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 2018.09.20(목) 17:18
닫기
국악, 그 넓고 깊은 숲...(21) 수궁가 중 상좌다툼 대목

상좌에 누가 앉을까…

2017년 04월 07일(금) 00:00
우리 판소리 중에 ‘수궁가’는 ‘별주부전’, 또는 ‘토끼 타령’ 등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노래 내용을 보면 이렇다.

별주부가 모든 약을 써도 소용없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용왕을 완쾌시킬 수 있는 길이 토끼의 ‘간’이어서 그것을 구해야 하는 특명을 안고 세상 밖으로 나와 우여곡절 끝에 토끼를 만나게 된다. 결국 토끼를 데리고 용궁으로 들어가긴 했으나 꾀가 많은 토끼는 생명의 위험을 감지하고서는 자신의 ‘간’은 “넣고 빼낼 수 있어 세상에 두고 왔다”며 거짓말을 해 구사일생으로 용궁을 벗어나게 된다. 반면 그 말이 거짓이라며 충성스런 별주부가 외쳤으나 용왕부터 모든 이들이 믿어주지를 않아 별주부는 자기 발로 토끼를 등에 태우고 용궁 밖 세상으로 데려다 줘야 했다. 축 처진 어깨를 한 별주부는 간절함을 담아 말했으리라. “밖에 두었다는 ‘간’을 주시오….”라고.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참담한 욕 뿐이었다.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별주부는 별의별 사탕발림을 했었고 그 말이 다 거짓말이었다는 것에 분개한 토끼가 세상 밖으로 나오자 별주부에게 온갖 욕을 퍼부어 댄 것이다. 용궁에서 기다리고 있을 이들에게 할 말도 없이 별주부는 얼마나 허탈했을까 싶다. 어쩜 그 이후로 용궁으로 들어가지 않고 강가나 하천에서 살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수궁가의 이야기가 정리되는 것으로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토끼의 경우 용궁에서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세상으로 나오지만 이후로도 그렇게 살아가는 일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정말 이 노래를 듣다보면 살아가는 일이 “산 너머 산이구나”라는 생각이 저녁노을처럼 한스럽게 밀려온다.

이렇게 사람살이가 거울처럼 보이는 이 노래 내용 중에서 여러 눈대목이 있지만 ‘상좌다툼’ 대목에 주목하고 싶다.
이 ‘상좌다툼’ 대목은 별주부가 토끼 간을 구해야 한다는 특명을 안고 세상으로 나와 토끼를 찾아다닐 때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상좌’는 그야말로 ‘윗자리’다. 높은 윗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능력자는 자신밖에 없다며 ‘수궁가’ 속 길짐승들과 날짐승들의 다툼이 벌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상좌다툼’ 대목인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특기로 자랑을 하거나 나이가 많다는 것으로 자랑을 하면서 자신만이 상좌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한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면 그 윗자리에 앉을 이유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참 사소하다.

이 이야기 속에서 많은 이들은 요즘 뉴스를 떠올리게 됐으리라 생각된다. 그 자리에 앉을 사람으로서 어떤 견해와 식견을 가지고 있는지 보다는 서로 험담을 하거나 누가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이냐는 등의 이야기에 더 시간을 투자하고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궁가’ 속 우리 동물 친구들은 연약하다. 그 연약함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들이 우리네 모습만 같아서 애처롭다.

다시 토끼 이야기를 해 보면 나약한 토끼가 그 속을 알 수도 없는 깊은 물 속으로 가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되기까지 토끼는 너무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이 간절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음이 간절해 별주부의 온갖 사탕발림에 눈이 멀어 분별력이 떨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을 우리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겉모습에 치우치지 않는 깊이 있는 심안으로 들여다 볼 일이다. 그런 세상을 꿈꿔 본다.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국악방송 www.gugakfm.co.kr
광주 99.3MHz
전주 95.3MHz
남원 95.9MHz
진도목포해남 94.7MHz

회사소개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광고문의기사제보웹메일청소년보호정책
대표전화 : 062) 720-1000팩스 : 062) 720-1080~2인터넷신문등록번호:광주 아-00185
회장:박철홍 / 대표이사 발행인·편집인:김선남 / 편집국장:정정용
[61234] 광주광역시 북구 제봉로 322 (중흥동) 삼산빌딩 이메일 : jndn@chol.com개인정보취급방침
*본 사이트의 게제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