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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 앉아 햇살 보니 세상 잡념이 사라지네
2016년 09월 23일(금) 00:00



발아래 극락강 흐르는 영산강 8경중 7경
팔작지붕에 한석봉의 ‘제일호산’ 현판
인근 자전거 도로 조성 주민 쉼터 자리


풍영정




가을 이른 아침 물안개가 자욱한데요. 그 물안개를 헤치고 멀리 무등산 자락으로 붉은 햇살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광경을 관망할 수 있는 멋진 곳, 광산구 신창동 풍영정입니다.
풍영정은 영산강을 끼고 있는 멋스런 정자죠. 영산강은 광주시와 전라남도를 흐르는 약 115㎞ 길이 40여개의 지류를 가진 대한민국 대표 강입니다.
담양군 용연리의 가마골 용소에서 발원해 호남평야를 거쳐 목포까지 흘러드는 영산강 8경 중 풍영정은 7경이구요. 풍영정 앞으로 흐르는 극락강은 풍영정 아래를 치고 돌아들어 가는 U자형의 강으로 아름다운 멋이 있는 곳이죠.


풍영정은 조선시대 승문원판교를 지낸 김언거(1503∼1584년)가 벼슬을 물러난 뒤 고향에 돌아와 지은 정자입니다.
본래는 동향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훗날 후손들이 중건하면서 남향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돌아보니 동향 보다는 남향이 훨씬 좋아보입니다. 강의 위와 아래가 U자형이니 북쪽과 남쪽을 함께 감상하기 좋은 위치에 있어 더 좋습니다.
풍영정의 주인인 김언거의 본관은 광산이구요. 호는 칠계(漆溪)입니다. 극락강의 옛 이름도 칠계죠.
옥당에 뽑혀 교리·응교·봉사시정 등의 내직을 거쳐 상주·연안 등의 군수를 지냈고, 명종 15년(1560년) 승문원판교를 끝으로 고향에 내려왔죠.
덕망이 높았던 김언거가 낙향을 하자 그를 아끼던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그가 지낼 정각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풍영정만 남아있는데요. 도화동 옆 현봉에서 풍영정에 이르는 신창3동 뒷동산 500m 남짓되는 거리에 12채나 되는 정각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지금은 풍영정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임진왜란 때 불타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가 풍영정에 지내면서 이 지역 많은 유학자들과도 교우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김인후·이황 등의 이름 높은 유학자들과도 교우가 많았죠.
하서의 십경 중 첫머릿부분 ‘선창에서 배를 띄움’이란 구절을 소개하자면,

백 길 깊은 풍담은 유월에도 가을인데,
정자 앞에 그 누가 목란주를 띄웠을까?
연강의 한 거룻배에 진인이 누워 있고
은하의 외로운 떼배에 바다 손님이 떠 있다.
한밤중에 외로운 학은 울며 날아 가로지르고,
가벼운 갈매기는 물결 사이에서 출몰한다.
선창에서 선창 노인을 찾아보려고,
혼몽속에 오랫동안 두약꽃 핀 물가를 찾았가네.

시 속에 풍영정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죠?
풍영정은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입니다.
정자 안쪽에는 이황·김인후 등이 지은 현판들과 한석봉이 쓴 ‘제일호산’이라는 현판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자연 경관을 벗 삼아 스스로의 심신을 다스리며 살아가겠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풍영정만 소실을 면한 데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다른 정자들이 다 타버리고 풍영정이 불길에 휩싸이자 현판 글자 가운데 앞의 ‘풍’자가 오리로 변하여 극락강 위로 날아올랐다고 합니다.
이것을 보고 기이하게 느낀 왜장이 즉시 불을 끄도록 하자 극락강의 오리가 현판에 날아들어 다시 글씨가 또렷이 되살아났다고 합니다.
현재 정각에 걸린 현판의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풍자와 영정의 글씨체가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는데요, 이것이 이 전설이 생겨난 까닭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정말 기이한 전설이죠?
여기에 또 다른 전설이 있는데요. 명종이 정자에 걸 현판의 글씨를 당시 기인이었던 갈처사에게 받아다 걸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언거는 기쁜 마음으로 갈처사를 찾아갔으나 매번 헛걸음을 했고 14번 찾아간 끝에 만날수 있었다고 합니다. 갈처사는 칡넝쿨로 붓을 만들어 글을 써주며 가는 길에 절대로 펴보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해 첫장을 펼치자 ‘풍’자가 하늘로 날아가 버렸고, 놀란 김언거는 돌아가 갈처사에게 다시 써줄것을 청했지만 거절당하고 그의 제자인 황처사에게 ‘풍’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 지금도 현판을 자세히 보면 ‘풍’자는 나머지 영, 정자보다 자획이 조금 다름을 알수 있습니다.
영산강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 지면서 쉼터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처럼 기온차가 심할 때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장관이고, 눈부신 햇살이 무등산을 막 비켜 지날 때 강에 비친 눈부심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습니다.
극락강을 따라 가는 여유와 풍요로운 시간으로 주말 자전거를 타고 다녀봄 어떨지요?



◇함께 둘러볼 곳
어등산 물고기, 용이 되어 산을 오르다. 물고기 ‘어(魚)’에 오를 ‘등(登)’자를 쓰는 어등산. 해발 338m의 어등산은 산이라기보다 멀리 보면 마치 광산구를 감싸는 거대한 병풍 언덕입니다. 시대를 견디고 아직까지도 사람을 품어주는 참 고마운 어등산도 함께 다녀봄이 어떨는지.




◇먹을거리
송정 떡갈비 고기가 두툼하고 숯불에 구워 나오기 때문에 불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구요, 기름기가 쫙 빠져 부담없이 맛볼 수 있죠. 여기에 함께 나오는 돼지뼈 국물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 주구요. 철판에 나오기 때문에 오랫동안 따뜻하게 먹을 수 있지요.
주말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을 따라 풍영정도 둘러보고 송정리 떡갈비 골목에서 즐거운 시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죠?


/ 정수정 <내고향TV 남도방송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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