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활동 통해 장애인들 삶의 희망 찾았으면”


전라남도 장애인 선수들의 체계적 지원을 위해 출범한 전라남도장애인체육회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7년 2개팀 4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전남장애인체육회는 10년이 지난 현재 3개팀 9명의 사무처 직원과 서비스팀장을 비롯 25명의 지도자가 배치돼 전라남도 장애인 체육인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9월말경 체육회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으며 장애인선수들을 위한 특장차 마련, F1경기장에서의 전국어울림사이클대회 등도 올해 준비중인 전남장애인체육회 행사들중 하나다.
지난 2015년부터 전남장애인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정성만 상임부회장(61)으로부터 전남장애인체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전남 장애인 선수들의 체계적 지원을 위해 출범한 전라남도장애인체육회가 어느덧 10년을 맞았다. 그동안 직원이나 지도자, 그리고 예산 규모 등 조직의 변화는.
▲2007년 창립 초기에는 2개팀 4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3개팀 9명의 직원, 그리고 찾아가는 서비스팀장을 포함해 25명의 지도자가 시·군별로 배치돼 있다. 예산 규모 역시 출범 첫해 4억원에서 현재 34억원으로 늘어 가맹단체 및 시군장애인체육회 지원, 각종 대회 참가 및 개최 지원, 신인선수 발굴 및 우수선수 양성, 장애인생활체육 육성 및 보급을 통한 장애인체육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장애인체육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연속성이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지난 10년간 사무처장만 11명이 거쳐 갔다. 평균 1년도 있지 않았다는 것인데 업무파악만 6개월이 걸린다고 했을 때 중장기 계획에 대한 추진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전남장애인체육도 이제 단기가 아닌 중장기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전국체육대회 메달 수상자 포상금이 대폭 향상됐다. 이전에는 금메달 30만원, 은메달 20만원, 동메달 1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졌다. 전남을 위해 뛴 선수들인데 너무 열악했다. 타 지자체의 사례를 살펴보니 최고 100만원 이었다. 금메달 수상자의 경우 기존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린다는 것이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지난해 체전부터 포상금을 전국 최고수준인 100만원(금메달)으로 올렸다.

- 장애인선수들의 이동수단이 될 특장차도 마련했다고 들었다.
▲그동안 전남에는 중증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탈 수 있는 특장차가 없었다. 속초에서 보치아 시합이 있어서 갔는데 아마 10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날씨도 추운데 선수들이 체육관 한쪽에서 모여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왜 찬밥을 먹느냐고 물어보니 차가 없어서 이동하기가 여의치 않아 도시락을 사와 먹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알고 보니 보치아 선수단이 특장차가 없어 여수 동백원의 특장차를 얻어 타고 대회장으로 왔었는데, 동백원 선수들의 대회가 끝나 특장차가 전남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중증장애인들이다보니 식당을 가는 것도 쉽지 않고 움직이면 더 힘들어지니 간단히 도시락으로 해결했다는 이야기에 특장차가 시급하다고 여겼다. 다행히 예산을 확보했고 입찰과정에 들어갔다.

- 그동안 광주에서 3차례 열렸던 전국어울림사이클대회가 올해는 전남에서 열린다.
▲전남에 F1경기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9월말에 열릴 전국어울림사이클대회를 F1경기장으로 유치했다. 광주에서는 도로에서 대회를 하니 위험한 점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F1경기장은 대회장소로 독특하다는 장점도 있고 안전하기도 하다. 이색적인 대회가 될 것 같다. F1경기장에서의 대회 개최 소식에 일반사이클연맹에서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와서 ‘어울림’ 행사인 만큼 함께 어우러지는 대회를 개최하려 한다. 장애인참가자 300명, 일반참가자 700명 등 1,000명 규모의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명절이 매우 길어서 그 기간을 피해 대회를 개최하려 마지막 일정을 조율중이다. 이 대회는 문화체육부장관배인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이 제대로 활성화되면 국제대회로 업그레이드할 계획도 있다. 국제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F1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타국에서도 참여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 전남장애인체육회와 인연은 어떻게 맺었나.
▲지난 2012년 전남장애인체육회 2기 집행부 부회장으로 참여했다. 이후 2015년 1월 상임부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미력한 힘이나마 성심을 다해 전남장애인체육진흥에 노력하고 있다.

- 전남장애인체육회와 함께 하면서 가장 보람찬 일이 있다면.
▲장애인체육에 대해 모르고 지내는 장애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근래에는 후천적 장애가 많은데 장애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던 사람들, 단체고 활동이고 생각도 못했던 사람들이 장애인체육, 패럴림픽이 있다는 것을 알고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을 봤다.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되면 좌절하고 실망하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사나 고민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자신들에게도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봤을 때 보람이 크다.

- 장애인체육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는다는 의미인가.
▲장애인체육은 비장애인체육과 달리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다. 장애인체육은 재활의 의미도 있지 않나. 육체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다. 훈련에 집중하다보면 좌절했던 시간들, 누군가 또는 어떤 상황을 억지로 이겨내야겠다는 욕심 등을 털어버릴 수 있다. 후천적 장애인들이 그런 과정을 많이 겪는데 체육활동을 통해서 삶의 희망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생활체육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관련 자격증도 따고 나이 들면 심판도 할 수 있다. 비장애인들과 대우도 똑같다. 그들에게도 여러 가지 길이 생기는 것이다. 평생 살아가면서 경제적인 부분이나 삶의 여유에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전국을 다닐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다.

- 엘리트와 생활체육 분야에서 장애인들에게 체육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구분은 기량의 차이다. 장애인들에게 체육활동은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장애 후유증으로 심리치료가 필요한 분들도 있고, 스스로 체육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첫 번째 삶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가지게 됨을 의미한다. 체육활동은 장애인들에게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인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전남은 장애인체육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동안 선수들의 훈련여건, 환경 등을 만드는데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다른 시·도보다 여건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젊은 장애인분들이 생활터전을 잡을 수 있는 기반조정이 미약해 타 지역으로 전출하는 현상이 심하며 선수 수급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한정적 여건과 경제적 여건이 어렵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선수분들이 뜨거운 애향심과 전남인의 긍지로 열심히 활동해주시기에 저희 체육회도 이에 맞춰 더 좋은 여건을 제공하려 노력중이다.

- 우수선수 발굴과 지속적인 지원체계 구축방안은.
▲두 가지 중점전략을 추진했다. 첫째 현장에 답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22개 시·군에 찾아가는 서비스팀 지도자들을 파견, 발굴단 역할을 하고 있다. 생활체육교실에 참여한 인적 자원 중 운동수행능력이 뛰어난 대상을 발굴하는 시스템이다. 둘째 시·군 지부 또는 가맹단체에서 추천하는 신인선수에 대해 사무처가 직접 방문면담을 하거나 전라남도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한 경기 실적을 중심으로 전국체전 전남도 대표로 발탁해 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선수 발굴과 지속적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발전방향과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 특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체력을 증진시키고 우수선수로 양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여건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장 먼저 추진되어져야 할 부분이 유소년들이 체육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라남도교육청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학교체육에서부터 장애인체육이 양성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한다.

- 올해 동계종목 활성화, 전문화 체계 구축, 운영 내실화 강화, 인프라 확장 등 운영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올해 목표사업의 진행상황은.
▲먼저 동계종목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아이스슬레이지하키팀을 구성했다. 지난해 첫 대회 출전후 올해는 정식 가맹경기단체로 등록해 연중 지원 가능한 행정시스템을 갖췄다. 또 설상종목에서 그동안 특수학교 선수들 위주로 기초부터 꾸준히 양성한 결과 크로스컨트리에서 여자(지적 박영순), 남자(시각 김민영) 동메달과 바이애슬론 남자(시각 김민영) 은메달을 획득, 전남장애인체육회 창립 최초로 순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러한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향상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목에서 적합한 조건을 갖춘 선수 발굴은 물론 과학적인 트레이닝을 위해 개인별 선수관리 매뉴얼도 있어야 한다. 전략종목에만 국한됐던 예산 투자를 비인기종목이나 저성장종목에 반영하기 위한 예산 확대 방안이 가장 큰 목표다.

- 흔히들 10년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기라고 한다. 앞으로 전남장애인체육회가 바라보는 방향은.
▲전라남도장애인체육센터 건립, 꿈나무 선수 발굴, 그리고 시군지부에서 한 개씩의 종목을 키웠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시·군에 생활체육지도자가 없었는데 지금은 22개 시군에 모두 생겼다. 장애인시군체육회도 8개로 차츰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체육센터는 광양에 개관했고 여수가 올해 말 개관 예정이다. 2개시가 모두 동부권이다보니 전라남도장애인체육센터는 서부로 유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매칭포함 100억원이라는 예산 확보 문제도 있고 부지 문제도 있어서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운동처방도 하고 싶은데 일단 공간 확보가 먼저다.
얼마전 광주시장애인체육회를 방문해 체육센터를 직접 둘러봤고 곧 충남장애인체육회 벤치마킹을 간다. 앞서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 실천중인 타 지자체를 벤치마킹해 전남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다. /최진화 기자


약력

▲전주시 ▲전주고 ▲전북대 금속공학과 ▲포스코 근무(1978~1990) ▲지적장애인복지시설 ‘참샘동산’ 설립 운영(2008) ▲㈜픽슨 대표이사 ▲전북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겸임교수 ▲전라남도장애인체육회 부회장 ▲〃 상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