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서둘러 약속 장소인 상무지구로 향했다. 오락가락하던 비도 그치고, 하늘도 푸른빛을 머금어 마음까지 상쾌했다.
하지만 사무실을 벗어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상쾌했던 기분은 짜증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터미널 방향에서 오는 차량과 순환도로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농성광장에서 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한 것이다. 간신히 3차선으로 진행하는데 옆 차선에서 한 차량이 계속 앞지르기를 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4차로에서 연신 방향을 바꾸며 앞지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로 중간 중간 불법 주차된 차량들은 끝없이 이어졌고, 약속 장소에 들어서자 상무지구 입구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교차로에서는 꼬리물기가 이어져 좌회전을 할 수 없었고, 뒤에서는 성격 급한 운전자가 연신 경적음을 울려댔다. 갓 길에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들로 인해 상무지구 일대는 교통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처럼 도심 내에서 불법 주차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면도로는 양쪽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차 한 대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다. 이런 문제 때문에 서구지역의 풍암동에서는 마을 리더들이 주축이 돼 한쪽 주차 허용제도를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도로의 한쪽을 주차장으로 사용하여 주차 편의를 도모하고, 차량 흐름도 원활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주민들이나 상인들 그리고 운전자들 모두가 만족스러워 한다고 한다.
운전자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 서구에서는 점심시간 주차 단속 유예제도 운영 중이다.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점심시간대에 불법주차 단속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서구에서는 차량을 이용해 단속할 경우 방송을 통해 불법주차 차량을 이동조치하고 있으며, 주차단속 사전문자 알림서비스도 병행해 시행 중이다.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전 계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주차 차량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불법주차 단속 건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불법 주차 단속건수가 24만여건이 넘는다.
그 가운데 66%이상인 16만여건이 고정식 CCTV에 단속됐다.
이에 따라 서구에서는 6개 사업지구에 87억 5,000여만원을 들여 163면의 공영주차장을 조성 중에 있으며, 내년에는 5개소에 7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주차장 확충을 위해 부지선정 등 관련절차를 이행중이다.
특히 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무지구에는 공공용지의 지하에 주차장을 설치하고, 상부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검토 중에 있다. 상무지구에는 76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용지가 11개소에 면적만 22,807㎡에 이른다.
하지만 아무리 주차장이 많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상무지구 내에는 많은 유료주차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주차는 또 다른 불법 주차를 부른다. 사람이 혈관이 막히면 사망에 이르게 되듯, 불법주차 차량들로 인해 도시의 신경망이 막히면 도시의 기능도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환의(광주 서구청 안전도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