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최고의 교수법’은 쉼 없는 노력과 열정 자체
가르침의 본질은 만남과 나눔이다.
학생과 성장하는 교사 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주는 ‘홀사랑’
가르치는 기법만 배우면 잘 가르칠 것이라는 착각 말아야

글?사진 박남기(광주교대 교수)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로 선정
과연 가르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가르침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미 학생들도 교재를 가지고 있고, 그들 스스로 책을 읽을 줄 알며 이해할 수도 있을 텐데 과연 가르친다고 하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연구원에 근무하다가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여 곧바로 교수가 된 나에게 떠오른 질문들이었다. 그러나 깊은 고민을 할 겨를도 없이 가르침의 길을 걷게 되었다. 신임교수
의 열정으로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나니 학생들이 축제기간에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로 내 강의를 선정했다. 원로교수들께서는 인기투표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다행히 강의에 뛰어난 원로교수 한 분과 같이 선정이 되어 내심 기뻤다.
학생들이 내 강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가르친다고 하는 것이 더욱 조심스러워지면서도 가르침에 대한 내 관심이 더 커졌다. 그때부터 대학 강의에 대한 다양한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한 책들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책들이 가르침의 기법을 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었고, 그 기법을 잘 익히면 최고의 교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러나 따라서 해보면 잘 안 되는 것이 많았다. 어쩌면 남들이 사용하는 기법을 그대로 사용하면 자신도 성공적인 강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백유경’에 나오는 첫 번째 비유인 ‘소금만 먹은 사람’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의 다음과 같다.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잔칫집에 가서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 맛이 없다고 불평하였다. 주인이 그 말을 듣고 음식에 소금을 넣어주었다. 그는 소금을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생각하였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소금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넣어도 맛이 나는데 하물며 많이 넣을 때와 견주겠는가.’ 그리하여 그는 무지하게도 소금 만 먹었다. 그 결과 입맛이 틀어져 도리어 병이 나고 말았다.

대학 교수 교육력 제고 위해 프랑스 아그레가시옹(Agregation)도입을 …
우리나라 전문직 중에서 자격증이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교수직이다. 교사는 반드시 자격증을 소지해야 학교에 근무할 수 있는데 교사를 가르치는 교대 교수마저도 교수 자격증 없이 가르칠 수 있도록 한 것은 내용을 알고 있으면 방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거나 교수에게 자격증을 줄 만한 전문가가 따로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는 교수가 되기 위해
서는 반드시 고등학교 교사와 마찬가지로 최상위 교사 자격증인 아그레가시옹(Agregation)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한다. 나의 경우와 주위 신임 교수들의 경우를 돌이켜 볼 때 연구원이 아니라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교수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프랑스 제도가 대학 교수의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더 바람직한 것 같기도 하다.
사대에서 교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배운 뒤에 교사자격증을 취득하였어도 갑자기 대학 강단에 서게 되면 많은 실수를 하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물며 교수법에 대해 배우거나 교수 능력을 기를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이 박사학위 취득 직후에 또는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갑자기 교수가 되었을 때 겪는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는 미루어 짐작해 볼 수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대부분의 초임 강사나 신규 교수들은 지금까지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의 교수법을 알게 모르게 흉내 내면서 가르침의 본질을 깨달아 가고 필요한 기법을 터득해 나가게 된다. 이는 학생들을 상대로 몇 년간 생체실험을 하는 셈이다.
나도 매 학기 강의용 설문지를 배포하여 학생들이 좋아하는 강의와 싫어하는 강의의 특징을 수집하고,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실험해보았다. 그러면서 내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여 2003년 가을부터 신문에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에서 목표로 삼았던 것은 가르치는 길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기법을 소개하기보다는 가르침의 본질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생체 실험 시간을 함께 줄여 나가고 싶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가르침의 본질과 관련하여 내가 도달한 결론 중의 하나는 가르침은 만남이고 나눔이라는 것이다. 스쳐가는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세계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그러한 만남이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나누어주는 그
러한 만남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각자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그러한 만남이다. 가르침을 통해 학생과 함께 성장해가는 교사가 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홀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결국 지치게 된다. 그러한 만남과 나눔이 되도록 하기 위해 가르치는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다.
가르침의 충분조건은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의욕, 사랑많은 사람들은 가르치는 기법을 배우면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가르치는 기법을 갖추는 것은 잘 가르치기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에 해당한다.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 아니라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가르침의 기법 터득과 함께 필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넓고 깊은 기초 지식,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전문성, 학급경영 역량, 그리고 교과교육학적 지식 등이다. 이러한 필요조건 보다 더 중요한 충분조건이 있다. 설령 여러 필요조건 중 갖추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며 잘 가르치게 하는 충분조건은 가르침에 대한 열정과 의욕, 근원적으로는 가르침의 대상에 대한 사랑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침에 대한 열정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열정만큼 중요한 것은 배우는 사람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핵심 역할이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 책이 가르침의 열정을 유지해가는 에너지원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다양한 교수법은 각각의 강점과 한계를 지닌 하나의 기법일 뿐 만능 교수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교수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육내용, 교사특성, 학생특성, 그리고 환경특성 등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교수법을 알고 있어야 그때그때의 상황에 적합한 교수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강의의 성패는 단순한 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데 간이 조금 맞지 않은 경우에는 소금을 조금 더 넣으면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소금을 더 넣으면 오히려 짜져서 음식 맛을 망칠 수도 있다. 즉, 성공적인 강의가 되기 위한 대부분의 조건은 되어 있으나 약간 재미가 덜한 강의라면 재미를 불러일으킬 강의 기법을 더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강의의 경우에는 거기에 재미를 더하면 ‘재미있는 강의’가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어쩌면 「최고의 교수법」은 어떤 특정 기법이 아니라 바로 강의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가르침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성찰과 자신에 적합한 교수법을 찾아 쉼 없이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열정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교육계에는 다양한 교수법이 유행처럼 나타났다 사라져 교육계에는 그동안 다양한 교수법들이 유행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최근에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과 하브루타 교육법 등이유행이다. 이러한 교수법들 또한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완전학습이나 열린교육 등 한 시절을 풍미했던 교수법들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열린교육 열풍이 우리나라 초중등학교를 뒤덮던 시절, 전국에 강연을 다니면서 열린 교육은 5년 안에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니 교실 벽을 허무는 무모한 짓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우리대학 옆의 한 초등학교는 열린교육이 유행하던 시절 리모델링을 하면서 벽을 없앴다가 훗날 다시 벽을 쌓느라고 애를 먹었다.
어떤 교수법이 유행을 타게 되면 기존에 해왔던 교수법들은 잠시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나쁜 것처럼 매도되는 경우도 있다. 학생주도, 학생중심 교수학습법이 유행을 타면서 교사중심 설명식 강의법이 주입식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 한 예이다. 학교에서의 가르침 활동은 교사의 총 지휘 하에 학생들과 함께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본다. 학생 중심 혹은 학생 주도의 드라마가 되게 하려면 학생들에게 감독, 연출, 핵심 배우 등 다양한 역할을 부여하되 이 모든 것을 위한 총 감독 역할은 교사 몫이다.
나의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난 3월에 ‘최고의 교수법(쌤앤파커스)’을 출판하였고, 그 내용을 토대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제1회 대학 교수법 공모전’에 출품하여 대상을 수상하였다. 「최고의 교수법」은 ‘어떤 특정 기법이 아니라 가르침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성찰과 자신에 적합한 교수법을 찾아 쉼 없이 노력하는 자세와 열정 자체’라는 나의 정의에 따라 가르침의 본질을 찾아가는 나의 여행은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