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찾아 들어온 어여쁜 꽃을…”

그렇다고 그때를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일을 낼 수는 없었다. 엄연히 자신은 지금 어머니를 떠나보낸 불효자가 아닌가. 이두는 눈을 질끈 눌러 감고 묘막으로 들어가 앉아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 설화의 노래는 해가 넘어가도 그칠 줄 몰랐다. 이두는 산소 앞에 밥을 지어 올리고 좋은 음식이며 고기를 올려놓고 ‘아이고! 아이고!’ 하고 낮게 곡을 하고나서 묘막 앞에서 설화를 다시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설화는 저녁거리로 준비 해간 밥을 먹고 스르르 일어났다. 그리고는 가야금을 들고 이두의 묘막으로 향했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서 그때까지 기생방에서 놀았던 여인들을 떠올리며 한참동안 설화를 훔쳐보고 있던 이두는 그녀가 무슨 일인지 이쪽을 향해 걸어오자 깜짝 놀라 부리나케 묘막으로 들어가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계시옵니까?”
“어 어흠, 뉘 뉘시요?”
속으로 웬 떡이 제 발로 굴러 들어왔지 싶은 이두는 거드름을 피우며 묘막에서 나왔다. 가까이서 보니 그야말로 절세미인이었다.
“실은 소리공부를 하는 소녀이온데 정신없이 노래에 빠져 공부에 열중하다보니 밤이 온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밤이 늦어 하룻밤 신세를 지고 갈까 하옵니다.”
설화는 눈에 요기를 가득 띠고 말했다.
“어머님 상중이라 아니 되옵니다만 사정이 딱하시다니 그럼 그리하시오.”
이두는 침을 꼴깍 삼키며 못이긴 척 말했다.
설화는 묘막에 들어가자 가야금을 구석에 팽개쳐놓고 마구 드러누웠다. 그렇잖아도 얇은 옷을 입어 몸이 다 비치는데 등잔불 밑에서 보는 설화의 몸은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두는 끙 신음을 삼키며 묘막 안으로 들어와 설화 옆에 슬그머니 누웠다.
“잠자리가 불편해도 참으시구려. 낭자!”
“아이구! 제가 정신없이 소리 공부를 하다 보니, 송구하옵니다.”
설화가 말했다. 한참 동안 누워 자는 척 하다가 설화는 일부러 이두 쪽으로 몸을 바짝 기대며 다리를 그 배 위로 슬그머니 올렸다. 이두가 숨을 큭 몰아쉬었다.
“잠버릇이 고약하십니다. 그려!”
“어머! 이를 어쩌나! 소녀 민망하옵니다.”
설화가 말했다.
“아 아니요. 그깟 일로 무슨! 에잇!”
그렇게 말하면서 이두가 갑자기 설화를 번쩍 끌어안아 버리는 것이었다.
“아 아니 되옵니다. 이 이러시면….”
설화는 말은 그렇게 했으나 몸은 이두에게 그냥 안기는 것이었다.
“낭자가 너무 아름다워 내 도무지 참을 길이 없소!”
이두가 설화의 몸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 그런가요. 아 아 아니 되는데….”
“뭐 어떻소! 우리 둘뿐인 것을….”
이두가 설화의 치마를 들고 고쟁이를 벗기고 들며 말했다.
“어머니 시묘살이를 하시는 분이…. 아 아 아니 되는데….”
설화는 그냥 이두가 원하는 대로 몸을 열어주며 말로만 아니 된다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쳇! 시묘살이! 실은 집안 어른들이 우리 가문의 양반 체통을 따지면서 효자라면 의당 시묘살이를 해야 한다고 강권해서 아니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는 것을! 제 발로 찾아 들어온 어여쁜 꽃을 가만둔다면 어찌 사내라고 할 수가 있겠나! 낭자! 참으로 아름답소!”
이두가 그렇게 말하며 설화를 번쩍 타고 올랐다.
“아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