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재 (광주 서구청 복지환경국장)


전 세계적으로 기아 인구가 무려 8억5천만명에 이른다 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2%에 달하는 수치로 8명당 1명꼴이다. 더욱이 5초마다 10세 미만 어린이 한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20억명의 인구가 보이지 않는 기아와 영양결핍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설마 하겠지만 지구촌 저 건너편에서는 엄연한 현실이다. 반면, 우리의 상황은 정 반대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00조원이 넘는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연간 115조원 음식물 버려져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이 하루 평균 1만 1,400여톤에 달한다고 한다. 연간 115조원에 달하는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만도 연간 20조원이나 된다. 이처럼 엄청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그리고 국민 세금이 소모되고 있는데도 음식물쓰레기는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참으로 심각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80%가 넘는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감량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책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이유다.
알려진 것처럼 음식물쓰레기를 바로 매립하게 되면 심한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환경오염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1997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이후 2005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의 매립을 금지시켰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 음식물쓰레기는 매년 늘어났고, 처리도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정책 또한 처리의 문제에서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었고, 지난 10여년 간 다양한 감량 정책들이 추진되어 왔다.
광주시도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닌 에너지 문제나 경제적인 측면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음식물줄이기 30% 감량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서구에서도 광주 지역에서는 최초로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도입, 추진중에 있다.
지난 2013년부터 공동주택에 RFID를 기반으로 한 음식물쓰레기 종량기기를 단계적으로 설치, 현재 95개 아파트 단지에 755대의 종량기기를 설치 완료했다. 총 2만5,400여 세대가 이용중인 종량기기의 6개월간의 감량률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약 1.260톤(40%)의 음식물쓰레기 감량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20년까지 약 15만여 톤의 음식물쓰레기를 감량할 것으로 전망돼 220여 억원의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22만 4천여 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되는 것으로 소나무 8천만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라니 놀랍다.


‘남는 음식’ 최소화가 출발점

하지만 이 또한 예측에 불과한 것으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역시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주민들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성공할 수 없으며, 공염불에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성공은 주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음식물쓰레기 감량을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만 조리하고 남는 음식을 최소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식단 계획을 세워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불필요한 낭비는 줄여야 한다. 특히 물기만 충분히 제거해도 음식물쓰레기의 60%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음식점에서는 먹을 만큼만 주문하고 여럿이 먹는 요리는 개인접시를 사용하고, 음식점이나 급식소의 남은 음식은 푸드뱅크 등을 통해 이웃과 나누면 좋겠다. 음식물쓰레기 감량의 첫 걸음은 그 동안의 버리던 습관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