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꽃,풀,화초] 인내의 꽃말 맥문동



요즘 한반도가 예사롭지 않다. ‘자극’적이지만 분명 ‘절제’가 필요한 시대 상황이다. 북한이 핵실험에 이은 미사일 발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지난여름 내 무더위와 폭염도 우리를 성가시게 했지만 북한 역시 끊임없이 민심을 이반하며 피곤함을 더해준다. 이런 힘든 상황속에서도 온 여름 내 유유자적했던 화려한 보라색 물결이 유독 찬란했던 이유는 보라색인 맥문동 꽃이 지닌 인내라는 꽃말 때문이다.







오장의 맥(脈) 살린다는 특성과 함께



억척의 생명력이라는 별칭



겸손, 흑진주, 기쁨의 연속 등 꽃말 통해 친숙



심장 보하고 폐 맑게 하며 강장, 진해, 거담제, 강심제로 사용



탕,환제, 산제로 복용…무, 마늘, 파, 오이풀 함께 복용 금물







글·사진 마미자 칼럼니스트







뿌리를 약으로 사용하는 맥문동







맥문동(snake’s-beard)은 알꽃맥문동, 넓은잎맥문동이 있다. 단자엽식물로 백합과(Liliaceae)에 속하며 학명은 Liriope platyphylla F. T. Wang et T. Tang 이다. 그중 우리말로 ‘겨우살이풀’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겨울을 이기고 다시 피는 것에 대한 것이고, 영문명으로 ‘뱀까끄라기’(snake’s beard)라는 것은 화초의 특성상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뱀의 습성을 비견해서 가리킨 것이다. 고려시대 의약서인 ‘향약구급방’에는 동사이(冬沙伊)라고 기록돼 있는데 겨울에도 잎이 푸르기 때문이다. 본초명으로는 맥동(麥冬), 맥문(麥門), 우여량(禹餘粮), 촌맥동(寸麥冬) 등 다양하다. 주로 뿌리를 약으로 사용하며, 마른뿌리는 차(茶)로 마시기도 한다. 이제 찬바람이 더해가는 늦가을 검푸르게 윤이 나는 둥근 장과가 달리며 껍질이 벗겨진 후 자줏빛이 도는 까만 씨가 노출된다. 그늘에서도 무리지어 잘 자라며, 가물어도, 추워도 잘 견딘다. 동의보감에는 ‘겨우사리불휘’라고 적었고, 중국은 부추를 닮았다는 뜻으로 오구, 마구, 우구라고 했다. 돌계단 주변에 많이 심는 이유로 계전초(階前草), 불사의 영약이란 의미로 문동불사초, 불사초라고도 했다. 알뿌리의 모양이 보리알과 비슷하여 맥문동(麥門冬)이라 했다는 것과 보리처럼 추위를 잘 견뎌내는 것을 닮았다고 해서 명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잎은 부추와 비슷하지만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파란 녹색을 유지하는 보리를 닮은 맥문동(麥門冬)은 ‘인내(忍耐)’, ‘겸손(謙遜)’, ‘흑진주’(黑眞珠)‘, ‘기쁨의 연속’ 등의 꽃말도 가지고 있다. 덩어리처럼 뭉친 덩이뿌리를 말려 만든 반투명의 연한 황색 덩이뿌리를 대엽맥문동(大葉麥門冬)이라고 하며, 탕, 환제, 산제로 만들어 복용한다. 술을 담글 때는 쌀뜨물에 하루를 담가 두었다 부드러워진 후 사용한다고 명기 돼 있다. 복용 중에는 무, 마늘, 파, 오이풀을 금한다는 것 또한 명심하기 바란다. 적용증상 및 효능으로는 단연 감기에 좋은 것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으며, 산모가 아이를 낳고 젖이 잘 안 나올 때 차로 다려 마시면 탁월하다. 한방에서는 성질이 약간 차며 맛은 달고 독이 없으며 심장을 보하고 폐를 맑게 한다하여 강장, 진해, 거담제, 강심제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구갈, 기관지염과 신장염, 인건구조, 자궁발육부전, 피부노화방지, 해열, 허약체질, 호흡곤란, 흉부답답을 해소하는데도 유용하다.



큰 나무들 주변에 보이는 보랏빛 맥문동







보통 조경 전문가들은 소나무 주변에 식재하여 관상용이 되도록 했으나, 요즘 굵고 큰 나무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보라색의 꽃으로 광주에서는 8월이 되면 광주 북구 문흥동 청소년 수련관내 맥문동숲길이 유명하다. 전국적으로는 성주 성밖 숲, 상주 청소년수련원 앞이 알려져 있으며, 나주산림조합 메타세쿼이아 길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곧 다가올 추운 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단연 초록 잎을 그대로 간직하며 그 위용을 자랑하는 화초로 겨울에 특히 강하다. 그래서 붙여진 꽃말 중에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인내’ 다. 기침, 가래, 해열 등의 약효는 단연 돋보이는 효능이며, 폐결핵과 만성이 된 기관지염과 인후염 등에도 약효가 있다. 맥문동(麥門冬)은 특히, 열과 조(燥)를 잘 다스리며, 오장의 맥(脈) 살린다는 특성과 함께 억척의 생명력이라는 별칭도 있다. 지금은 맥문동의 보랏빛이 퇴색하는 9월 중순이다. 이제는 맥문동과 이파리가 닮아있는 상사화 ‘꽃무릇(석산)’이 천지를 붉게 물들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보랏빛이 붉은색에게 계절의 주인자리를 내놓는 시기다.







진시황의 불사초 맥문동







아…. 그렇게도 찬란하게 빛나던 보랏빛 맥문동이 퇴색하며 안녕을 고한다. 그렇지만 푸른색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고 추운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 양 올곧게 바람 속을 서있다. 어수선하지만 어지간만 하면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맥문동은 친숙하고 익숙해진 꽃이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섭섭함…. 그러나 맥문동은 불사의 영약이란 의미로 문동불사초, 불사초라고 불리우며 쉽게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 같다. 맥문동은 여전히 무성한 잎들을 자랑하고 있다. 꽃이 진 후 열매들이 푸른 구슬처럼 꽃자루에 소복하게 맺혔다가 가을이 지나면서 검은색으로 알알이 맺힌다. 검정 흑구슬이 겨울 눈밭 위를 자리잡고 있는 모습도 신기하다. 약재는 뿌리와 줄기 부분을 사용하며, 2년 이상 자란 맥문동을 꽃이 피기 전 3-4월에 캔다. 알뿌리의 씨알이 제법 굵고 수북한 수염뿌리 끝에 매달린 흰색의 알뿌리를 채취하면 된다. 진시황은 부추 잎과 비슷하게 생긴 풀잎을 물고 온 새를 본 후 당시 방술에 능했던 귀곡자(鬼谷子)가 이것은 불사초의 잎이며, 풀잎으로 덮어두면 죽은 사람이 사흘 안에 살아난다는 말에 현혹되어 불사초로 믿었다는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