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이발소 풍경

                  조성문

신작로길 옆
삼거리 이발소 밀-창 열면
연탄난로 위 양은주전자는
묘동아재 해소 기침처럼 내고
거울 위 액자에 포마드 곱게 바른
이름 모를 이국 남자가 웃고 있다.

울 아비는
볏짚처럼 성긴 머리를
끝 눈자리 논배미 나락 농사로 묻어가는
살가운 이웃처럼
세월 잔상이 이마에 줄이 하나 둘 늘었다

연탄난로에 비벼둔 면도 거품 솔이
지나온 세월만큼 따뜻한 거품으로 덧칠하고
날이 무딘 면도날을
기둥에 걸어둔 가죽 벨트에 날을 세우고
울대부터 올려 미는 손놀림에
청춘을 잃어버린 검버섯 핀 얼굴을 두고
시름을 접은 아비는 코골이를 한다.

할아범 머리숱처럼 엉근 솔로
가실 내내 이고 있던 푸석한 검불 머리 털고
나무의자를 끌어 잿내 나는 타일세면대에 들이밀면
손끝 세워 이발소 주인은 머리를 감긴다.

자투리처럼 깃이 흐린 수건으로 물기를 터는
삼거리 이발소 거울에
주름진 아비가 웃고 있다.
시작메모

언젠가 덥수룩한 머리를 자르려 동네 이발소를 들렸다. 문을 여는 순간 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를 스치는 비누 냄새와 나이든 이발사 어눌한 말투에 이곳이 아닌데 후회하며 비행기 조정석 같은 의자에 앉아 사위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연탄난로에 올려진 물동이, 거울 위에 알랭 드롱 사진, 벽기둥에 걸린 낡은 가죽 벨트, 그리고 유리에 비친 얼굴 눈에 익는다. 지나가는 차마다 황토 먼지를 풀풀 날리던 삼거리 이발소 풍경에 아버지를 따라갔던 반백 년 전에 시골 이발소풍경에 돌아가신 선친을 뵈었다. 오롯 5남매 자식들을 위해 아버지의 삶을 사시다 가신 내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워진다.


<조성문>
전남 함평출생(1958년)
월간아동문학사 신인상(2001.1)
계간 문학춘추 공모시 당선(2002.4)
무진주예술공무원상(2008)

<현>
문학춘추작가회 회원
전남아동문학회 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회원
광주광역시공무원문학회 사무국장
광주광역시문화예술회관 근무

시집 “ 댓잎에 스치는 바람”(2001, 샛별출판사)
“ 프로포즈”(2009, 한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