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꽃,풀,약초> 결백의 꽃말 봉선화



8월 울밑에 선 봉숭아... 망국의 한 노래하던 오랜 희망, 기다림의 꽃



꽃씨 심는 순간 질병, 나쁜일 생기지 않는 심리적 위로감

뱃속 뭉치는 증세와 냉증으로 인한 불임증, 요통에 효과



마미자 칼럼니스트

봉숭아 꽃이 한창이다. 학명(Impatiens balsamina L.), 꽃말은 ‘경멸’, ‘신경질’,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결백’ 등인데 특히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는 대중화 되어 봉숭아의 특징을 잘 말해주고 있다. 생김새가 봉황처럼 생겨 봉선화라고도 부르는데 8월이 되면 손톱을 물들이는 것으로 봉숭아의 인기는 두말할 필요 없다.

꽃의 역사는 고려 충선왕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남부가 꽃의 원산지로 외래종이다. 그렇지만 역사가 오래되어 토종 야생화처럼 정겹고 익숙하다. 60㎝ 정도 자라는 꽃은 1241년 제작된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에서 봉상화(鳳翔花)로 기록되고 있어 오랜 이력을 알 수 있다.



봉숭아의 약효는 의외로 대단하고 신통방통하다.

울밑에 서있는 봉숭아의 모습은 비록 처량할지언정 그 약효는 대단하다. 꽃씨를 심어놓는 순간부터 질병이나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심리적인 위로감부터 시작해서 뱀이 싫어하는 향이 있어 금사화(禁蛇花)란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흰색 꽃이 피는 봉숭아의 경우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신경통, 어혈, 신장결석, 요로결석, 냉으로 인한 불임증, 적취(뱃속에 딱딱한 덩어리가 뭉쳐 있는 것)등에 좋다고 한다.

투골초(投骨草)로 알려진 봉숭아는 약초가 뼈속까지 침투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급성자(急性子)라는 이름은 약성이 급하고 효력이 빠르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식도암과 위장암, 대장암등 소화기 계통의 경우 봉숭아 씨앗 30-60g을 물 반되 정도에 달여 매일 아침 저녁 두 번씩 나누어 마시게 했는데 치아에 닿으면 이빨이 물렁해지기에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줄기와 뿌리 말린 것을 잘 달여 먹으면 뱃속이 뭉치는 증세와 냉증으로 인한 불임에도 효과가 있으며, 심한 요통에는 줄기와 잎을 달인물을 음용하고, 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의 경의 씨앗과 꽃을 술에 담가 소주잔으로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약초나라http://cafe.daum.net/hrblo)이외에도 습관성 관절통과 월경통, 임파선염, 사교상(蛇咬傷) 등의 치료제로 쓰였다. 그야말로 신통방통하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붕숭아의 꽃말속 이야기들

올림프스 궁전에서 열린 대연회장에 참석한 신들에게 대접할 황금 사과 한 개가 그만 없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귀한 황금 사과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결국 그날 음식 심부름을 하던 여인이 누명을 썼고, 심한 모멸감과 함께 쫓겨났다. 누명을 벗기 위한 모든 필사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고, 여인은 끝내 억울하게 죽어 봉숭아 꽃이 되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씨주머니를 터트려 자신의 속을 뒤집어 보이려는 듯한 봉숭아 꽃의 특징은 어쩌면 결백을 보여주고 싶은 단호함이며 외침이다.



고려 충선왕 시절, 몽고의 내정간섭으로 원나라로 볼모로 잡혀간 왕은 어느날 꿈에 예쁜 소녀가 피 흘리며 타는 가야금 소리에 잠을 깨고 만다. 하루종일 소녀의 손가락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궁궐을 오가던 중 열 손가락을 하얀 천으로 묶은 후 실로 꽁꽁 동여맨 소녀를 만나게 되고 놀랍게도 예전 자신을 섬겼던 충성스런 신하가 애지중지 키웠던 딸과 함께 자신처럼 고려에서 강제로 끌려오게 된 것을 알게 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소녀의 아버지인 신하는 삭탈관직과 함께 추방되어 고국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를 한탄하다가 눈이 멀어 죽게 됐으며, 소녀 역시 충격과 슬픔을 이겨내지 못해 눈이 멀었지만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 아픔을 달래고 있음을 듣게 됐다.

그 후 복권이 되어 고려 왕이 된 충선왕은 죽은 신하와 미처 돌아오지 못하고 죽은 소녀를 기리는 뜻으로 궁궐 안에 봉선화를 심게 했다고 한다.



외래종인 봉숭아의 주산지가 인도인 관계로 인도에서 유래된 이야기로는 신분계급과 연관되어 있는 이야기로 카스트 제도의 특성상 크샤트리아(귀족) 귀족 집에서 일하던 사멘이라는 처녀와 주인의 관계를 오해한 부인의 시기와 오해로 우물에 몸을 던진 후 분홍색 예쁜 꽃을 피웠다는 통속적인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물론 ‘결백’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봉숭아 꽃잎으로 물들이는 풍습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24절기중 소만(小滿)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무렵 시작되는 이른 모내기와 함께 모든 들과 산이 푸르러지는 데 대나무만 유독 푸른빛을 잃게 된다. 새롭게 태어나는 죽순 때문이다. 봄철의 누런 대나무 이른바 죽추(竹秋)는 이 무렵이 보릿고개라는 것을 알게 했으며, 민초들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수단인 양식이 떨어지는 춘궁기의 절정을 지나는 순간이다.

소만 무렵 속절없이 행해졌던 봉숭아 물들이기는 《동국세시기》등에 나와 있지만 어쩌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가난한 부모들의 약속과 같은 행위였으며, 영양실조로 인해 발생하는 잦은 질환에 대한 심리적 안전장치를 눈에 쉽게 뛰는 손톱에 물들여 자위하려는 행동이지 않았을까? 특히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 역시 기약 없는 배고픔에 대한 끝을 눈 오는 겨울로 정하고 삭혀보려는 의도를 지울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좀처럼 가시지 않는 배고픔과 가난이 일상이었던 시절의 민초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건지고픈 아주 잠깐의 위로가 되주지 않았을까….



기나긴 36년간의 일제 식민지 기간동안 우리 조상들에게 망국의 한을 노래하던 꽃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봉숭아는 오랜 희망, 오랜 기다림의 꽃이다. 그런 꽃과 잎을 따다가 괭이밥의 잎을 섞고 백반 또는 소금을 약간 넣어 빻아서 손톱에 얹고 헝겊으로 싸매어 손톱을 곱게 물들였는데 절차가 다소 복잡한 것은 괭이밥에 있는 수산이 손톱을 물렁하게 하고 소금이 매염제가 되는 등 봉숭아의 특징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