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지역의원들 ‘예산 따내기’



지역구 의원들 예산 따내기 비상에 ’동분서주‘



정부 내년 SOC 예산 20% 대폭 삭감... 광주. 전남 ‘빨간등’



국민의당 김경진, 손금주, 정인화 의원과 정의당 비례대표 윤소하(해남)의원



예결특위에서 활동하며 예산확보 난제해결에 ‘골머리’



글 강병운 기자 사진 광주광역시·전라남도제공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연례행사처럼 국회에서는 볼쌍사나운 풍경이 펼쳐진다. 국가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여야간 몸싸움과 야당의원 및 보좌진의 밤샘 농성이 기자들을 분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은 예산안에 대한 집권 여당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날치기를 막기 위해 물리적 수단이 동원되는 것이다.



국가의 살림살이에 쓰여질 예산은 진보 또는 보수정권을 막론하고 해년마다 되풀이되는 ‘예산전쟁’으로 인해 법정시한을 넘기기 일쑤다. 특히 수적 열세인 야당 의원과 보좌진은 예산안 통과를 실력으로 저지하다 보니 농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연말연시는 국회에서 뜬눈으로 보내는 것이 일상화 됐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진풍경도 옛날 추억거리로 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를 통한 법안 처리를 금지 한 법안이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국회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 19대 국회부터 적용됐다. 따라서 11월 30일 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안이 자동 부의돼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2일 까지 통과시켜야 한다.



국가 예산안 확정은 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국회제출, 국회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의결, 본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 정부에 넘기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정부는 예산안을 당해 회계연도(1월1일 - 12월 31일)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 각 부처는 매년 기획예산처에서 시달된 ‘예산안 편성지침’에 의거하여 매 회계연도 예산요구서를 전년도 5월 31일까지 기획예산처에 제출한다. 기획예산처 예산실은 이 내용을 분석하고 소요액을 산출하여 예산안을 작성한다. 이 예산안은 기획예산처 예산심의회, 장관협의회, 당정협의를 통해 조정되며,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후,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회계연도 시작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되어야 한다. 이후 상임위원회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에 돌입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국회의 재정에 관한 권한의 실질적 전담기구로서 예산안과 결산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기 위하여 5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제16대 국회(2000. 5. 30)부터 연중 운영되는 상설특별위원회로 전환되었다. 2018년 예산안 확정을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21명, 자유한국당 18명, 국민의당 7명, 바른정당 3명, 비교섭단체 1명 등 50명이다. 광주.전남지역 에서는 국민의당 김경진(광주 북갑), 손금주(나주, 화순), 정인화(광양, 구례, 곡성) 의원과 정의당 비례대표인 윤소하(해남)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분과위원회별로 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가면 세입세출예산안의 계수조정이 필요하다. 계수조정을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가 구성되는데, 이 소위원회는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과 여·야당 간사 및 수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다.



계수조정소위는 각 상임위에서 넘긴 정부 예산안을 사실상 최종적으로 증액·삭감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계수조정은 정부 예산안에 대한 예결위 분과별 심의 결과를 모아 내년 예산의 총 세입과 세출이 맞는지 따지는 절차다. 이 과정이 처리되지 않으면 예결위 전체회의는 물론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한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의원 가운데는 2선으로 국민의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황주홍 의원(강진·보성·고흥·장흥)이 계수조정소위 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2018년 광주·전남지역의 예산을 살펴보면 광주시의 경우 229건에 1조7천803억원이 반영됐다. 이는 2017년 정부예산안 1조7천664억원보다 139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신규사업은 43건 768억원, 계속사업은 186건 1조7천35억원이 반영됐다. ‘복지예산을 늘리고 SOC 예산은 줄인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광주시의 사회복지와 생태환경분야 예산이 46건 1조2천383억원으로 가장 많이 반영됐다. 반면 SOC시설 등 사회적기반 확충 분야 예산은 35건 2천6억원으로 올해 36건 3천675억원보다 1천670억원 가량 줄었다. 전남도는 남해안철도 건설 등 주요 SOC사업과 미래 신성장사업을 비롯한 현안사업 769건에 5조5천33억원이 반영됐다. 내년 정부예산 반영액은 올해 반영액보다 892억(1.6%)이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등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비는 건의액 1조8천800억원 중 절반이 깎여 9천500억원(50.5%)만 반영됐다. 호남고속철과 남해안 철도사업 등 주요 4개 사업예산 요구액만으로는 72.3%가 삭감됐다. 이는 정부가 내년 SOC 관련 예산을 20%나 대폭 삭감하면서 광주·전남 SOC 예산에도 이같은 기조가 반영돼 관련 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예정계획표

광주·전남의 유일한 여당의원인 2선의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담양·장성·영광·함평)은 예결특위 위원은 아니지만 지역예산 확보에 팔을 걷어 붙였다. 이 의원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으면서 지역여건을 고려한 각종 SOC 사업을 정부안에 반영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민주당 제4정조위원장으로서 호남지역 예산홀대론에 적극 대응하며 당정협의 등을 통해 지역발전에 불요불급한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데 앞장섰다. 특히 이 의원은 막판 계수조정소위 과정에서 광주·전남지역 예산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점검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광주시와 전남도 등 각 지자체들과도 충분히 협의할 방침이다. 예결특위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은 “결산 심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10월 국감 이후 바로 예산심사에 들어가게 돼 현행 국회 예결산 심사 기간과 절차에 문제가 많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지난 12일 결산심사를 정부 예산안 확정 전에 완료하고, 결산심사 결과를 예산안 심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도 발의 했다.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예정계획표

완벽한 예산이란 있을 수 없겠지만 준비된 예산은 있을 수 있다면서 준비된 예산은 철저한 결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다. 결산심사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이 목적에 맞게 편성되었는지, 그리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예산은 없는지 꼼꼼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나라의 근간인 농업 예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남 예산의 증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고 강조했다.



초선인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SOC예산 삭감과 농업예산 동결, 해양예산 삭감 등 호남의 국가미래성장 동력 예산을 삭감하는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강력히 대처 하겠다”고 예산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나주혁신산단과 광주 광산업, 전남 생명산업, 전라선 복구 사업,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조기완공 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도 전남이 쌀값폭락과 AI, 달걀사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농어업분야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첫 예산안 심의를 한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도 호남 예결위 위원으로서 “특히 타 지역에 비교해 현저히 삭감된 SOC예산에 대한 문제와 에너지밸리 구축사업, 나주역사 증축 등의 예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SOC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수도권과 영남과 같은 출발선상에서 판단할 수 없지만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예산 심의과정에서 반영된 예산보다 얼마나 많은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지 관심거리다. 자신의 지역구만 챙긴다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역을 위한 예산싸움은 지역민들에게 호감을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