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 2018.09.20(목) 17:18
닫기
국악, 그 넓고 깊은 숲(27) 춘향가 중 어사또 글짓는 대목

이쯤은 되어야…

2017년 06월 30일(금) 00:00
오늘은 다른 방송 이야기를 하자니 우리 프로그램에 좀 미안해지지만 그래도 피디로서 다양한 그 무엇에 관심을 늘 가져야 하는 직업상 특성 때문에 다른 방송을 듣고 보고 이야기 하는 것쯤이야 괜찮을 터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겠다.
나는 매주 목요일 밤이면 찾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진행자와 출연자 두 명이 앉아서 이슈가 되는 정치판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양한 각도에서 읽어낼 수 있는 세상이야기가 밑줄 그으며 책을 읽듯 하나하나 또렷한 현상처럼 읽어지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리고 최근 금요일이면 찾게 되는 TV 프로그램이 하나 더 생겼는데, 다양한 전문가가 출연해 어느 장소를 가는 길부터 그곳을 둘러보고 이후 서로 둘러앉아 식사도 하고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속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공감하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두 프로그램 모두에 출연하는 출연자로 유시민 작가가 있다. 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도 그의 글도 읽어보고 그의 프로그램은 좀 찾아 보려는 나이기에 그가 여기서 하는 말과 생각에도 주목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두 프로그램에서 모두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유시민 작가가 20대 시절인 1980년대, 그러니까 당시는 “민주화는 언제쯤 이루어 질 수 있을까”라고 서로 목이 터지도록 외치던 바로 그 때 유시민 작가는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배후조종자로 몰려 구속이 되어 ‘항소이유서’를 직접 작성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글을 한번 읽어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글을 잘 써서이기도 하지만 자기애에 빠지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 세상의 진실을 써 내려간 것 같기 때문에 감동을 준다.
나는 사실 전문가도 아니고 학생 때도 ‘운동권’이라 부르는 학생도 아니었으며 정치는 더더욱 모르니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는 사실 접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유시민 작가가 한 이야기 중에서 그 당시 쓴 ‘항소이유서’ 때문에 감옥에서 나와서도 글을 써야 하는 것만 생기면 선배들이 그 글을 써달라고 했고 그때 든 생각이 “나는 글을 써서도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유시민 작가의 설득력이 있는 논리적인 글에 사람들이 공감한다면 우리는 또 어느 초등학생의 시에서도 평생 주부로 살아온 어느 할머니 시에서도 공감하고 흔들린다. 야산에 핀 들꽃이 작은 바람에 살짝 흔들린 것 같은데 우리 가슴은 먹먹한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면에서 감동을 주는 시를 떠올려 보면 우리 소리 한 대목이 생각난다. 춘향가 가운데 이몽룡이 어사가 되어 춘향을 가두고 괴롭히던 변사또 생일 잔칫날 거지꼴로 자신을 숨기고 찾아가 잔칫상 한쪽 끝에 앉아 시를 한 수 써 놓고 자리를 뜬다. 그 시를 본 다른 고을 수령은 시의 의미를 알아채고 하나둘 자리를 뜨는 순간 어사또는 여러 수하들을 이끌고 들이닥친다.
그 시는 “금준미주(金樽美酒)...”로 시작되는데 “금술동이에 있는 맛있는 술은 많은 사람의 피이고 옥으로 만든 소반 위 맛있는 고기는 많은 사람의 기름이다. 촛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도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는 원망의 소리 또한 높다”라는 내용이다. 곧 있을 부정부패 사또의 적폐를 암시하고 있는 이 시는 속이 다 시원하다. 그리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해준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슈가 된 것 중 하나가 어느 당에서 심기일전을 하고 싶다며 5행시를 지어달라고 한 것에서 출발해 논쟁이 된 일이 있다. 서로 견제를 하는 당끼리 주고받은 시를 보고 국민들은 지금 무엇을 할 때인지에 대해서 좀더 바른 생각을 해 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그들의 시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 춘향가 중 어사또 글짓는 대목이었던 것이다. 글을 짓는다면 적어도 무엇에 항변을 하고 무엇에 분개하고 무엇을 기리고 싶은지가…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국악방송 www.gugakfm.co.kr
광주 99.3MHz 전주 95.3MHz 남원 95.9MHz 진도목포해남 94.7MHz
회사소개회원약관개인정보보호정책제휴문의광고문의기사제보웹메일청소년보호정책
대표전화 : 062) 720-1000팩스 : 062) 720-1080~2인터넷신문등록번호:광주 아-00185
회장:박철홍 / 대표이사 발행인·편집인:김선남 / 편집국장:정정용
[61234] 광주광역시 북구 제봉로 322 (중흥동) 삼산빌딩 이메일 : jndn@chol.com개인정보취급방침
*본 사이트의 게제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