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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30) 경기잡가 방물가(房物歌)

거짓말

2017년 07월 21일(금) 00:00
어린 시절 상당히 긴 회 차의 중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이것은 다 나의 오빠로 인해 생겨난 일이기는 하지만 한 회 두 회 보다 보니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재미를 느끼고 나중에는 오빠보다도 그 드라마에 빠져 밤을 잊은 채 보는 날이 상당히 많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형님”이란 뜻의 “따거”(大哥)를 알게 되고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몇 가지 비슷한 한국말을 찾기도 했다. 또 한동안 왕조현과 장국영이 나오는 비현실적 영화를 보기도 했는데 장국영은 4월 1일 만우절에 세상과 이별을 해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은 만우절의 이 아니냐며 술렁거렸던 기억이 있다.
믿고 싶지 않은 들은 상당히 많은데 남녀 간에도 늘 사랑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게 되고 그것이 영원할 수 없을 것을 알지만 영원하자고 같은 약속을 한다. 이런 사랑의 약속과 배신은 역사 속에서 늘 있어 왔고 우리네 삶과 가까워서인지 우리나라 전통성악곡 중 경기잡가 ‘방물가’에도 이런 감정을 찾아볼 수 있다.
‘방물가’에는 남녀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가만히 들어보면 마음이 떠난 듯 보이는 남자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여자가 붙잡는 내용이 펼쳐진다.
여자는 “서방님 정 떼고 정 이별 한대도 날 버리고 못 가리라... 날 다려가오 한양낭군님 날 다려가오... 나는 죽네 나는 죽네... 임자로 하여 나는 죽네”라고 애원을 하고, 이런 여자에게 남자는 터무니없게도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라며 여러 가지 물건을 열거하면서 이런 것을 달라는 것이냐고 묻는다.
이들도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때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지만 이들의 아름다운 옛 시간들은 허공 속 연기처럼 사라지고 이런 결과만이 남아있다. 처음에는 그 사랑이 진실이었을지 모르지만 사랑이 식은 후에는 이 되어버린 사랑이 빨간 입속의 거미처럼 마음을 헤집고 다니는 아픔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사랑이 식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여자에게 집, 장신구, 세간들, 의복들, 노리개 등의 것으로 자신을 대신하려는 남자의 태도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문밖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기만 해서 그런 것은 아닐지 그리고 실제 이들이 대화하는 방문을 열면 애교 섞인 투정과 다독임은 아닐지 상상해본다.
이 노래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이 남자가 대고 있는 물건들로 그 시대상을 읽어볼 수는 있지만 어찌되었든 이 여인의 간절함은 남자가 가져다 대는 여러 물건으로 가려져 노래를 듣는 내내 마음에 안타깝게 남는다.
삼손이 자신의 힘의 원천이 머리카락에 있다는 그 비밀스런 이야기를 사랑하는 여인 데릴라에게 속없이 해 버리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다 잘리고 난 뒤 힘을 잃게 된 삼손은 두 눈을 잃고 마는 것처럼 사랑은 두 눈을 멀게 하나보다.
그래서 이 ‘방물가’ 속의 여인은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애틋한 사랑마저 한낱 물건으로 대체하려는 남자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고 아니면 외면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처럼 시작되고 처럼 끝나는 사랑…. ‘방물가’는 이런 애틋함과 달리 감정이입 없이 그저 담담하게 부르는데 그렇게 불러서 더 공허한 느낌이 들게 해 준다. 사랑에 빠지는 것도 사랑이 사라지는 것도 같은 사랑이야기….
전통 속에서도 찾아보고 싶다면 196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 보유자로 지정되었던 이창배의 노래나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던 묵계월의 노래로 들어보면 좋겠다.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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