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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 (25) 지게 어사용

시간 속의 굳은 살

2017년 06월 19일(월) 00:27
며칠 전 TV를 보다 자전거 탄생 200년을 맞는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자전거가 독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내용과 함께 처음 만들어진 자전거는 페달이 없어서 자전거를 올라탄 사람이 안장 위에 앉아 두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자전거를 움직였다고 한다. 땅 짚고 헤엄치기는 쉬운 일에 이야기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페달이 없던 자전거가 꼭 땅 짚고 헤엄치기 하는 모습으로 상상이 되어 그저 웃음이 난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 두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야만 자전거를 이동시킬 수 있었던 초기의 자전거 타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처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던 날의 기억 속에서도 자전거 타기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 이리저리 넘어지지 않으려 애를 써보지만 넘어지는 쪽으로 자꾸 앞바퀴의 방향을 돌리게 되고 그렇게 넘어져 가면서 드디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순간의 기억은 기쁨과 배신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타기를 배우면서 서로 자전거 뒤를 잡아주어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는데 절대 손을 놓지 않겠다던 친구의 목소리가 점점 뒤로 멀어지면서 들렸던 웃음소리에서 “자전거를 이제 탈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기쁨과 동시에 찾아온 배신감이었던 것이다. 지금 그 친구가 무엇을 하며 잘 지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기억 속 친구의 만족스런 웃음소리는 지금까지 생생하기만 하다. 독일 자전거 탄생 200주년의 소식이 가져다 준 추억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발명했다는 “지게”가 생각난다. “지게”는 조선후기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지개”라고 불렀다가 현재의 “지게”가 되었다고 한다. 전국 어디서나 사용되었던 지게는 지게의 형태나 모양이 지역의 특성에 맞게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에도 지게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으로 “조센가루이” 도는 “조센 오이코”라고 부르며 대마도에서는 우리말의 발음과 비슷하게 “지케” 혹은 “지케이”라고 한다고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어찌 되었던 “지게”는 참 소박한 운송수단이다. 지게는 지게를 지는 사람의 몸에 맞게 맞춤형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지게 위에는 짐이 실리기도 하지만 일을 마치고 오는 아버지의 지게에는 곧잘 아이가 올라타 있기도 하다. 비싼 외제차는 아지만 그 시절 그 어떤 것 보다 좋은 차였을 것만 같다. 그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은 아버지의 등에서 나는 땀 냄새와 온기가 온전히 전해져 가슴 먹먹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시골풍경도 제대로 없는 내 기억 속 지게는 노래에 남아있다. 바로 “지게 어사용”이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는 지게를 지고 산을 타며 나무를 해야 하는 자신의 흙수저인 신세타령이 담겨있다. 지게를 진 양 어깨에 살이 단단해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 것이며 그 시간동안 자신들의 신세를 이렇게 노래로라도 풀어내느라 얼마의 시간이 더해졌을지 짐작할 수도 없는 나의 생각의 시간들이 더해지는 노래이다.

요즘 이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사실 없다. 그저 배워서 하는 노래가 하닌 실제 일을 하면서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없는 이 노래는 사라지고 있다. 자전거는 한 번 배우면 시간이 흘러도 다시 몸이 기억해 낸다고 하는데 이런 노래는 시간이 흘러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는 이들이 없으니 안타깝다. 신세가 좋아져서도 아닌데 이런 노래들은 사라지고 있고 이런 노래로라도 신세타령을 하며 풀어낼 재능도 없는 나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의 모습도 안쓰럽다. 그리고 대리만족할 수 있는 신의근의 “지게 어사용”을 들어보기 바란다.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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