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석 5?18기념재단이사장 인터뷰


‘다시 부활하는 5월’ 진실캐기에 다가선다
전국화 중점목표로 5·18초등교과서 본격 보급과 ‘오월걸상프로젝트’ 추진
UN본부에서 5·18기념식과 함께 광주다이어리 개정판 출간 기념 학술대회도

글 박종수 기자 사진 5?18기념재단 제공

‘다시 부활하는 5월’ 5?18 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는 올해는 6월 항쟁 30년, 5?18학살책임자 전두환, 노태우 처벌 대법원 확정판결 20년과 맞물리면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선다. 여전히 진실규명과 전국화라는 해묵은 숙제가 가슴을 멍울지게 만들지만 켜켜이 쌓여가는 세월과 함께 감춰진 속살이 점차 제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5?18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면서 재단의 중책을 맡아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차명석이사장으로부터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5·18민주화운동으로 구속까지 되시고 지금은 5·18기념재단 12대 이사장으로 활동하시면서 37년을 맞이했습니다. 감회나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대학생 때에 5·18에 참여했다가 1994년에는 재단을 만드는데 참여하여 초대 사무처장을 했고, 지금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특별법 제정과 기념일 지정 등으로 5·18 정신계승에 큰 획이 그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왜곡이 극심해 다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5·18을 다시 세우는 일이 그만큼 절실한상황입니다.

5·18 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올해 주요 사업방향을 ‘전국화’로 정하고, 진실규명과 교류연대, 교육문화, 기념사업 지원 등 4개 분야의 사업을 확정·발표했습니다.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올해는 6월항쟁 30년이 되는 해이고, 5·18 학살책임자 전두환, 노태우 처벌 대법원 확정판결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5·18의 전국화를 중점 목표로 정하고 관련 사업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국제사업의 경우 광주인권상 시상식과 광주아시아포럼이 열립니다. 올해 광주인권상은 태국의 자투팟 분팟타라락사(Jatupat Boonpattararaksa)를, 2년마다 시상하는 광주인권상 특별상은 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의 가수 겸 래퍼인 세르지 밤바라(Serge Bambara)를 선정했습니다.
올해 5·18행사 때 시상식을 가질 예정인데 태국의 자투팟 씨가 미결구금상태라 참석 여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광주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외국의 도움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광주가 우리보다 더 어려운 곳에 손을 내밀어 잡아주어야 합니다. 아시아의 풀뿌리 민주주의단체를 초청하여 광주의 시민들이 그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광주아시아포럼에서는 각국의 민주·인권투쟁 경험과 함께 한국의 촛불혁명에 대해서도 공유할 계획입니다.
기념사업의 경우에는 ‘오월걸상프로젝트’인데 5·18 이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 기억하기 위해 오월걸상을 설치하는 사업입니다.
5·18진상규명투쟁 현장 및 열사들의 항거 현장에 5월의 정신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고 누구나 쉴 수 있는 오월걸상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3월에 서울 기독교회관 앞에서 오월걸상위원회 출범식을 가졌고, 5월 18일이 되기 전에 1호 걸상을 설치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진행하려고 하고 있으며 51,800원을 내면 됩니다. 인터넷에 오월걸상이라고 치면 해당 사이트가 안내됩니다.
교육문화사업은 2년에 걸쳐 준비한 5·18초등교과서도 본격적으로 보급할 예정입니다. 초등교과서는 3~4학년용과 5~6학년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내년에는 타시도 보급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6월항쟁과 연계하여 5·18사진과 기록물에 대한 전국적인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5월중에부산 가톨릭센터와 민주공원, 대구시청, 충남도청, 서울 서대문형무소 및 서울시민청에서 각각 전시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진실조사사업은 5·18진실규명을 위해 재단이 가장 핵심적으로 해야 할 사업으로 왜곡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진실규명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4월 17일에는 국회에서 전두환·노태우 대법원 확정판결 20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고, 5월에는 뉴욕UN본부에서 5·18기념식과 함께 광주다이어리 개정판 출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장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서 기념식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이면서 무거운 짐입니다. ‘아픈 오월’이 논란에서 벗어나 민주화운동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기념재단의 주요한 활동은 무엇입니까?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것이 재단의 주요 활동입니다. 1994년에 창립되었고, 이 시기는 전두환 노태우 구속 및 학살주범 처벌을 위한 투쟁이 전국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5·18기념재단도 자연스럽게 이런 활동을 가장 중심적으로 했습니다. 1995년에 5·18 특별법이 제정되고, 1997년 전두환 노태우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기념사업이 펼쳐지게 됩니다. 2000년에는 광주인권상을 제정하여 시상해왔고, 2005년부터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부터 체계적인 기념사업을 시행해왔습니다. 또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 교사 연수, 장학사업, 국제 국내 연대사업, 토론대회, 문학상, 레드페스타, 구술채록, 학술연구, 기
록물정리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올 1월 주한 미국 대사관 측이 5·18 민주화 운동 37년 만에 5·18과 관련한 문서들을 처음으로 5·18기념재단에 제공하면서 미완의 5·18 진상 규명에 단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재단측에서도 영문으로 작성된 해당 문건을 번역하는 등 정밀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측이 제공한 문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밝혀질진실은 무엇입니까?

리퍼트 대사가 이임하면서 재단에 들러 미 대사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문서들을 정리하여 기증하였는데 대부분의 문서는 재단이 확보하고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문서 자체의 내용보다는 그런 문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간 재단에 미국 대사와 관리들이 몇 차례 다녀갔습니다. 대표적으로는 2010년에 개서린 스티븐슨 주한미대사가 다녀갔고, 올해 1월에는 마크 리퍼트 대사가 재단을 방문했습니다. 주한미대사관과는 10여년 정도의 교류가있었는데 마크 리퍼트 대사처럼 관련 문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문서기증은 진실규명의 단초를 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 리퍼트 대사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에 관련된 문서를 전달했듯이 우리에게도 미국이 보관하고 있는 5·18 관련 문서를 전달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앞으로 새정부가 출범하고 5·18진상규명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미국과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여전히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측근을 통해‘신변안전’과 ‘전직대통령 예우’가 보장된다면 5·18 망월동 묘역을 참배할 수 있다며 광주시민의 감정을 상하게 했습니다. 망언과 궤변으로 일관된 회고록에
대한 대응책은 ?

회고록에 대한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고, 작년 신동아에 이런 내용이 실렸습니다.
여기에서도 북한군 개입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는 이것마저도 부정하고 5·18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5·18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의 5·18의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포장하고 있어요. 회고록이 나오자마자 반박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현재는 광주지방변호사회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대응팀을 구성하여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내용 검토 중에 있습니다. 내용 검토를 마치는 대로 4월말 경에 법적 대응을 할 계획입니다.


계엄군이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에서 민간인에게 벌컨포 등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던 여러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광주시와 기념재단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던 탄피들이 1980년 5월 이전에 제작된 벌컨포와 기관총 탄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진상 규명 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헬기 총탄흔적 발표, 1980년 당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벌컨포 탄피 발견 등으로 길게는 37년, 짧게는 전두환 노태우 대법확정판결이난 지 20년 만에 5·18진상규명에 대한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헬기총격의혹 진상규명 촉구결의안이 채택되었고, 유력대선주자들이 5·18진상규명 및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진상규명 작업은 새정부 출범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발포명령자, 헬기사격, 벌컨포사용 등 5·18의 미해결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군에서도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는 5·18 관련 기록을 반드시 공개해야하며 이것은 군의 명예 회복을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5·18 공식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하면서 해마다 파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념행사를 치를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마련이 시급합니다 ?

5·18 기념식이 2003년 정부 행사로 승격된 이후 2008년까지 ‘님을 위한 행진곡’은 본행사 때 공식 제창됐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과 2010년에는 본행사에서 빠지고 식전 행사 때 합창단이 불렀습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본행사 때 합창단이 이 노래를 불러 일부 5·18 단체회원들이 본행사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에는 국가보훈처가 님을 위한행진곡 제창을 거부하여 5월단체 대표들이 기념식에 불참하고 광주시립합창단도 공연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이런 파행은 작년까지 계속되었는데 올해는 새정부 새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유족과 광주시민들이 요구하는 노래를 부르지못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기념곡 지정을 법제화 하는 것도 추진하겠습니다. 새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5·18기념재단의 활동이 재단 중심에서 시민사회의 참여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5·18의 새로운 도약과 시민들이 보다 가까이하는 재단을 만드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재단은 궁극적으로 광주시민과 함께 해야 하고, 활동을 통해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재단에 대한 높은 관심은 시민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많은 논의를 통해 좋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보고있습니다.

마지막으로 5·18재단의 운영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있었습니다. 이사장님께서도 시민의 여론에 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재단의 민주적 운영과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의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협력하고 직원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습니다. 재단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식해주었으면 합니다. 재단은 국비를 지원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사업비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인건비는 사업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반영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자체 기금으로는 단체지원과 이사회 및 사무처 운영도 벅찬 실정입니다. 재단운영에 대한 제도적 안정장치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이 부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광주시와 시의회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