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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32)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

무엇을 지키는가…

2017년 08월 04일(금) 00:00
기차 차창 밖으로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풍경이 가득하다. 기차를 타고 다니는 일이 익숙해서인지 어느 바닷가에서 와 달라는 부탁에 선뜻 승낙을 하였다. 기차역에 내리니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나를 맞이한다. 기차역을 채운 사람들은 큰 가방들을 들거나 끌며 내 앞을 지나친다. 나만 일하러 온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일을 본 후 여유가 생기면 바닷가라도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숨을 고르고 회의실을 들어가니 아는 얼굴이 보인다. 낯선 곳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그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를 하고서는 그날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공정하게 서류 심사를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서류를 보다말고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지원자의 취미와 특기 그리고 좌우시력을 쓰는 칸이 있어서였다. 이 지원자의 개인적인 취미와 특기가 직무능력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돌고 돌아 어느 지점에서는 맞닿아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를 일을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닐까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이런 것을 묻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마치 지원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듯 그의 학력과 사는 동네, 부모님의 직업과 형제, 자매까지 그리고 기혼자는 배우자의 직업과 회사명까지… 정말 써야할 것이 너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원자 개인의 업무능력보다도 지원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무엇까지 같이 모두 받아내고 싶은 것 같았다. 이런 서류의 한 칸 한 칸을 채우는데 있어 내세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기가 죽을 일이다.
이 시점에 우리의 춘향이가 떠오른다. 춘향이가 지원 서류를 작성한 일은 없지만 그의 어머니 직업과 관련해 천대받고, 남편이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생의 딸이라며 신관사또가 수청을 강요했던 것이다. 춘향이가 받았을 상대적 박탈감과 불쾌함은 힘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해될 수 없는 일이다.
춘향의 일이 옛날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은 요즘의 '갑질'이 너무나 사회적, 그리고 고질적 질환 같기 때문이어서다. 개인이 가진 지위나 재산을 넘어 배우자의 지위나 재산의 힘을 믿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일에 분개하는 일도 이제 지칠 노릇이다.
이런 일이 노래 속에 나올 정도로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현재도 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는 않지만 다만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져야 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춘향이 절개를 지켜내 어사또가 된 이도령을 맞이한 것보다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하고 지켜낸 결과를 나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자신을 지켜냄'에 방점이 찍히는 일인 것이다.
일을 다 본 후 기차에서 내리며 생각했던 바닷가를 찾아가지 못하고 결국 다시 기차를 탔다. 기차 차창 밖에 구름이 지는 해의 스카프처럼 하늘에 둘러쳐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듯 피곤한 눈을 감았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리고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생각하면서 춘향이가 옥에 갇혀 사랑하는 이를 그리며 부른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추천한다. 더불어 신관사또 수작대목까지를 들어보면 좋겠다.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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