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노기욱 박사의 이순신 따라 걷는 남도길(28) 완도 고금도 |
| 2015년 08월 26일(수)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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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진사 현건에게 보낸 편지
1598년 2월 17일, 이순신은 조선수군을 이끌고 일본군과 근접한 완도 바다로 남진할 계획이었다. 그간 목포에서 병력을 8,000여 명으로 증강시키고 군선도 50여 척으로 갖추어 최강의 수군으로 복구한 것이다. 이순신은 남동 해상 장악을 위해 완도 동북쪽에 있는 고금도로 일시에 통제영을 옮겼다. 이순신이 고금도로 진을 옮긴 이유는 남해 바다의 일본군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심정은 장계에 잘 나타난다. “소서행장은 예교에 주둔하고 있으며 2월 13일에는 풍신수길이 그의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같은 곳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사는 멀리 나주 경내의 보화도에 있으므로 낙안과 흥양 등의 바다에 출입하는 왜적이 마음 놓고 마구 돌아다녀 매우 한탄스럽습니다. 그리고 1598년 2월 16일에 바람이 잔잔하니 이는 바로 흉적들이 소란을 일으킬 때이므로 여러 장수를 거느리고 보화도에서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1598년 2월 17일에는 고금도로 진을 옮겼습니다. 고금도 역시 호남 좌우도의 내외 바다를 제어할 수 있는 요충지로 산봉우리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특히 망을 볼 수 있는 산봉우리가 있어 형세가 한산도보다 훨씬 좋습니다. 남쪽에는 지도가 있고 동쪽에는 조약도가 있으며, 농장도 역시 많고 백성도 거의 1,500여 호나 되기에 그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하였습니다. 흥양과 광양은 1593년부터 둔전을 하였던 곳으로 군민을 모집하여 경작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순신은 병력 충원과 지리적 우위 점을 선조임금에게 설명하며 완도 통제영을 강화하였다. 그리고 식량 비축을 위해 둔전 경작에도 힘썼다. 이순신의 전략대로 일본군을 근접 추적함으로, 남해 해상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598년 2월 24일, 일본군도 순천에서 예교성을 축조하기 시작하였다.
전라우수사 안위도 일본군 주둔이 장기전임을 간파하고 장계를 올렸다. “신은 본월 14일에 보화도에 도임하였는데 동월 16일에 통제사 이순신과 함께 소속된 각 관포의 전선을 거느리고 강진의 고금도로 진을 옮겨 전비를 다시 조치하고 더욱 새롭게 하여 변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해로의 적세는 흥양 서쪽에는 아직까지 적이 왕래하지 않고 있으며 적중에서 불러온 사람의 초사에 ‘예교에 적도들이 점점 들어와 군사를 증가하고 요새를 만들어 오랫동안 주둔할 계획을 세운다.’고 하였으니 매우 통분하였습니다.”
이순신은 첩보를 접수하고 이후 병력과 전선과 군량미를 비축해 일본군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준비 태세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이순신이 고금도로 진을 옮긴 다음 날인 2월 19일 감역을 지낸 현건 진사에게 답장을 보냈다.
어제 막 고금도에 전선을 정박하였습니다. 이곳은 현진사가 계신 영암 고을과는 그리 멀지 않은 진지라 혹시 소식을 들을 길도 있으려니 했더니만, 마침 먼저 보내주신 안부를 받는군요.
저는 오랫동안 진중에 있어서 이제 수염과 머리가 모두 희어져 버렸습니다. 문득 어느 날 서로 만나면 전일의 나로는 알아보지 못하리다. 어제 진을 고금도로 옮겼사온데 순천에 있는 왜적들과 백리 사이의 진이라 걱정스런 형상이야 무슨 말로 다 하오리까.
이순신은 서해의 길목을 차단하며 절친하게 지냈던 호남의 명사 현진사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그가 고금도에 진을 치고 있을 때에 전사한 아들 면이 꿈속에 나타났다. 면이 전사한지 넉 달이 지난 뒤 꿈에 나타나 “날 죽인 적을 아버지께서 죽여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이순신은 “네가 생전에는 힘이 장사였는데 죽어서는 그 적을 못 죽이겠단 말이냐.” 하자 면은 다시 “제가 그 놈의 손에 죽었기 때문에 겁이 나서 그 놈을 못 죽이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이어 하는 말이 “아버지로서 자식의 원수를 갚는 일에 저승과 이승이 무슨 간격이 있을 겁니까. 원수인 적을 같은 진중에 두고는 제 말을 예사로 듣고 죽이지를 않는단 말입니까” 하고 슬피 울면서 홀연히 사라졌다. 이순신은 즉시 일어나 새로 잡힌 일본군 포로를 자세히 신문하였다. 면을 죽인 자를 색출하여 군율에 따라 사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순신은 슬픔을 뒤로하고 고금도로 통제영을 옮긴 후 전력 증강을 위해 본영을 건설하고 피란민들을 수용하며 둔전 경영에 총력을 기울였다.
/문화재학박사·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선임연구원
1598년 2월 17일, 이순신은 조선수군을 이끌고 일본군과 근접한 완도 바다로 남진할 계획이었다. 그간 목포에서 병력을 8,000여 명으로 증강시키고 군선도 50여 척으로 갖추어 최강의 수군으로 복구한 것이다. 이순신은 남동 해상 장악을 위해 완도 동북쪽에 있는 고금도로 일시에 통제영을 옮겼다. 이순신이 고금도로 진을 옮긴 이유는 남해 바다의 일본군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심정은 장계에 잘 나타난다. “소서행장은 예교에 주둔하고 있으며 2월 13일에는 풍신수길이 그의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같은 곳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사는 멀리 나주 경내의 보화도에 있으므로 낙안과 흥양 등의 바다에 출입하는 왜적이 마음 놓고 마구 돌아다녀 매우 한탄스럽습니다. 그리고 1598년 2월 16일에 바람이 잔잔하니 이는 바로 흉적들이 소란을 일으킬 때이므로 여러 장수를 거느리고 보화도에서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1598년 2월 17일에는 고금도로 진을 옮겼습니다. 고금도 역시 호남 좌우도의 내외 바다를 제어할 수 있는 요충지로 산봉우리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특히 망을 볼 수 있는 산봉우리가 있어 형세가 한산도보다 훨씬 좋습니다. 남쪽에는 지도가 있고 동쪽에는 조약도가 있으며, 농장도 역시 많고 백성도 거의 1,500여 호나 되기에 그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하였습니다. 흥양과 광양은 1593년부터 둔전을 하였던 곳으로 군민을 모집하여 경작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순신은 병력 충원과 지리적 우위 점을 선조임금에게 설명하며 완도 통제영을 강화하였다. 그리고 식량 비축을 위해 둔전 경작에도 힘썼다. 이순신의 전략대로 일본군을 근접 추적함으로, 남해 해상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598년 2월 24일, 일본군도 순천에서 예교성을 축조하기 시작하였다.
전라우수사 안위도 일본군 주둔이 장기전임을 간파하고 장계를 올렸다. “신은 본월 14일에 보화도에 도임하였는데 동월 16일에 통제사 이순신과 함께 소속된 각 관포의 전선을 거느리고 강진의 고금도로 진을 옮겨 전비를 다시 조치하고 더욱 새롭게 하여 변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해로의 적세는 흥양 서쪽에는 아직까지 적이 왕래하지 않고 있으며 적중에서 불러온 사람의 초사에 ‘예교에 적도들이 점점 들어와 군사를 증가하고 요새를 만들어 오랫동안 주둔할 계획을 세운다.’고 하였으니 매우 통분하였습니다.”
이순신은 첩보를 접수하고 이후 병력과 전선과 군량미를 비축해 일본군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준비 태세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이순신이 고금도로 진을 옮긴 다음 날인 2월 19일 감역을 지낸 현건 진사에게 답장을 보냈다.
어제 막 고금도에 전선을 정박하였습니다. 이곳은 현진사가 계신 영암 고을과는 그리 멀지 않은 진지라 혹시 소식을 들을 길도 있으려니 했더니만, 마침 먼저 보내주신 안부를 받는군요.
저는 오랫동안 진중에 있어서 이제 수염과 머리가 모두 희어져 버렸습니다. 문득 어느 날 서로 만나면 전일의 나로는 알아보지 못하리다. 어제 진을 고금도로 옮겼사온데 순천에 있는 왜적들과 백리 사이의 진이라 걱정스런 형상이야 무슨 말로 다 하오리까.
이순신은 서해의 길목을 차단하며 절친하게 지냈던 호남의 명사 현진사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그가 고금도에 진을 치고 있을 때에 전사한 아들 면이 꿈속에 나타났다. 면이 전사한지 넉 달이 지난 뒤 꿈에 나타나 “날 죽인 적을 아버지께서 죽여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이순신은 “네가 생전에는 힘이 장사였는데 죽어서는 그 적을 못 죽이겠단 말이냐.” 하자 면은 다시 “제가 그 놈의 손에 죽었기 때문에 겁이 나서 그 놈을 못 죽이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이어 하는 말이 “아버지로서 자식의 원수를 갚는 일에 저승과 이승이 무슨 간격이 있을 겁니까. 원수인 적을 같은 진중에 두고는 제 말을 예사로 듣고 죽이지를 않는단 말입니까” 하고 슬피 울면서 홀연히 사라졌다. 이순신은 즉시 일어나 새로 잡힌 일본군 포로를 자세히 신문하였다. 면을 죽인 자를 색출하여 군율에 따라 사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순신은 슬픔을 뒤로하고 고금도로 통제영을 옮긴 후 전력 증강을 위해 본영을 건설하고 피란민들을 수용하며 둔전 경영에 총력을 기울였다.
/문화재학박사·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