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광주시 서구 농성역 인근. 왕복 8차선 대로 앞에 철골 뼈대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이 짓다만 채 방치돼있다. 건물의 3층까지는 공사가 완료돼 현재 오피스텔 분양 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철골 구조물이 건물 외벽에 위태롭게 붙어 있고, 건물 뒤편 가림막은 오랜 세월동안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시뻘건 녹이 슬어 있다.

이처럼 광주 지역에 10년 이상 오랜기간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건물만 32곳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실시한 장기건축물 실태조사 결과다.

장기방치 건물은 도시 미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현행 건축법 상 10년이 지난 건물은 안전진단이 의무화돼 있지만 미준공 건물은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성역 부근 한복판 이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11년째 뼈대만 앙상한 상태로 도심 내 흉물로 전락했다.

해당 건물은 대지면적 2,411㎡, 건축면적 1,429㎡, 연면적 9,945㎡에 이르는 지상 10층 건물이다. 2006년 A주택건설에서 제1종근린생활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이후 그해 여름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같은 해 문화 및 집회시설, 교육연구시설 등 2차례나 건축허가를 변경했고, 이어 2007년에는 자금력의 문제로 부동산신탁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돼 11년째 미준공 상태로 남아있다.

지난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 앞서 간이로 설치한 가림막도 간신히 1층 높이만 가릴 뿐, 10층 건물 전체를 가리기엔 역부족이다.

가림막 모퉁이에는 사람과 차량이 임의로 드나들 수 있는 간이 출입구가 있다.

건물 뒤편에는 관리가 오랫동안 되지 않아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차도까지 가리고 있었다.

특히 건물 안쪽에는 쓰다버린 의자, 침대 매트리스, 생활용품 등 각종 쓰레기로 가득했다.

장기간 방치된 미준공 건물은 안전사고, 불법 쓰레기 투기 등 각종 문제가 우려되고 있지만, 공사 도중 부도가 난 사유 건물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서 관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안전사고 문제도 지자체 권한 밖이다. 건축법에는 10년이 지난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2년마다 안전진단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짓다가 만 건물'은 적용되지 않는다.

또 해당 공사장이 민간 소유 건물이라 지자체는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라고 요청할 수 있을 뿐 강제력은 없어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사후 관리 부재 문제까지 겹치면서 장마철에 낙하물 사고와 쓰레기 관련 문제 등 각종 사고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 모씨(57·여)는 "서구청에서 불과 1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며 "아무리 민간 소유 건물이라지만 11년째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하는 것은 행정 무관심으로 보여진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유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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