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1050-덕흥마을 당산나무 ‘시들’

500년 수령의 덕흥마을 당산나무가 소방도로 개설 과정에서 잔뿌리 등에 큰 손상을 입어 폐사 위기를 맞고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당산나무가 5년째 생기를 잃고 고사돼 가고 있지만 서구청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9일 덕흥마을 주민회에 따르면 500년째 마을을 지키고 있는 당산나무가 고사돼 가면서 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덕흥마을 당산나무는 매년 정월대보름에 주민들이 당산제를 열고 무병과 평안을 기원할 만큼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정신적인 지주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또 마을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모여 휴식을 즐기거나 잔치를 여는 공간이었다. 서구청도 지난 1982년 보호수로 지정해 매년 관리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서구가 덕흥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소방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당산나무의 잔뿌리 등이 손상돼 나무는 점차 생기를 잃었다. 이에 서구는 5년째 당산나무를 치료하고 있지만 살아날 기미는 커녕 점차 고사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구는 문제가 불거지자 처음엔 나무 뿌리를 덮고 있는 흙을 복토하고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지만 현재는 영양주사 처방, 방제 약제 투입 등에 소극적인 태도로 변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주민 최 모씨(79·여)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상징이자 수호신같은 존재인데 점차 고사돼 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가슴 아프다”며 “구청에서 당산나무를 배려해 공사를 했으면 이러한 재앙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강 모씨(77)는 “서구청이 첫 해에는 치료에 애쓰는 것 같더니 요즘은 아예 방치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줬던 당산나무가 고사되면서 마을에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하다 “고 밝혔다.
이에 서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후 영향으로 인해 나무상태가 좋지 않아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따로 예산을 투입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환경단체는 당산나무의 현 상태는 폐사 직전이고 반드시 외과 수술이 필요하고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공사를 하기전에 부서간 협업을 했다면 당산나무가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외과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보호수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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