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반달가슴곰복원사업



방사된 곰들사이에 3세까지 태어나며 ‘성공안착’



반달가슴곰 복원 ‘방사 지역 적절성 논란’ 재점화

탐방객과 주민 피해 최소화하며 공존 방안 연구



글 박종수 기자 사진 김태규 기자

지난 7월 지리산에 방사됐던 반달곰이 경북 김천의 수도사에서 두 차례나 발견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문제의 곰은 경북 김천 수도사에서 한번 발견된 이후 재훈련을 시켜서 지리산에 다시 방사했는데, 10여일 사이 90㎞ 떨어진 김천 수도사로 다시 돌아 간 것이다. 반달곰은 산 넘고 물을 건너면서 고속도로도 2곳이나 통과해서 이동했다. 큰 산줄기를 따라 이동했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교량 아래나 터널 위 산능선을 이용하면서 이동, 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한반도에서 야생 반달가슴곰이 실물로 마지막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3년이었다. 경향신문이설악산 마등령에서 밀렵꾼의 총을 맞고 신음하던 곰 한 마리를 확인했다고 그해 5월 21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해방 이후 전쟁을 피해 살아남은 곰들은 웅담을 노린 사냥꾼의 집요한 추적을 받아 하나둘 사라졌다. 우두성 지리산생태보존회 회장은 지리산에서만 1960년대에 한해 약 40마리의 반달가슴곰이 포획됐다고 증언한다.

정부는 1972년 곰 사냥을 금지하고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조금씩 개체수가 늘어나던 차에 1983년 설악산 곰 사건이 난 것이다. 밀렵꾼들은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곰의 생존소식에 앞다퉈가며 곰사냥에 나섰다. 마침내 국내 반달가슴곰의 멸종될 것이라는 경고등이 켜지자 김영삼 대통령은 1996년 “반달가슴곰을 보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환경운동연합은 야생동물보호와 지리산반달가슴곰살리기 공청회를 열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이어서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도 일본 반달가슴곰연구소와 함께 지리산반달가슴곰 서석지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반달가슴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보전을 위해 적극 나서며 지리산 반달곰보존에 큰 공을 세웠다.

‘지리산 곰 복원 프로젝트’는 지난 2001년 반돌, 장군, 반순, 막내 등 4마리의 새끼반달곰을 지리산에 시험방사하면서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이듬해 방사된 반달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위해 반달가슴곰관리팀이 발족했다. 2005년 국립공원연구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로 확대·개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4년부터 매년 6마리의 반달곰을 지리산에 방사하고 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연해주산 반달가슴곰을 방사하면서 자신감이 가득찼다. 시험 방사를 통해 반달곰들이 지리산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복원센터는 이후 2005년 7월 북한산 반달가슴곰 8마리, 같은 해 10월 연해주산 반달곰 6마리를 각각 전남 구례군과 경남 산청군 일대 지리산에 잇따라 방사했다. 모두 20마리였다.

하지만 최근 곰복원사업은 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절반 가까이가 야생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태웠다. 일부는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 등으로 폐사했고, 야생 부적응으로 종복원센터로 회수되기도 했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연해주산 반달곰 ‘울카’가 종복원센터에서 설치한 생포용 트랩에 걸려 죽자 여론의 질타는 거세졌다.

반달곰복원사업은 2020년까지 자체 생존이 가능한 50개체로 증식시키는 것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관계자는 “50개체는 반달곰이 자체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최소 개체군이라”며 “최소존속개체군은 대형 포유동물이 근친교배 없이 그리고 사람의 간섭 없이 100년을 존속하는 데 필요한 최소 개체수라”고 말하고 있다.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은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 중국 동부북지역 한반도 아종이 서식한 지역에서 들여온다. 이들 종들은 우리나라 반달곰과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에서 반달곰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국에서 유일하게 5~6마리의 야생곰이 서식하고 있어 방사된 곰이 살아가기에 적지(適地)라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야생곰을 그대로 두면 근친 교배로 멸종할 수 있어 곰방사를 통해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식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전국의 국립공원 내 도로와 탐방로가 지난 30년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곰의 서식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인간과의 잦은 마찰도 문제다. 외국의 경우 멸종 동물의 복원사업의 성공 여부 기준을 최소 30년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종복원센터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성패는 ‘2세 탄생’에 의해 좌우된다“고 밝혀왔다. 야생 반달곰과 방사한 반달곰 사이에서 2세가 탄생하면 반달곰 복원사업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지금 지리산에는 46마리 곰이 활동중이다. 또 방사된 곰들사이에 3세까지 태어났다. 지리산 반달곰 방사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개체수의 증가는 성공적인 안착을 의미한다.

반달가슴곰은 지리산의 깃대종이다. 반달가슴곰이 살아야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핵심 종이란 뜻이다. 무엇보다 연간 300만명이 찾는 지리산 탐방객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함께 공존하는 연구가 더욱 필요한 시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