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인물>장애인 산악인 김홍빈대장



“산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 도전이며 희망이다. ”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대장,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 올라

장애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1개 봉우리 오르는 대기록 달성



글.사진 나정희 대원

‘열 손가락이 없는 산악인’ 김홍빈(53) 대장이 지난 7월초 ‘산중의 왕’ ‘벌거벗은 산’ ‘악마의 산’ 으로 불리는 세계에서 9번째 높은 봉우리 히말라야 낭가파르밧(8,125m) 정상에 올랐다. 김 대장은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1개 봉우리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대장은 이번 등정으로 히말라야 14좌 중 네팔의 안나푸르나(8,091m), 파키스탄의 가셔브룸Ⅰ(8,068m), 브로드피크(8,047m)만을 남겨놓게 됐다. 김대장은 앞서 상이군경 출신 나정희 대원등 장애인들과 함께 희망 나눔 2017 한국 로체 원정대를 만들어 지난 5월에도 로체(8,516m) 등정에 성공한지 불과 49일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어서 더욱 놀라움을 안겨준다.

김 대장은 지난 1991년 북미 매킨리(6천194ｍ)를 등반하던 중 조난을 당해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지난 1995년부터 세계 정상급 봉우리 등정 도전에 나선 김대장은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 완등’의 역사를 써온 장애인산악인의 최고봉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한계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등정의 대기록을 세우면서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멈추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꿈과 희망의 인간승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김대장은 14좌의 완등까지 꿈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대장의 낭가파르밧등정기는 지난 로체등정을 함께 나정희대원이 열손가락이 없는 김홍빈 대장의 구술을 받아 작성한 것이다. 김 대장은 지난 1990년과 지난해도 낭가파르밧 등정에 나섰으나 실패, ‘2전3기’ 끝에 등정에 성공했다.

암벽구간 위의 캠프2(고도 6,000m)

●원정지 : 파키스탄 ‘낭가파르밧 (8,125m)

●원정일정 : 2017.06,09~07.15

●등반일정 : 인천 ? 방콕 - 이슬라마바드 ? 칠라스(1,100m) ? 할랄라브리치 (1700m) ? 세르캠프 (2800m) - 베이스캠프 (4200m) ? 캠프 1(4800m) - 캠프2(6000m) -?캠프3(6500m) -?캠프4(7100m) - 정상(8125m) - 캠프2 ? 베이스 ? 할랄라브리치 ? 칠라스 ? 이슬라마바드 ? 방콕 ? 홍콩 ? 인천





“인샬라 (Inshallah)” 아랍어로 ‘신의 뜻 ’ 이다 . 파키스탄에 도착해 많이 듣던 말이다 . 그래서일까? 대자연의 순리에 거슬리기보다는 따라야했기에 김홍빈 대장은 1990년 첫 실패이후 3번째 만에 등정에 성공했다.

?파키스탄 낭가파르밧 봉은 ‘산중의 산 ’ ‘악마의 산 ’ 이라 불린다. 히말라야 산맥의 봉우리들은 대개 만년설에 덮여 있지만 낭가파르밧 봉은 예외이다 . 가파른 절벽과 날카로운 능선 덕분에 눈이 많이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벌거벗은 산 ’이라는 뜻의 낭가파르밧이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이 산은 코라코룸 산맥의 서쪽 끝 부분에 홀로 우뚝 서 있다. 옛날 독일 탐험가들은 이 산을 ‘살인하는 산 ’이라고 불렀다.

한국원정대도 1983 년 처음 낭가파르밧에 발을 디딘지 현재까지 4 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1990 년 7 월 故 정성백 산악인과 2009 년 7 월 故 고미영 산악인이 낭가 품에 영혼을 묻힌 곳이다.

● 출국과 이슬라마바드 도착

김홍빈 대장은 히말라야 로체(8.125m) 등정(5월19일) 후, 귀국 2주 만에 다시 파키스탄 위치한 낭가파르밧 등정에 나섰다. 혼자 떠나는 등정길이 많이 외롭고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장은 꼭 성공해서 모든 이에게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6월 9일 출국한 김대장은 이슬라마바드까지 17 시간 비행 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밤 10 시쯤 도착했다. 공항 출국장까지 현지 파키스탄주재 한국대사관 김인국 영사님이 직접 배웅을 나오셔서 깊은 환대를 해주셨다.

? ● 파키스탄주재 한국대사관 김인국 영사

16년 낭가파르밧 등반길에 방콕 출발 이슬라마바드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파키스탄주재 한국대사관 김인국 영사님은 원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다. 자국민의 신변과 안전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개인적인 시간마저 할애를 해주셔서 파키스탄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원정기간동안 현지 방송국과 언론사 인터뷰를 시작으로 등반을 마치고 이슬라마바드 대학 강연까지 잡아주셨다. 귀한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한국 교민의 집까지 초대를 해주셔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갖게 만든 고마운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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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캠프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는 디아미르와 루팔쪽 두 군데가 있다. 시즌이 되면 모두 천상의 화원을 연출하며 등반가들을 맞이한다. 디아미르의 베이스는 해발 4,200m 으로 넓은 초원과 함께 앞으로 거대한 빙하가 흐르고 있다. 낭가파르밧 봉이 한눈에 보이며 베이스 주변에는 세계 등반가들의 추모비와 추모동판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맑은 날이면 낮에는 한여름을 방불케 하지만 밤엔 춥다 . 원정기간 내내 변화무쌍한 날씨에 비가 잦았고 밤엔 어름이 어는 날이 많았다.

● 캠프 1

베이스 구축 2일째 6월 15일 캠프 1 구축을 위해 나섰다. 작년에 비해 많은 눈이 내려 등반이 쉽게 풀린 것 같다. 캠프1 가는 길은 빙하지대와 크레바스를 통과하면 가파른 절벽아래 낙석지대가 나온다. 해발 4,800m 위치한다. 조금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상단 지대를 골라 바닥을 다지고 캠프 1 에 텐트 1 동을 치고 캠프 2~4 까지 올라갈 짐을 카고백에 대포해 놓고 베이스로 하산했다.

김홍빈 대장

● 캠프 2. 3 등반 후 철수

베이스 구축 5일째 다시 캠프 2~3 구축을 위해 등반길을 나섰다. 20일 베이스캠프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늦게 출발해 해질 무렵 캠프1에 도착했다. 잠깐 잠을 자고 난 뒤 차 한잔으로 잠을 쫓아 등반준비를 마치고 새벽 3시에 캠프2(6,000m) 향해 오른다. 며칠간 내린 눈으로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60~70도의 설벽을 오르다보니 의외로 시간이 지체되고 오르는 내내 눈은 내렸다. 캠프2 도착 직전, 100m의 오버 행(90도 이상) 암벽구간이 눈에 덮인 채로 가로막고 버티고 있다. 오래된 여러 갈래 로프와 줄사다리는 서로 뒤 엉켜, 로프 줄을 조금만 움직이면 줄에 묻힌 낙석이 쏟아져 등반을 더디게 한다. 힘든 주마질도 로프가 얼어 줄을 잡아주지 못해 주륵 주륵 밀린다. 바위는 눈에 덮여 발 디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얼마나 발보 등을 첫는지 온 몸에 힘이 다 빠졌다. 오후 5시쯤 절벽위의 캠프2에 무사히 도착했다. 낭가파르밧 마의구간 캠프1에서 캠프2 는 아직까지 히말라야 11좌 등반 중 가장 힘들었다. 낭가파르밧을 경험한 몇몇 산악인은 나는 등반이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도 했다. 텐트에 들어와 장갑을 벗으니 왼손에서 피가 흐른다. 암벽구간을 오르면서 온갖 몸부림을 치다보니 우모복도 찢기고 손이 바위에 부딪친 것 같다. 지혈을 시킬 수 없어서 코인티슈로 붕대를 만들고 EPI가스통의 박스테이프를 뜯어서 반창고 대용으로 피를 멈추게 했다. 다음날 변화무쌍한 낭가파르밧의 날씨는 쉽게 등반을 허락하지 않는다. 흐린 날씨에 눈보라가 거칠게 불어댄다. 다음날 날씨가 좋아져 등반을 재개한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과 발아래는 청빙으로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23일 오후 늦게 캠프3(6500m)에 도착했다. 다음날 순조롭게 진행되던 등반길은 예기치 못한 난기류를 만난다. 허리이상 빠지는 눈길을 헤쳐 나가지 못하고 설상가상 날씨마저 화이트아웃으로 도저히 등반이 어렵다고 판단, 7000m에서 베이스캠프로 철수하기로 한다. 낭가파르밧 신은 쉽게 등정을 허락하지 않은가 보다. 25일 악천후로 밤늦게 베이스에 도착했다.

김홍빈 대장

● 정상등정후 하산

1차 정상등정에 실패 후 베이스캠프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한국 조벽래 후배와 낭가파르밧 날씨 체크를 알아보니 7월 4일 이후로 좋아진다고 한다. 4일 정상 디데이로 잡고 6월 30일 등반을 재계한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할 때 지천에 깔린 야생화 꽃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심술을 부리던 가량비는 그치고 지그재그로 빙하지대를 건너 크레바스를 넘나들면 급경사의 빙퇴석 지형이 나타난다. 다음날(7월1일) 새벽 2시 텐트 밖 하늘을 보니 별은 초롱초롱 구름 한 점 없다. 1Ｌ의 물통에 미숫가루를 가득 넣어 채우고 등반을 채비한다. 7월2일 캠프3 등반길은 청빙과 변덕스러운 날씨가 심술을 부린다. 셰르파와 번갈아가며 허리춤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캠프3에 도착했다. 일정이 하루 미뤄져 다음날 대장은 캠프3에 머물고 셰르파 2명은 캠프4(7100m) 루트 메이킹(Route Making) 고정 로프 작업을 위해 다녀왔다. 4일 날씨는 흐리고 눈은 내리다 개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깊은 눈 속을 헤치며 가까스로 캠프4에 도착했다. 캠프4에 머물며 정상 등정을 위한 날씨체크와 준비를 한다. 5일 20시쯤 정상 등정을 위해 마지막 캠프를 출발한다. 눈은 허벅지까지 빠지고 다른 곳은 허리까지 빠진 곳도 있다. 여기저기 위험한 크레바스를 피해 오르다보니 훤하니 비치던 달은 구름이 삼켜버린다. 엎친 데 덮친 꼴로 눈발에 바람까지 불기 시작한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루트를 찾아 전진하다 7400m 지점에서 셰르파와 나는 기진맥진 더 이상 등반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다시 캠프4로 하산을 결정한다. 발걸음이 무겁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기를 수십 번 늦은 밤 자정을 넘기고 새벽 2시에 텐트 안으로 무사히 들어왔다. 캠프는 밤만 되면 날씨가 나빠진다. 새벽에 출발하자고 세르파와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지면서 이제는 식량도 연료도 다 떨어져 몸에 에너지가 바닥이 난다. 눈 녹인물에 설탕을 넣어서 마신다. 그마저도 떨어져서 물로 허기를 달래며 다른 팀이 올라오기를 한 가닥 희망을 기대한다. 이번에 등정을 못하면 시즌이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락파 세르파가 확인하기 위해 캠프3쪽으로 내려가 본다. 4명이 캠프3에서 캠프4를 향해 올라온다는 기쁜 소식이다. 같이 올라온 이탈리아 등반가 1명은 오전에 베이스캠프로 하산을 했다. 7월 7일 마지막 희망을 끈을 놓치 않고 정상을 향해 새벽 1시, 정상을 향하여 또다시 셰르파 2명과 함께 나선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눈사태를 피하기위해서 되도록 직선으로 오르며 암벽지대에 도착하니 여명이 밝아 온다. 바람은 불지 않은데 계속 강한 눈발이 날리며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어렵게 한다. 급경사의 조그만 크레바스에 빠지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아 고도를 체크하니 아직도 한참을 올라야 한다. 또 다른 능선이 앞에 펼쳐진다. 오후 5시쯤 여러갈래 능선이 펼쳐져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낭가파르밧 등정 경험이 있는 김창호 대장에게 한국으로 위성전화를 걸어 물으니 어느 루트로 가도 정상으로 연결된다며 오르기 쉬운 루트를 선택해서 오르란다. 아직도 고도 8000m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내 자신을 낮추며 겸손해 할 때 정상은 나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다시 또 낭가파르밧을 올수 없다며 세르파들을 얼레고 달래며 암벽구간을 오르다보니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저 멀리 능선 봉우리가 보인다. 계속 우측능선을 따라가니 달빛이 가장 높은 봉우리 뒤편에 떠올라 비치며 그곳이 정상임을 알려준다.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에 올라 주저앉았다. 사진 찍을 힘도 없다. GPS 고도는 8146m를 알려준다. 20시 50분 등반 때마다 날씨 체크를 받아서 전해준 조벽래 후배에게 등정 소식을 한국에 알렸다. 너무 늦은 시간 정상에 올라 몇 장의 인증샷만 찍고 하산을 시작한다. 암벽구간은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주저앉기를 수십 번 잠시 쉬기만 하면 졸립다. 여기서 잠들면 영원히 못일어 날 수도 있다. 다시 걷는다. 손도 발도 동상에 걸릴 정도로 차갑다. 100m의 로프줄에 서로를 의지하며 내려서니 여명은 서서히 밝아온다. 두발자국 걷고 휘청거리고 넘어지고 주저앉기를 반복하며 캠프4에 무사히 도착해 시간을 보니 8일 오전 9시다. 한국에 연락을 하려고 위성전화기를 꺼내들고 얼마나 기진맥진했는지 막바로 쓰러져 깊은 잠에 빠졌다. 잠에서 깨니 12시쯤 되었다고 한다. 한국으로 위성통화를 하니 그동안 연락이 안 되어 실종 된 줄 알고 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이틀 밤을 꼬박 새고 걸어서 32시간 동안 등반을 한셈이다.



● 등반 맺음말...

나는?산에 대한 겸손과 미덕은 잊지 ?않을 것이다. 산에서 자신이 스스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고 자신을 낮추며?겸손해 할 때 산은 아름다운 마음을 채워줄 것이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도전이며 희망이기 때문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김홍빈은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정상을 향해 ‘천 번’을 시도할 것이며 열 손가락이 없는 어려움은 단지, 불편할 뿐 좌절하지 않고 8,000m 14좌 중 남은 3좌에 한 발 한 발 다가갈 것이다.

그동안 물심양면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번 낭가파르밧 정상 등정은 꼭~ 성공할거라는 믿음으로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