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헌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지난 5개월여 동안 온 나라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헌재의 대통령탄핵 결정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고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헝클어져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나라의 미래에 다소나마 희망의 빛이 드는 느낌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 측의 ‘불복모드’와 그를 둘러싼 제 정치세력들의 ‘몰염치’한 행태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 다수가 느끼는 도도한 흐름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후안무치’한 박 전 대통령과 일부 친박 정치인들의 퇴행적인 모습들이 가소롭고 눈에 거슬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리기엔 턱없이 역부족이라는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 및 처벌은 사법당국의 추상같은 조사와 판단에 맡기고 이제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나서야 할 때다. 우선 시급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대다수 ‘촛불 시민들’을 비롯해 비록 촛불의 반대편에 섰던 일부 시민들까지도 마음을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국민 스스로의 일이기도 하지만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 대선정국에 뛰어든 정치지도자들의 언행이 참으로 신중하고 깊어야 한다.


‘박근혜’를 반면교사 삼아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편가르고 선동하기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자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만 매몰돼 국민을 호도한다면 이젠 우리 국민 모두가 앞장서 참 지도자를 가려내야 한다.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조기 점화된 대선이 이제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그 어느 때 보다 국가적 위기국면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지만 후보를 검증하고 판단할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점에서 걱정이 많다. 지도자를 잘못 뽑아 국가적 재난을 겪었고 지금도 그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뼈아픈 현실을 보더라도 ‘진정한 지도자’를 뽑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지만 그 결정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국가와 국민을 우선시 하는 참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도 청렴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다. 한 개인도 자신의 본분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 주변에까지 큰 해를 끼치게 된다. 하물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무책임하고 그릇된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작금의 박 전 대통령을 보더라도 너무나 자명하지 않는가. 다음으로는 국민과의 소통이다. 지도자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이야말로 국력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같은 사태가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철저한 불통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4년여 동안 국민의 입과 귀인 언론과 한 번도 소통다운 소통을 해본 적이 없으며, 기자들과 일문일답조차 해본 일 이 없는 사람이다. 여기에 자신과 함께 하는 장·차관은 물론이거니와 청와대 참모진에게 까지 대면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가 얼마나 불통이었는지를 웅변해주고 있다.


능력·책임 있는 지도자 선택을
그 다음은 미래를 내다보고 실천하는 능력이다. 지금 세계정세는 그 어느 때 보다 혼란과 격동의 과정을 겪고 있다. 세계 각국마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제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고 나아가 국가발전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일이야 말로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가치와 호남의 가치를 생각하는 지도자다. 호남은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루이며, 민주적 가치는 우리 삶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우리 국민이게 너무나도 중차대하다. 추락이냐 비상이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50여일 동안 진정한 지도자를 골라내야 할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