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는 말 그대로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요즘 돌아가는 광주시의회가 그렇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꼴이 우습다 못해 창피스럽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후반기 예결특위 구성과 관련한 숫자 싸움에 혈안이기 때문이다.
애초 양 당의 갈등은 예결위 소속 위원 비율과 관련한 이견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은 전체의원 22명중 민주당이 12명인 관계로 예결위원 수에서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예결위원장은 민주당에 내주는 대신 교섭위원 과반수를 국민의당으로 채워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듯 시의원들이 예결위 자리에 목을 맨 이유는 뭘까.
광주시 전체 살림살이의 심사권을 쥐고 있는 예결특위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시의원이라면 눈독을 들이는 ‘꽃보직’이다.
공천에서의 존재감 입증과 지역구 예산배정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일부 의원들은 인지도를 높이려고 이목을 끌기 쉬운 단체장 출마로 몸값을 높인 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시의원으로 리턴하려는 잔머리도 굴리고 있다.
때문에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시민들의 공분이 극에 치닫고 있는데도 정신 줄을 놓고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인 것이다.
시민들을 위한 합의와 협치 상생인 민주주의 원칙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잘못을 범하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광주시의회.
시민들을 대표로 완장을 꿰차고 호가호위하는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더 이상 광주시의회가 추해지지 않고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너절한 ‘네 탓 공방’을 내려놓고 스스로 반성하며 자성의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차기의회에 좋은 귀감이 되는 선배로 새로운 각오로 거듭나야 한다.
밥그릇 싸움이 아닌 시민들을 위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밥그릇이야 말로 시민들이 잠시 빌려 줬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조기철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