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2018광주비엔날레 해법마련 급하다

기재부, 국제행사 ‘일몰제’ 적용 예산 70% 삭감 예정
후원사업 유치·예산절감·기금관리운용TF 등 절실
“대표 문화브랜드·순수예술행사 일몰제 철회해야”

지난해 열린 제11회 광주비엔날레는 37개국 12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252점의 현대미술작품을 선보였다. 창설 20년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비엔날레이자 세계5대 비엔날레로서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행사답게 국내외 호평 속 해외 문화예술계 인사, 주요 기관들의 방문이 두드러졌다.
미국의 유명 온라인 매체 아트넷(Artnet)과 영국의 대표적인 예술매체 프리즈(Frieze) 등 해외의 주요 매체들은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하며 본질과 핵심을 고려하게 만든 기획이라며 호평했다. 특히 ‘제8기후대’를 주제로 내건 광주비엔날레는 과도한 이미지로 덧칠한 현대미술의 외피를 벗고 사색과 예술의 본질에 접근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비엔날레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있는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2018년 제12회 행사를 준비하기 앞서 적지않은 위기에 봉착했다.
기획재정부가 ‘국제행사 졸업제도(일명 일몰제)’를 광주비엔날레에 적용, 통보하면서 2018년 광주비엔날레 행사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재원 감소에 따른 전시 축소로 국제적 영향력은 물론 문화 국격 약화 등 타격을 입을 것이 우려된다. 또 한국문화 대표 브랜드 위상과 정부의 문화융성 및 세계화 정책 기조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국비지원 일몰제에 따른 광주비엔날레의 대처방안과 2018광주비엔날레가 풀어나갈 해법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기재부 국제 행사 ‘일몰제’ 배경
일몰제는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수입 확보 노력보다는 국고 지원에 의존해 국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온 데 대해 기재부가 심사를 거쳐 국고지원을 받은 행사들을 원칙적으로 국제행사 심사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이다.
2008년 ‘일몰제’를 도입한 기획재정부는 국제행사에서 국비 10억원 이상, 7회 이상 지원을 받은 행사에 대한 소급 적용으로 광주비엔날레를 포함시켰다. 일몰제가 총리훈령으로 제정된 2001년으로 소급 적용해 7년이나 앞당겨 국고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 셈이다.
이에 앞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2015년부터 일몰제가 적용돼 지원을 받지 못했고,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부산국제영화제가 2017년부터 적용된다.
2016광주비엔날레 예산은 100억원(국비31억·시비29억·자부담40억)으로 지난 행사에 비해 약 13억원 늘어났다. 여느 기관과 달리 자부담이 많은 편이지만 국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일몰제가 시행될 경우 국비 30억이 9억으로 축소돼 2018년 행사 예산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285억원에 머물고 있는 기금(연 이자수익 10억원)과 줄어들고 있는 유료티켓 판매(판매수익 10억원)를 고려했을 때 행사는 결국 시예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진행상황은
광주시는 문체부로부터 지난해 4월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 국제행사타당성 조사 신청이 일몰제로 배제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재단측은 인력·운영예산 축소, 후원 유치, 자체 수익사업 강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행사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광주시와 재단은 그동안 기재부와 문체부를 방문해 국비지원 축소 시 문제점을 보고하고 일몰제 적용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재원감소 시 전시축소로 이어져 국제적 영향력과 문화국격이 급격히 약화되는 우려와 한국문화 대표 브랜드로서 다져온 위상과 정부의 문화융성 및 세계화 정책기조에도 역행한다는 점, 국제적 브랜드파워 감소 시 국내외 협력·후원 축소로 자체 재원조성도 위축된다는 점 등이었지만 기재부는 “10억 원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20년 넘게 해 온 국가브랜드를 책임지는 문화행사를 일몰제에 적용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 “계속해서 일몰제 대상 제외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해 11월 초 외부 전문패널들을 초청해 ‘2016광주비엔날레 리뷰와 차기행사 방향설정을 위한 준비포럼’을 개최했고, 후속 작업으로 11월 30일 담양 담빛예술창고에서 직원워크숍을 통해 행사 결과를 자체 점검하며 차기행사의 방향과 주안점 등을 논의했다.
정책기획TF팀은 광주비엔날레의 여건과 예상되는 기대 및 우려사항 등의 환경 분석(SWOT), 차기행사 준비관련 우선 검토사항, 주요 추진 일정안 등을 발표했고, 감독선정TF팀은 감독선정절차 개선방안, 세계 주요 비엔날레 리서치와 2017~2018년에 개최될 주요 비엔날레를, 재정·운영TF팀은 행사 소요예산 분석과 재원조성 방안 등에 관한 논의사항을 공유했다.
재단은 내부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 가능부분부터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몰제 대처 방안은
국제행사 졸업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적용 범위를 선택과 집중이 아닌 모든 행사에 일괄 도입한 것이다. 또한 국가 브랜드는 정책적으로 키워줘야 함에도 순수 예술 성격을 지닌 행사의 국제적 위상과 질을 고려치 않은 점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순수예술 창작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 및 한국 대표 문화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부각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도 알차게 행사를 치러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재단은 내년 행사 전까지 아시아문화전당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교육프로그램 확대를 위한 후원사업을 유치하고 분리 가능한 사업에 대해서는 별도 보조금과 후원 확보 노력도 기울일 예정이다.
또 예산절감 목표액을 설정해 실행하는 한편 시비 지원 확대와 재원조성을 위해 비엔날레 행사 준비연도와 행사년도로 각각 구분해 연도별 각 10억원 미만으로 국비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자체 수익사업을 강화하고 경영·금융 전문가들로 기금관리운용 T.F를 운영해 금융상품 다각화와 투자 가능사업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운영과 고정지출도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기획재정부가 국제 행사 졸업제도를 소급적용해 2024년이 아닌 2001년부터 광주비엔날레를 적용키로 한 것은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본질상으로도 순수 예술제에 대해 일몰제를 적용한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택과 집중이 아닌 모든 행사에 일괄적으로 도입한 것,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순수 예술 성격을 지닌 행사에 적용한 것, 국제적 위상과 질을 고려치 않은 것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22년 동안 아시아 최고이자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한 광주비엔날레가 지닌 한국 대표 문화 브랜드로서 다져온 국제적 위상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국가적 손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일몰제 적용은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