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량 두배 증가에 요금은 3배나 ‘껑충’
‘찔끔’ 감면혜택 불만…누진제 손질 필요


#1 “설마했는데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이 됐네요.” 광주 북구 중흥3동에서 사는 박 모씨(57)는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에어컨 사용이 빈번했던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박씨는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27만원가량의 전기요금을 내게 될 줄은 몰랐다. 평소 5만∼6만원을 내던 박씨는 누진제 6단계(500㎾/h 초과)에 해당돼 3배에 가까운 전기요금을 내게 됐다. 박씨는 “지난달에는 370㎾정도를 사용하고 6만8,850원을 냈는데 8월 전기사용량 676㎾로 평소의 두 배가 가량 사용했는데 전기요금은 3배가 넘는 27만8,970원 합당한지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 광주 동구 학동에 사는 한 모씨(46)도 8월분 전기사용 고지서를 받아 보고 황당했다. 한씨는 전달에 비해 185㎾를 더 사용했을 뿐인데 총사용량이 전기요금 누진제 6단계를 초과한 596㎾를 기록하면서 평소의 2배 이상 19만9,750의 전기요금을 내게 됐다. 고지서를 받아 든 한씨는 “실제 사용량보다 더 많이 내야 하는 누진제 요금의 부당함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김 모씨(35·여)도 같은 형편이다. 김씨는 전달에 비해 179㎾ 정도를 더 사용했을 뿐인데 전기요금은 평소의 2배 이상인 10만원가량이 나왔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우려됐던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됐다. 각 가정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8월 사용분 전기요금이 통보되면서 ‘요금폭탄’을 맞은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긴 추석연휴로 부모·친지들의 선물과 용돈 등 들어간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예상보다 많은 전기요금에 가계부담이 더욱 가중됐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대비 8월 요금이 늘어난 가구는 1,628만4,000가구로, 이 중 871만가구는 증가분이 5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서도 291만가구는 전달보다 전기요금이 2배 이상 증가했다.
7월보다 8월 10만~20만원을 더 내는 집이 45만8,000가구, 20만~30만원 더 내야 하는 집이 10만4,000가구, 30만원 이상을 더 내는 집은 4만가구에 이른다.
본격적인 무더위에 접어드는 8월에는 전달보다 사용량과 요금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작년과 비교하더라도 전기료 폭탄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올 여름 무더위는 평소보다 빨리 찾아온 데다 폭염이 늦게까지 이어져 에어컨 등 냉방기 가동이 길어졌고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 청구되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 된데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가정에만 부과되는 누진제의 부당함을 성토했다.
이번 전기요금 청구서에서는 다자녀가구 할인혜택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자녀 넷을 둔 광주 북구 운암동 사는 박 모씨(49)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봤더니 전달보다 1.5배 가량 더 썼는데, 요금은 평소의 3배가 넘은 30만5,000만원이 청구됐다”며 “많이 쓴 만큼 나온다지만 금액이 상상을 초월해 당황했다. 요금이 할인됐다곤 하지만,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지난달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 할인액은 9,110원으로, 전년보다 6,280원 늘었다. 특히 254만가구는 오히려 전달보다 덜 낸 것으로 확인됐다”며 “누진제로 통상 사용량 증가율에 비해 요금증가율이 높지만, 올해는 여름철 전기요금 할인효과로 사용량과 요금증가율에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전기료 개선을 위해 당·정 태스크포스(TF)를 출범, 오는 11월까지 새로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키로 했다.

         서미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