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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예술의별>연극 ‘광대의 꿈-소풍’ 마친 한중곤·박규상·윤여송씨
2015년 10월 02일(금) 00:00

연극으로 만난 30년지기 “우린 인생이란 무대위 등장인물들”

무대세트는 조촐했다. 의자와 다용도 사물함, 옷걸이, 연극 포스터가 전부. 지난달 24일 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도 궁동예술극장 70여석은 관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하모니카 연주로 동요 ‘섬집 아기’가 흘러나오며 파도소리와 함께 배우가 등장한다.
연극의 무대 또한 자그마한 소극장이다. 일생을 바쳐 지켜온 소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지나온 여정을 더듬으며 추억에 잠긴 노배우에게 잊고 지냈던 후배가 찾아온다. 어색한 만남에 잠시 망설이던 두 사람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연극에 빠져들었던 20대의 청춘으로 돌아간다.
노배우 ‘경모’ 역은 한중곤(58), 후배 ‘상연’ 역은 박규상(54), 연출 윤여송(56·극단 예린 대표) 씨가 25년여만에 호흡을 맞춘 연극 ‘광대의 꿈- 소풍’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궁동예술극장에서 8회 공연을 마쳤다.

광주를 대표하는 중견배우 두사람과 연출이 만나 선보인 관록의 70분은 중후한 연기,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꽉찬 무대와 여운을 선사했다. 30여년 세월을 연극에 몸담아온 세 사람이 연극 배우의 삶을 무대위 작품으로 쏟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세 사람은 1982년 전국 최초로 문 연 광주시립극단의 초창기 시절을 함께 했던 선후배 사이다. 1987년 광주시립극단이 문을 닫으며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이들은 1991년 연극 ‘정부사’로 다시 한 번 광주에서 뭉친다.
이번에 ‘광대의 꿈- 소풍’을 통해 24년만에 다시 극으로 재회한 이들은 각자의 삶을 반추하듯 연극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완연히 녹여냈다.
“연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 견딜 수 있었는데 세상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 이제 남의 일처럼 느껴져.”
연극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다가 생계를 위해 회사에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던 배우는 누군가 부르는 듯 해 돌아보니 ‘젊은시절의 내가 나를 부르고 있더라’고 회상한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성장통은 누구나 비슷했던 걸까. 실제 연극 속 장면에서 아버지가 “너는 세상을 취미로 사는 놈”이라고 했던 말에 관객들은 격렬한 공감을 표시한다.
두 배우는 무대 위에서 교사, 아버지, 삼청교육대 교관 등 다양한 역할로 분한다. 자신들이 20대에 선보였던 연극 ‘정부사’나 ‘맥베스’ 등의 장면도 스치듯 보여준다.
현재 라디오 방송도 진행하고 있는 박규상씨는 80년대를 똑같이 재연한 음악다방 DJ역할로 관객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의 전환은 음악과 조명만으로 처리해 냈다.
무대라는 환상의 공간과 현실 속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온 노배우의 삶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다는 윤 연출은 “화려하고 극적인 상황 표현보다 흑백사진 같은 무대를 통해 노배우의 삶과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극단 예린 대표이자 광주액터스쿨 대표로 연기와 연출을 지도하고 있는 윤씨는 1979년 서울에서 제암리학살사건을 다룬 연극 ‘두렁바위’에 출연하며 연극을 시작했다. 그동안 ‘리어왕’, ‘맥베드’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거나 연출을 맡았다.
광주연극협회 감사를 맡고있는 한중곤 씨는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러시아 국립 슈우킨 연극대학에서 연기실기석사(MFA)를 받았다. 광주연극제 최우수 연기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시민연극교실 강사로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1년 극단 ‘공간 80’으로 데뷔한 박규상씨는 34년간 광주 연극계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극단 Y대표를 맡고 있으며 선굵은 연기가 인상적이다. 전국연극제와 광주연극제에서 여러 차례 연기상을 수상했다.
“나는 연극무대에서 등장인물이었고, 인생이라는 무대에서도 등장인물일 뿐이었다. 등장인물의 삶을 살면서 나는 내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삶이 아름다웠던 것은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최고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극을 관통하는 이 주제는 연극을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 메아리친다.
연극과 현실의 벽이 무너지며 이들은 묻는다. 연극을 위한 연극인지, 삶을 위한 연극인지, 연극을 위한 삶이었는지….
후배와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세상에서의 소풍을 끝내고 또다른 세상에서의 소풍을 꿈꾸며 노곤한 삶을 내려놓는 노배우의 모습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인생이란 나에게 한번 왔다 가는 소풍길 같았지. 현실에서의 내 배역은 끝났으니 또다를 나를 찾으러 가련다.”
“형님은 인생이 행복했었소? 형님, 다시 가시는 소풍길 부디 잘 가시오….”
이연수 기자         이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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