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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33) 물레타령

추억과 기억

2017년 08월 11일(금) 00:00
1980년은 너무도 맑고 순수했다. 내게는...
라디오를 켜면 자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와서 라디오 듣기를 즐겨했으며 특히나 외국 어느 가수가 좋아 그의 모습이 담긴 브로마이드 등 그와 관련된 이런 저런 것들을 샀었다. 모든 것이 즐거웠고 모든 것이 행복했으며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슬퍼도 좋고 행복해도 좋은 그런 때였다.
그것이 그 외국가수 덕분이었는지 그 나이가 그런 때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나의 어머니는 나 자신도 잊고 지내는 그의 이름을 기억해낸다. 너무도 맑고 순수한 1980년이었다.
그런데 서로에게 너무나도 다른 1980년의 기억이 있다는 것은 대학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학교 학생회관과 벽마다 붙어있는 사진과 글들을 통해서... 사실 그 때 그것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길을 돌아가기도 했다.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보고 싶지도 않았고 그 자체가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2017년 5월 어느 날, 나는 광주송정역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서 지하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시간을 지나듯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내게 1980년의 밤과 분명 다를 그 깜깜한 밤이 보인다. 그 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랫소리는 깜깜한 밤 꿈을 꾸듯 나의 대학 시절을 지나 1980년 꿈 많고 그야말로 천진난만했던 시간으로 나를 데려다 주는 것 같았다.
그 때 나의 시간은 추억으로 남았는데 여기서는 검붉은 기억으로 그림자로 남아있다는 것을, 그렇게 기억과 공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제 어떤 힘으로든 단절되어 알 수 없었을 이야기들은 진실을 감출 수 없는 듯 세상이 알게 되었다. 그래도 부정을 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가 슬프나 기쁘나 행복이었던 1980년의 추억이 누군가에게는 슬퍼도 슬프고 기뻐도 슬플 수밖에 없었을 아픈 기억이라는 것에 몰라주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다. 요즘 1980년 5월을 담은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되어 그 영화를 봐야 할 것 같은데 대학시절 붙은 벽보 글과 사진을 볼 수 없었던 것 같이 보기도 전부터 가슴이 쿵쾅거려 고민을 하고 있다. 봐야 하나 보지 말아야 하나...
대학 때 2017년 더운 여름날 이런 내용의 영화가, 아니 어느 때이고 이런 내용의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은 상상도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니 이런 때도 있나 보다.
어머니들이 불렀던 노래가운데 '물레타령'이 있다. 지역마다 물레질 소리, 명잣는 소리 등으로도 불렸는데 빙빙 돌리는 물레 속에 시름도 괴로움도 고단함도 실어 실을 뽑으며 부른 노래이다.
"물레야 물레야 빙빙빙 돌아라 워리렁 서리렁 잘도 돈다." 이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만 하는 어머니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노래에 또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담아 노래했고 빙빙 돌아가는 물레 속에서 시간이 그렇게 돌고 돌아가기를 그렇게 기원한 것은 아닌지... 시간이 물레처럼 돌고 돌면 어느 날엔가는 슬퍼도 행복하면 더 행복한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있을지...
지금부터 백년전인 1917년 태어나 1995년 돌아가신 만정(晩汀) 김소희 명창의 노래로 '물레타령'을 들으면 노래의 깊이가 산속 계곡물처럼 깊은 맛이 온몸을 감싸 안을 것이다.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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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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