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병 운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현대의 민주주의는 ‘언론’과 ‘정당’을 매개로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고도의 간접 민주주의이다. 간접 민주주의를 운용하는 핵심 기관이 정당인 셈이다. 정당은 현대 민주주의를 직접 구체화 하고 실행하는 핵심 기구이기 때문이다.
정당이란 태생적 으로 자기 지지층의 뜻을 대표하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유권자들을 대변할 다양한 정당이 없을 경우, 국회의 국민 대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정당은 자의든 타의든 국민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게 힘들다.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우리 정당 체제가 이제 양당체제 로부터 온건 다당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지난 20대 총선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보기 드문 다당제를 만든 선거로 기록됐다. 어느 한 정당에 과반을 허락하지 않고 여야가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을 주문했다. 이는 새정치를 열망하는 국민의 요구 일수도 있다.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변화된 21세기에는 과거의 양당체제 로는 국민의 이익과 요구를 반영할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 협치 통한 국정운영 주문

지난달 9일 치러진 제19대 대선 에서도 유례없는 다당제로 인한 후보들이 경쟁을 벌였다. 특히 후보 단일화 또는 사퇴가 없이 치러진 보기 드문 선거였다. 주요 정당 후보 5명이 국민의 선택권이 확대된 것을 계기로 승자독식, 패자절망의 정치풍토를 개선해 다른 정파의 목소리를 겸손하게 경청하는 시스템을 만들 었다는 평가다.
광주·전남의 경우 20대 총선 에서는 전체 18개 의석 가운데 16개를 국민의당에 몰아 주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광주에서 61.14%, 전남에서 59.87%를 각각 획득했다. 이에 반해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 득표율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총선 권력은 국민의당이, 대선 권력은 민주당이 양분하는 결과를 보였다.
대선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간 합당 얘기가 나온적이 있다. 국민의당 내부의 복잡한 기류를 반영하듯 합당 문제가 거론 됐으나 반발이 거셌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지방선거 전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결국 양당제로 돌아가자는 얘기였다. 이는 총선 민의는 물론 지역민들의 정치의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양당제 일 때 지역정치인들은 선거 직전 공천을 받는데 사활을 걸었다. 광주·전남의 특성상 공천이 곧 당선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천에 올인하고 공천이 되고 나면 정작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지역민들의 민심을 얻는 노력 보다는 선거운동 기간동안 아무 사고 없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양당제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2개당 이상이 경쟁 했을때는 선거기간 동안 치열한 민심잡기 싸움이 벌어졌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후보 선택권이 넓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광주·전남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경합하며 선거다운 선거를 치렀다. 대부분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 됐으나 양당간 호남민심을 잡기 위한 최고의 경쟁을 벌인 선거였다.
이후 지난 20대 총선에서 지역민심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으로 양분 되면서 경쟁을 벌였으나 국민의당이 완승했다.
양당제와 다당제의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민들도 어느새 왜 다당제 필요한지에 대해 체감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 실질적 욕구 반영

다당제가 양당제에 비해 정치 불안정성이 크고 연립내각의 경우 정치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들이 다당제로 운영되는 것은 국민주권 및 대의제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 국민들의 실질적인 욕구를 더 효율적으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다양한 정치 선호를 최대한 반영하고, 말없는 다수의 상식에 따르는 정치를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정당이 필요하다. 각 정당간에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적 능력을 높일 필요도 있다.
또한, 정당이 살아있는 민주주의와 정치의 교육 현장이 되기 위해서는 당내 민주화를 정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정당들이 많이 존재하면서 사안에 따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는 정치체제의 정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