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두달이 지났다. 지난 두달여 동안 문 대통령과 정부는 나라 안팎으로 꽤 많은 일들을 하고자 노력했다. 경제회복과 북핵위기 타파, 적폐청산 등 밀린 국정현안들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가장 중점을 둔 부문이 실업난 해소와 일자리확충이다. 야당의 보이콧으로 추경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지만 국정의 방향 및 초점은 옳다고 본다.
사실 일자리 확충이나 먹고사는 문제는 인구감소나 지방소멸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인구감소 문제는 시급성이나 중요성 측면에서 어느 사안보다 절실하다고 본다.
인구격감 및 지방소멸 문제가 얼마나 절박하고 중요한지는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내놓은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가 다시 확인시켜 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 ‘인구 절벽’의 우려를 잘 보여준다. 전국 지자체 229개를 상위 25%씩 인구감소 안정지역-검토지역-신중 검토지역-위험지역 등 4개 단위로 분류한 결과, 인구가 급격히 줄어 2040년 인구소멸이 우려되는 위험지역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시 4곳, 군 36곳, 구 17곳이었다.

절박함 있어야 대책 나온다

광주·전남에서도 지자체 4곳이 2040년이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상위 단계인 인구감소 신중검토지역도 8곳에 달했다. 반면 인구 변화가 안정적인 지역은 광주 광산구를 포함한 광양·장성·영암·해남 등 5곳에 불과했다. 인구격감의 심각성이야 그동안 귀가 아프게 들어온 사안이지만 이번 조사는 인구 이동과 출생·사망을 고려한 장래 인구를 추정해 지방소멸 개념을 적용했기에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인구소멸위험단계 진입 보고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르면 인구소멸위험단계 진입 지역은 2016년도에 이미 84개로 분석됐다. 일부 자료에선 전국 시·군·구·읍·면 중 출생신고가 10명 이하인 곳이 42.4%에 달하고 올해 출생아 수가 40만명을 한참 밑돌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고서별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인구소멸 및 지방소멸은 이젠 우리들 눈앞의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와관련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얼마 전 문재인 정부의 4대 복합혁신과제를 선정 발표했다. 이중 인구절벽 해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국가, 고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이 눈에 띈다. 특히 국정위는 지금까지의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회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100조원을 썼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으니 당연한 진단이다.
국정위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문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들이 일자리를 마련하기 힘들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10년 앞도 못 내다 본 정책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출산이 국가의 명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일자리 확충에 두겠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다.

일자리 확충이 최선의 대책

현 정부는 일자리창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투자 없는 성장,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며 소수의 대자본만 높은 이익을 향유하는 현실에서 공공의 역할, 즉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실제 공공부문의 일자리창출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다. 사회의 기본적인 복지수요를 충족하며 국민 생활의 안전과 질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추경 등을 통한 사회 안전망 강화와 일자리를 늘리는 좋은 정책들이 실현돼야 한다.
우리지역도 이에 맞는 정책들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남도는 인구와 4차산업혁명 전담부서를 만들어 190만명이 무너진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는 정책 등을 수행해 나갈 방침이다. 9월 도의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은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른 후속조치일 수 있겠지만 옥상옥의 기구가 아닌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돼 명실공히 인구절벽 해결책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정정용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