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지방분권 공약


19대 대선은 지방분권 실현의 ‘골든타임’
핵심공약에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관련 공약 아예 ‘뒷전’
차기정부, 개헌과 함께 실질적인 지방분권형 국가로 전환해야
인구감소와 재정자립도 약화 지방소멸 향해 달리는 ‘두 수레바퀴’

글 강병운 기자

30년 후 우리나라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지도상에서 자취를 감출지 모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85곳이 소멸위험지수가 0.5를 밑돈다. 소멸위험지수 수치가 낮을수록 인구감소로 인해 인근 지역과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인구감소 뿐만이 아니다. 지방재정도 마찬가지다. 오병기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90%가 넘는 220곳이라고 한다.
10~30%인 지자체가 153곳이나 된다.
인구감소와 재정자립도 약화는 지방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두 수레바퀴다. 지방분권 개헌이 시급한 이유다.
19대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의 공약에 지방분권 개헌과 지방자치발전정책등 지역 의제가 얼마나 담겨 있을까? 원내 정당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핵심공약 에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관련 공약은 아예 뒷전이다. 후보들마다 그동안 지자체 행사 등에서 ‘지방분권’을 중요하게 언급했던 것과 달리 핵심공약으로 다루지 않아 충격적이다. 후보들 마다 지역발전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헌법에 이를 어떻게 명문화할 것인지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데도 지역은 대선에서 ‘찬밥신세’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가 국정 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진 것에 대한 교훈이나 대책이 실종되면서 분권을 외쳐온 지역의 목소리는 아예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혁신도시정책, 이명박 정부는 5+2 광역경제권 정책,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지역발전정책을 추진했다. 물론
이들 정책들이 다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역대 정권들마다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지방분권은 시대적인 요청이다. 19대 대선은 지방분권 실현의 골든타임이다. 각 당 대선 후보들은 지방분권에 대한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지방분권형 개헌에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대선후보들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게 1순위 공약에 과감한 자치분권과 행정개혁을 내세웠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마지막 열번째 공약에 지방분권형 개헌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등 주요 대선 주자들은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등에서 요구했던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등 지역 의제에 대해서는 공약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유승민 후보가 헌법정신 실현 정치혁명을 위해 지방 분권형 개헌을 약속했고, 홍준표 후보가 작은 정부의 일환으로 국가사무 지방이양을 공약했다.
지방분권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지방분권을 확고하게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지방이 없으면 중앙이 없고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없다. 지방의 붕괴는 국가존립과 직결된다. 따라서 차기정부에서는 반드시 개헌과 함께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지방분권형 국가로 전환돼야한다. 대선후보들의 지방분권에 대한 공약을 살펴본다.

● 민주당_문재인 후보
지방분권’과 관련된 내용은 2순위 공약인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정치권력과 권력기관 개혁)에서 지방분권에 따라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이 공약의 목표는 ‘권력핵심인 대통령 권력을 국민에게 이양하겠다’는 것이지만 지방분권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대표적 지방분권 방안으로 문재인 후보는 ‘전국 시·도지사 참여 하는 자치국무회의 신설과 현행 국고보조금 제도를 포괄보조금 체제로 개편, 민생치안 업무의 지방사무 이양 등을 제시했다. 또한 2018년 지방선거때 지방분권개헌투표를 하기 위해 취임 직후 개헌특위와 산하 국민참여 개헌논의기구 구성을 공약했다.
그는 지방분권과 관련,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대체해야한다며 제주도와 세종시는 연방적 수준의 자치분권 시범지역 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국민의당_안철수 후보
안철수 후보는 직접민주주의 요소 강화, 지방분권 강화를 주요 공약에 포함시켰다. 5순위 공약인 ‘국민주권의 더 좋은 민주주의 기득권 타파와 협치·통합의 정치’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헌법에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입법권·재정권을 확대하는 등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투표 범위 확대,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도 약속했다.
특히 지방분권과 관련, 안 후보는 무엇보다 지방정부에 입법권, 재정권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 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부분도 개헌에 명시해 국민투표를 거쳐 국민의사를 묻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협력적 평등관계를 지향하고, 특별행정기관 업무 중 지자체와 중복 되거나 유사한 업무는 지방으로 이양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 자유한국당_홍준표 후보
홍준표 후보 역시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사무 이양을 약속하는데 그쳤다. 그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행정권역을 개편해서 규제를 혁명적 수준으로 풀고 자치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7순위 ‘부패척결과 공공부문 개혁으로 사회부조리 차단’ 공약에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9순위 ‘4차산업혁명 선도와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서 지자체 및 민간단체로 국가사무의 과감한 이양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 바른정당_유승민 후보
유승민 후보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약속했다. 마지막 10순위 공약으로 ‘권력기관의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정치혁명을 이루겠다’면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행방안 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 연말 개헌안을 발의해 2018년 지방선거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 정의당_심상정 후보
심상정 후보는 임기내 지방분권 실현 로드맵을 제시했다.
2018년 까지 지방자치법 개정과 지방분권 개헌 완료, 2020년까지 지방사무 이양과 자치경찰제 시행, 2022년 까지 재정 분권 단계적 실현 등이 포함됐다.
그는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해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자치입법권, 자치 재정권, 자치 조직권을 보장하는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