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그때도 이렇게 광주와 호남이 압도적으로 밀어주셨는데 제가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호남이 패배가 결코 아닙니다. 제가 그 아픔 이번에는 꼭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패배는 없습니다. 더 이상 호남을 아프지 않게 하겠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저는 승리할 것입니다"
이는 어느 블로그에 올라 있는 지난 5·9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광주유세 내용 중 일부이다. 시점을 보니 4월18일 저녁 6시15분 광주시 동구 충장로 입구로 돼 있다. 이때쯤이면 후보등록을 앞둔 공식 선거전이 막 스타트를 끊으려는 시점으로 기억된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유독 호남차별 해소를 강조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호남차별, 인사편중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겠습니다. 광주·전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받는 일,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호남의 아들딸들이 내 고향은 광주요, 전남이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고 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현재는 국민 80%이상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써 국정을 수행해 온지 100일을 넘어섰다.


문 대통령 대탕평에 '고무'



문 대통령은 약속대로 취임 직후부터 호남인사를 중용하는 등 대탕평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이낙연 총리 임명을 필두로, 취임 100일 현재까지 18부 4처 17청을 기준으로 총리, 장·차관, 총리실과 각 부 산하의 처·청장·위원장, 차관급 인사 등 70명 가운데 호남 출신이 30%인 21명으로 집계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비로소 바로 펴지기 시작했으니 크게 반가운 일이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관에도 호남출신은 대약진을 이뤘다. '호남 중용'의 기치로 시대적 고질병이자 적폐였던 지역 차별을 철폐, 통합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행보는 멈춤이 없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청와대에서 호남 사투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보수정권,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5대 권력기관장 141명의 지역별 비율에서 호남출신이 11%를 갓 넘겨 영남의 4분의1 수준에 못미쳤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절대 그래선 안되지만 문재인 정부 마감 시점, 혹여 부정적 평가를 받기라도 한다면 호남이 부메랑을 받는 것 아니냐는 행복한 걱정까지 나오는 터이다.
문 대통령의 호남 챙기기는 지역 현안들에서도 역력하다. 광주·전남 핵심 현안들이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대거 포함된 것이다. 광주의 경우, 에너지밸리 국가에너지신산업 거점화 추진 등 8개 과제가 반영됐다. 전남도 역시 호남선 KTX 무안공항 경유 등 지역의 해묵은 현안사업들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역민들이 문 대통령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호남 인사들이 대약진한 만큼,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이제 의무가 됐다. 특히 지역발전 측면에서 광주·전남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시점임이 분명하다. 국가사업으로 확정되고도 정작 예산 홀대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던 보수 정부의 선례가 너무나 많은 탓이다. 그러기 위해선 치밀한 세부전략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특별법, 적극적인 예산지원이 뒷받침되도록 철저한 준비와 지역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물이 들어왔고 배도 채워졌는데 기름이 없으면 배가 출항하지 못할 것임은 자명한 탓이다.


지역발전 골든타임 살려야

호남을 배려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비춰볼 때 지금이 지역발전의 골든타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기회를 잘 살려 지역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다. 특히 광주시와 전남도는 치밀한 전략으로 관련 법안 마련과 예산확보에 적극 나설 일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또 겪어선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