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국정 수행에 돌입했던 문재인 정부가 지난주 향후 5년의 설계도이자 나침판인 국정운영의 얼개를 완성·공개했다. 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자문기획위원회가 지난 19일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열고 100대 국정과제를 공개한 것이다.
큰 기대 속에 이날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 487개 실천과제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이는 지난 정권들에 대한 실망감이 큰 탓이 작용했겠지만 다른 정권과는 비교되는 과감한 정책 및 국민의 삶과 관련한 정책들이 피부로 와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정위는 국정과제의 키워드로 ‘국민’과 ‘정의’를 내세웠다. 이같은 키워드는 흔히 정권교체기 인수위원회의 활동 보고때 단골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번 국정위가 제시한 국민과 정의의 키워드는 더 많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이어진 촛불 혁명 때문일 것이다. ‘적폐의 완전한 청산’과 ‘청렴한국 실현’을 100대 국정과제의 1·2번으로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증세논란 넘어야 문이 열린다

이번 국정과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분권과 자치이다. 분권의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세금과 관련,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 수준까지 개선하겠다는 항목이나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역대 정권에선 생각하기 힘든 사안임이 자명하다. 특히 과거사 문제 해결의 경우,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해 독립적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점이 고무적이다. 지역민들로선 반갑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자치경찰제 도입이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 민선 자치단체장에게 치안행정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의 권한남용 방지를 포함한 입법작업만 순조롭다면 2019년 전면 시행이 가능하다니 기대가 크다.
지역현안 측면은 더욱 고무적이다. 100대 국정과제에는 한전공대 설립·군공항 이전 등 광주·전남 공약 19건이 대거 포함됐다. 세부적으로는 광주와 전남 공약 각 8건, 광주·전남 상생 공약 3건 등이다. 빛가람혁신도시 남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에너지밸리 국가에너지신산업 거점화 추진(한전공대 설립)과 광주 군공항 이전, 호남고속철 2단계 조기 완공 등이 줄기다. 이는 그동안 지역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재원마련 방안과 후속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이 관건이다. 재원 대책과 관련,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주말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도 같은날 오후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11조3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심의·의결했다. 첫 고비를 넘긴 것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00대 과제, 487개 실천과제가 실행되기 위해선 향후 5년간 178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적인 규모로 이를 어찌 충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와관련 정부 여당은 공약에 없던 증세를 갑자기 들고 나왔으며 이에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강하게 반발,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국민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이런 지적에 귀를 기울여 증세를 포함한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재원 조달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만 가능한 셈이다.

꼼꼼한 후속대책 야당 설득을

결국 국정과제들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입법이 근간이 될 수 밖에 없다. 국정위도 밝혔듯 이 많은 과제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법률 465건을 제·개정하는 것이 필수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필요한 입법을 할 수 없음이 당연지사다. 협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화와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야당의 주장을 그냥 흘러보내선 안되는 것이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의 얼개는 드러났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그림도 실현이 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따라서 정부는 세밀하고 꼼꼼한 후속대책 및 재원대책을 마련, 차질없는 추진으로 나아가야 마땅한 일이다.

/정정용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