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광주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은감불원(殷鑑不遠), 은나라 주왕이 거울로 삼아 경계해야 할 일은 멀지 않은 일에 있다는 뜻으로 본받을 만한 좋은 전례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 광주의 한 주택 2층 베란다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이 사자성어처럼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 날 화재를 발견한 신고자가 119에 신고하고 곧바로 집안에 비치된 소화기로 초기 진화해 화재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재발생 시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와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므로 화재발생 후 5분이라는 골든타임 이내 초기대응이 피해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하다. 이 날은 다행히 비치된 소화기 한 대가 제 역할을 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만약 그 소화기가 집에 없었다면 주택이 전소되는 큰 화재로 확산됐을 게 분명하다.

화재, 골든타임 5분

이처럼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 중요성은 이와 비슷한 사례가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언급되고 최근 각 소방관서에서 모든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도록 홍보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일반시민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갖는 관심만큼 각 가정에 비치된 소화기의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바다에서 소금이 나지만 사람이 소금을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그것은 소금이 되지 않는다. 산에서 쇠가 나지만 광석을 캐내서 선광을 하고 제련하지 않는 한 쇠가 되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 한 그것은 창고에 있는 조가 그대로 밥이 되어 입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중국 염철론(鹽鐵論)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정성을 들여 쓸모 있게 만들어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는 뜻인데 가정에 비치된 소화기도 마찬가지다. 소화기 1대는 소방차 1대와 맞먹는 위력을 갖고 있지만 이런 소화기 위력도 평소 관리·점검 등의 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화재는 예고없이 발생하기에 소화기를 사두는 것만이 화재예방을 위해 할 일이 아니라는 걸 명심하고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줄 소화기 관리법에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
소화기 내용연수는 10년이다. 이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없어 노후소화기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 1월 28일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10년이 지난 분말소화기를 교체하거나 성능확인을 받아 사용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개정된 규칙은 2월 15일 공포 즉시 시행됐으며, 지난 2006년 12월 이전에 생산된 소화기는 2018년 1월 27일까지 교체하거나 성능확인을 받아야 한다.
성능확인이 필요한 소화기는 검사신청서와 함께 특정소방대상물 관계자가 직접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제출하고 성능확인 검사에 합격한 경우에 대해 성능확인검사 합격증명서를 발급받아 내용연한이 도래한 날의 다음달부터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 기간이 지나면 해당 소방용품을 교체해야 한다.

소화기 내용연수 10년

노후된 소화기를 폐기하고자 할 경우에는 가까운 소방서와 119안전센터에 해당 소화기를 가져다 주거나 또는 전문 폐기업체에 의뢰하면 된다.
또, 새로운 소화기 구입은 대형마트 등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물건이라도 다듬고 정리해 쓸모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다. 소화기도 마찬가지다.
위급상황에 잘 활용하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는 최고의 안전지킴이지만 평소에 관리하고 점검해둬야 위급한 상황에 제 위력을 발휘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