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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 (28)휘모리 잡가 육칠월 흐린 날

단순함의 편안함

2017년 07월 07일(금) 00:39
내 고향은 늘 흐린 날이 많다. 그래서 차를 타고 어디 다니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멀리 출장을 다녀올 때도 저만치에 보이는 흐린 하늘이 보이면 집에 다다른 것 같은 안도감이 들어 마음이 편안했다. 그런데 늘 흐린 내 고향 하늘은 알고 보니 흐려서가 아니라 미세먼지 때문에 그렇게 늘 흐린 날 같은 거였다. 이런 현실을 몇 년 전부터 인식하고 속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몸에 배서 그런지 아직도 흐린 날인 줄 알고 마스크나 다른 보호 장비 하나 없이 내 고향 서울을 누비고 다닌다.
이렇게 늘 흐린 서울의 하늘에 붉은 노을이 한강 저 건너 하늘가를 물들이고 해와 나의 거리는 무시한채 내 마음에까지 다가와 붉은 물을 들이고 만다. 한강 다리를 건너며 기차는 속도를 더 붙이고 창문 너머의 풍경은 빨리 돌려보는 영상이 되었다. 그래도 놓치지 않고싶어 고개를 돌려 보이지 않을 때까지 붉은 노을을 바라본다. 이내 나는 붉은 노을 덕분에 마음상태가 '좋음'이 된다. 섭섭한 말 한마디에 풀이 죽었다가도 이런 풍경하나에도 마음이 어느새 되살아나는 나는 참 단순하다 싶다. 좋은 말로 순수하다고 하는게 좋으려나... 순수함 그 자체는 그러고 보면 사실 자연이다. 바짝 말라있던 식물들은 장맛비에 목을 축이고 생기를 찾았고 쩍쩍 갈라졌던 강바닥은 그 틈을 물길로 채우고 되살아나고 있다. 장맛비가 단비가 된 것이다. 장마철은 대개 양력으로는 6월과 7월에 있는데 음력으로는 5월과 6월 사이에 든다. 휘모리잡가 '육칠월 흐린 날에'는 이 장마철에 대한 풍경이 담겨있다. 우선 휘모리잡가는 서울, 경기 지역의 잡가로 휘모리에서도 느껴지듯이 빠른 박자로 몰아가는 노래다. 이 노래는 “육칠월 흐린 날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로 시작하는데 두 명의 등장인물이 있다. 그 중 한 명은 육칠월 흐린 날에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입고 소를 몰고 바삐 가는 총각머슴을 불러 세운다.
노래 내용에 총각머슴의 차림새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익살스럽게 묘사를 해서 노래를 듣는 사람도 그 머슴의 모습을 총총하게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까지 담고 있는 노래이다.
그런데 이렇게 바삐 가는 총각머슴을 불러 세워서는 오뉴월 장마 통에 웅덩이진 곳에 물고기가 넘쳐 나와 물고기가 많이 있으니 그 고기를 잡아 임의 집에 갖다 주고 술안주가 되도록 부쳐달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장마철에 강물이 넘쳐나 웅덩이에 이렇게 물고기가 많았나보다 하는 생각과 더불어 이들은 과연 초면일지 구면일지까지 온갖 상상을 더하고 있다 보면 또 한명의 등장인물인 총각머슴이 대답을 한다. 팔자가 기구해서 남의 집 머슴을 살아 새벽부터 밤중까지 여러 가지 고된 일들로 해야 해서 그 부탁을 들어주기 어렵다고 거절을 한다.
스토리가 있는 이 노래는 노래의 앞머리에 나오는 “육칠월 흐린날...”이라는 가사를 단순하게 제목을 붙여 '육칠월 흐린날' 또는 '육칠월'이라고 부르는데 휘황찬란한 모습은 아니지만 단순해서 편안한 사람을 대한 듯 수수한 노래이다. 노래에 나오는 다양한 단어들도 옛스러움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또 좋다. 그
리고 “새벽이면 쇠물을 하고 아침이면 먼산나무 두세 번하고 낮이면 농사하고 초저녁이면 새끼를 꼬고 정밤중이면 국문자(國文字)나 뜯어보고 한 달에 술 담배 곁들여 수백 번 먹는 몸이라 전할지 말지.”로 끝맺는 노래 속에 담긴 머슴의 일상에서 우리들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왜인지 싶다.
하지만 장마철 애호박 부침개를 간장에 콕 찍어 먹으며 가뭄을 해갈하듯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더하는 날이 되기를 바라본다. 곁들여 경쾌한 박자로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휘모리 잡가 '육칠월 흐린날'을 듣는다면 그 맛이 더 깊어져 '개미진' 삶이 되지 않을까.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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