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희망교육개발원장


우리 동네 S사우나에서 힐링을 하고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마음과 몸을 훌훌 풀어 내고 회복을 하는 곳입니다. 체온이 1도만 높아져도 건강해 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만성비염과 기침감기로 겨울을 지내기가 힘든 체질입니다. 지난 겨울은 S사우나 덕분에 수월하게 보냈습니다.
냉·온욕도 터득했습니다. 뜨거운 물로 먼저 비누샤워를 한 다음 얼음물처럼 차가운 냉탕에 꾹 참고 먼저 들어 갑니다. 1분을 견딘 후에 뜨거운 온탕에 들어 갑니다. 1분 후에 다시 냉탕에 들어 갑니다. 냉·온욕을 번갈아 가며 5회를 반복하고 나면 수지침을 전신에 맞은 것처럼 따끔따끔한 느낌이 아주 시원합니다.
S사우나는 비염과 감기 등 육체적 건강 외에도 정신적 특효처방전이 있는 곳입니다. 출석도장 찍듯 언제나 얼굴도장을 찍는 단골 ‘언니’들이 그들입니다.

만성비염·기침감기에 효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만나는 S사우나의 언니들, 친구들, 동생들이 좋습니다. 웬 동네 아줌마들의 사우나 타령이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S사우나에는 후끈한 이웃사촌의 온정이 끓고 있습니다.
한 이불을 덮고 사는 부부의 인연도 좋지만 온탕에서 함께 몸을 풀고 뜨거운 사우나에서 애써 견디며 “오늘은 진짜 땀 잘 나오네” 서로 칭찬하고 다독여 주는 사우나 안의 사랑과 우정도 좋습니다.
사우나 멤버들 덕분에 체중도 조절이 됩니다. 배부르게 먹고 싶은 욕구를 사우나 멤버들의 날카로운 눈빛을 떠올리며 꾹 참아 봅니다. 체중이 약간만 늘어도 나보다 먼저 눈치를 채기 때문입니다.
멤버들의 결속력도 대단합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미선 언니의 넋두리에 모두 한 편이 되어 줍니다.
“동생, 진짜 고생 많이 한다.”
“언니, 얼마나 힘드세요. 눈물 나요.”
“언니는 복 받을거야, 얘들이 모두 잘 될거야”
여기저기에서 힘내라며 맞장구를 쳐 줍니다. 아이들 키우느라 속 앓이를 많이 하는 젊은 엄마들에겐 “조금만 참아라. 얘들은 금방 큰다. 참아 주는 게 엄마다. 우리 애들은 더 했다. 그만하면 약과다”라며 동생들을 다독여 줍니다. 대화와 경험으로 풀어내는 인생의 지혜가 힘든 삶의 더없는 처방전이 되어줍니다.
무조건 편만 들어 주는 건 아닙니다. M언니가 남편 흉을 보면 “자네는 복 많은 여자여, 그만한 남편 없으니 잘해야지”라며 오히려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M언니가 여러모로 복이 터진 언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당을 하는 왕언니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물었더니 물가가 너무 올라 장사하기가 이만저만 힘든게 아닌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S사우나 언니들의 얼굴표정만 봐도 요즘 경기가 어떤지 금방 드러납니다.
“천원 했던 게 3천원이야. 시금치 3천원 어치가 한주먹도 안 되는데 손님들은 맛있다며 자꾸 리필을 해 달라는데 2번까지는 웃고 주겠는데 3번째 부터는 표정관리가 안돼.”
왕언니는 이런 쪼잔한 자신 때문에 더 속상하답니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평생 음식만 주무르다 거칠어지고 굵어진 언니의 큰손을 잡으며 짠한 마음을 전해 봅니다.

함께 나누는 인생, 마음 치유

S사우나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6개월이 되어 갑니다. 나이도 다르고 학력, 재력, 환경이 모두 다르지만 훌훌 옷을 벗고 같은 물을 쓰다 보니 어느새 같은 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언니들, 친구들, 동생들과 커피를 나누고 인생을 나누며 서로 다독이다 보니 갱년기 증세와 우울증도 힘들지 않게 지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기쁨도 아픔도 나누려는 이웃간 온정일 겁니다. 힘든 세상, 사람에게 받는 상처만큼 크고 아픈 것도 없겠죠. 하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인 아픔보다 더 깊고 오래 새겨지는 것이 정신적인 아픔이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고민들,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즐거움, 슬픔을 나눠 기쁨은 배가시키고, 아픔은 나눠 가지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