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힘으로

                       서 춘 기

지독한 꽃샘추위
세상이 다시 얼었다

봄은 멀어지고
몸속 가득 꽃눈을 품고서도
꽃망울 밀어올리지 못하는 청매실나무와
꿈을 잃은 아이들

눈물이 난다 몸살이 난다
남문 밖 석당간 돌며
오색딱따구리 놀이패 불러모아
어깨춤 추자 탈춤을 추자

영산강 강둑 따라
덩실덩실 휘돌아 흐르다 보면
봉긋하게 차오른 꽃몽아리 하나 둘 터지고
봄꽃 소식들 들불처럼 번져 가

그래 그래
저 기운 저 힘으로
날짐승의 오목가슴 한소끔 데워 놓고
꿈 찾는 아이들의 성장판 흔들어 깨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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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과 나비는 꽃과 함께 살아갑니다.
살아갑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울렁울렁.
새로운 기운을 충전 받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또 봄입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휘몰아치는 꽃샘추위에
봄꽃 소식 늦어지지 않을까 마음 졸이며
덩달아 우리 아이들과 청춘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꽃이 피지 않고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
어찌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을 찾아 헤매고 있을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은 봄날입니다.


서춘기(徐春基)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 섬에 가려면』 『사람에 취하다』 『새들의 밥상』 『얼굴에 대한 기억』 『』 발간, 해양문학상 수상, 능주초등학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