 일요일엔 생오지마을 수업, 월요일엔 동신대 희곡시나리오 강의가 있고 목요일과 금요일 도서관 작가수업이 그를 기다린다.
“강의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집니다. 너 작가 맞니 하고요. 어쨌든 작가는 글 속에 숨어 독자를 만나야 하는데 숨지 못하고 전면에 나선다는게 스스로 멋적고 민망하기도 하죠.”
역사와 관련된 2편의 새 장편소설을 집필중인 작가는 공부하기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강의와 기고들을 하고 있다며 쑥스러워 했다.
원고를 1,000매 쓰려면 책을 몇 십권을 보고 몇 배의 글을 읽어야 한다며 역사공부는 물론이고 정치, 제도, 문화, 복식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목포에서 태어나 3살때 광주로 온 후 줄곧 광주에서 생활했다. 4년 전 수원으로 거처를 옮겨 원고를 쓰고 출판사 기획 공동작업 등 글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조금만 알려지면 사람들은 서울로 올라갑니다. 2001년 삼성문학상을 받았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이제 서울로 올라오셔야죠 하는 얘기였어요. 나는 광주에서 문단에 안 섞이고 내 작품만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활동해 보니 주변 환경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게 되고 그게 작가의 테두리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미 서울의 작가들은 세계로 뻗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더 넓은 세상을 꿈꾸지 못하고 있는 내 고집을 깰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상경 이유를 밝혔다.
1996년 단편 ‘누에는 고치 속에서 무슨 꿈을 꾸는가’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1999년 단편 ‘다시 나는 새’로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과의 연애를 시작한 작가는 사실 어릴적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고 했다.
그림을 좋아했지만 회초리까지 들며 그림을 반대하신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소설을 좋아했다. 역사에 유독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제 징용,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희생자들을 소설화 하게 된 작품들을 많이 써 왔다.
작가는 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큰 언니와 가톨릭센터 소설창작반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고 글을 쓰면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여자로서 정체성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까 고민했다. 등단 이후 2009년부터 역사인물을 주로 쓰기 시작했는데 시대와 불화한 여성들에 초첨을 맞췄다. 여류시인 이옥봉의 삶을 그린 ‘나비야 나비야’(2009)와 한국의 마타하리 배정자를 그린 ‘흑치마 사다코’(2011)가 대표적이다.”
그는 가련하고 가난하며 비극적인, 특히 사회 소수자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작품 속에 그려왔다.
삼성문학상 당선작인 ‘비둘기집 사람들’(2001)에서는 비둘기 여인숙에 모여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그렸고, ‘소수의 사랑’(2002)에서는 금기의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비운의 여성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의 삶을 소개한 평전(2007), 품바 사당패의 삶을 그린 ‘바람의 노래’(2005), 삶이라는 무대에서 한번도 주목받지 못한 주변부 인생 이야기를 그린 단편집 ‘만두 빚는 여자’(2006)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이웃들과 그들의 가슴 저변에 자리 잡고 있는 쓸쓸함에 대해 그리고 있다.
“소수의 사랑은 2002년 작품으로 당시 동성애는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었다. 사회적 이슈가 됐었지만 자기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 그걸 드러낼 수 없는 폐쇄적 사회에서 올바른 동성애에 대한 이해를 깨우쳐주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같은 장르를 쓰다보니 작품의 기저는 변하지 않는다.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결국 시대의 암울하고 소외된 인물들의 이야기다.”
그에게 5,000만원의 상금과 영예를 안겨준 삼성문학상 수상작 ‘비둘기집 사람들’은 작가의 세심하고 냉정한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비둘기집 사람들에는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20대부터 50대까지 각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한국사회를 집약해 놓은 인물들이다. 이들을 여인숙이라는 한 공간에 두고 한국사회의 세대관을 극명하게 그렸다. 격변하는 한국사회는 10년을 주기로 바꿔지는 것 같다.”
그는 신춘문예 등단 직후인 1997년 전남매일에서 잠시 문화부 기자생활을 했다. 제2회 광주비엔날레 등을 취재했지만 6개월만에 기자직을 접었다. 자신이 쓴 글이 소설처럼 차곡차곡 저장되는게 아니라 하루 마감하면 다음날은 하얀 백지로 다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못견뎌 했단다.
13편의 소설과 공저작업으로 낸 많은 책들 가운데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없을까.
“못나도 내 자식이란 말이 있듯 형편없는 작품도 내 작품이다. 작품으로서 뛰어나서가 아니라 내 시간과 고뇌가 들어있는 작품들이라 모든 작품에 애착을 갖고 있다.”
소설과 연애를 하고 있는 그지만 글을 쓰는 일은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는 고통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어쩔 땐 나를 잃어버린 것 같고 어쩔 땐 울분에 차기도 하고 자신과 싸우다 지치기도 한다. 한국문단에 대한 작금의 현실에서부터 흉흉한 이 시대에 대한 작가적 소명의식에 대한 고민, 작가라면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발언을 해야 하는데 나는 어느 수위까지 발언해야 할까, 내 발언으로 사회가 어지럽혀지지 않을까…”
그는 지역작가 등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도 안타까워 했다. 출판사들도 신인작가 투자에 인색해지며 지역 신인들이 발붙일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그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뭘까.
“글 쓰는 일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속에서 애가 녹아내리는게 느껴진다. 속에서 뜨거운 숨으로 쏟아져 나오는 고통스런 작업이며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글을 쓰면 안된다. 설령 등단한다 해도 살아남기 힘들다.”
경험도 강조했다. 경험 없는 글은 공감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간접경험도 필요하다며 눈과 귀와 생각을 열라고 주문한다.

끝으로 작가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인간성을 상실한 끔찍한 범죄를 접하거나 세월호 참사 등 예측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갈수록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학은 사람이 사는 이야기이고 사람에 대한 이야긴데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 인성을 잊고 사는 삶은 너무 아프다. 작가는 책 속에서 사람들에게 삶이란 이런거야 라고 말하는 것도 좋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람들에게 자신, 사회, 세상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할 의무감도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 위치를 점검하고 우리사회를 함께 반성해 보는 것도 작가의 몫이다.”

약력
▲1960년 목포 출생, 광주서 성장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단편 ‘누에는 고치 속에서 무슨 꿈을 꾸는가’) ▲199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단편 ‘다시 나는 새’) ▲2001 삼성문학상 수상(장편 ‘비둘기집 사람들’) ▲전남매일 문화부 기자, 광주문화방송 라디오 성우
이 양 기자          이 양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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