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욱 박사의 이순신 따라 걷는 남도길
(39) 녹도만호 정운과 녹도진성

임진왜란 중 녹도만호의 역할이 컸다. 녹도만호 정운은 이순신의 초기 전투에 전공을 세웠으며, 녹도만호 송여종은 명량해전과 절이도해전에서 큰 전공을 드높였다.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녹동에 자리한 녹도진성(鹿島鎭城)은 남향으로 1490년 10월 축조되었다. 성의 둘레 2,020척(612m), 높이 13척(3.9m), 동서 길이 810척(245m), 남북 너비 404척(122m)이고 2개의 샘이 있었다.
1591년 녹도만호 정운은 49세 되던 때 유성룡의 천거로 녹도만호에 임명됐다. 그가 만호로 임명된 해가 임진왜란 발발 1년 전이었다.
이순신은 고흥지역의 해안 방어 조사를 위해 지휘관을 불러들였다. 1592년 임진년 1월 18일(기묘) 여도전선 중 하늘 천자를 한자로 쓴 천자호가 들어 왔다. 특이하게 조선시대 함대 이름이 있는 경우는 고흥전선 뿐이었다.
이순신은 1592년 1월 26일(정해) 정식으로 군기 검열을 흥양 현감 배흥립에게 전하였다. 이순신의 순찰은 즉시 이루어졌다. 2월 19일(경술) 순시를 떠나 밤에 여도에 이르렀다. 흥양 현감 배흥립과 여도 권관 황옥천을 만나 해안 방어 시설을 둘러보았다. 하루 동안 머물면서 방비와 전선을 점검한 것이다. 고흥 전선과 무기를 새로 만들어 모두 완전하였다.
여도를 늦게 출발해 고흥읍성에 도착했다. 이순신이 본 고흥은 “가는 길 좌우에 산꽃과 들녘에는 봄풀이 그림 같구나. 옛날에 금강산에 영주가 있다더니 역시 그같이 아름다운 곳이 고흥땅 이구나!” 라고 하였다.
2월 21일(임자) 고흥읍성에 귀한 손님이 찾아 왔다. 조방장 정걸이 온 것이다. 고흥읍성에서 활을 쏘고, 함께 술잔을 나누며 취하였다. 군노, 사노, 급창 등의 하인들에게도 음식과 술을 나누어 주었다.
이순신이 처음으로 녹도에 간 것은 1592년 2월 22일(계축)이었다. 녹도 가는 길에 먼저 흥양 전선소에 이르러 배와 무기들을 직접 점검했다. 그 길로 녹도로 가서 새로 축성한 수루 위로 올라갔다.
이순신은 녹도진성의 수루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곳 아름다운 전경은 아름다운 영주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하였다.
이순신의 생애에서 이렇게 자연의 풍광을 아름답다고 찬미한 곳은 녹도뿐이었다. 녹도의 풍광은 이순신을 감동시켰는지 군기 검열 평가에서도 “녹도 만호 애쓴 정성이 어디 안 미친 곳이 없구나”라고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흥양 현감 배흥립과 녹도 만호 정운에게 대포 직접 사격을 하도록 지시했다.
이순신은 녹도 만호의 탁월한 사격 실력에 만족했다. 이순신은 무기를 점검한 후 밤이 깊어 질 때까지 함께 취하도록 술을 마셨다. 남달리 고흥에서 여러 번 술을 마신 것은 약주 계통의 과하주를 마신 것이다. 녹도 건너 보성 득량에서는 강하주라는 이름으로 이 술들이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라좌수영에서는 4월16일 일본군 침략 소식을 접하게 됐다. 4일 뒤 경상도 관찰사가 지원을 요청하였다. 이순신은 관하 각 고을과 수군기지인 진포에 출전준비를 명령했다. 4월29일까지 각 진포의 함선들이 전라좌수영 앞 바다에 집결하도록 명했다.
이때 경상도 방면으로 진출해 적을 진압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 녹도만호 정운이 나아가 싸울 것을 분연히 외쳤다. 이때 경상우수사 원균의 전문도 도착했다.
좌수사 이순신은 정운의 발언에 힘입어 중위장 방답첨사 이순신, 중위장 순천부사 권준, 좌부장 낙안군수 신호, 전부장 흥양현감 배흥집, 중부장 광양현감 어영담, 유군장 발포가장 나대용, 우부장 보성군수 김득광, 후부장 녹도만호 정운, 좌척후장 여도권관 김인영, 우척후장 사도첨사 김완, 한후장 수영군관 최대성, 참퇴장 수영군관 배응록, 돌격장 수영군관 이언량 등으로 진영을 편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라우수사 이억기 역시 전라좌수영에 집결하여 5월 4일 함께 출전하기로 전달하였다. 녹도만호 정운은 여러 차례 전공을 세웠다.
1592년 9월 녹도만호 정운은 부산포 해전에서 우부장으로 선봉에 나아가 활약하다가, 적의 조총에 맞아 전사했다. 녹도만호 정운이 전사하자 이순신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직접 주청하여 쌍충사에 그를 배향했다. 그러나 쌍충사는 정유재란시기 화마로 소실된다. 1683년 조정으로부터 쌍충사 사액이 내려지면서 다시 위상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위치와 다르게 1800년경 광여도에 쌍충사는 녹도진성 밖 서남쪽에 있다.
/문화재학박사·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