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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40) 흥타령

거문고 ‘청’에 풍류를 싣고

2017년 10월 13일(금) 08:51
어느 봄날에도 가끔 코스모스가 피어 반가운 미소를 짓게 하지만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 코스모스가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길가에서 분홍색과 하얀색 사이의 색깔 변천사처럼 다양한 색을 구성하며 한들한들 춤을 추는 계절이다. 이 계절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미소를 선사하는 코스모스가 나는 반갑다. 이 꽃의 느낌이 과하지 않은 소녀 같은 느낌이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누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은 이미 소멸되었으나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고 코스모스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을 다시 꺼낼 수 있게 해 더 좋은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1930년대 서울 지역의 식물상 목록에 나와 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해방 이후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꽃이란다. 그 해방 이후 지금까지 가을을 장식하는 대표 꽃으로 코스모스를 떠올리지만 사실 이 꽃이 자리하기 전에 가을을 대표하는 것은 ‘국화’였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학교나 공공기관 등의 입구에는 국화 화분이 양쪽으로 놓였다. 향기 그윽한 국화꽃은 노래 속에도 풍류 넘치게 자리하고 있다. 남도의 대표 민요인 ‘흥타령’ 가사를 들여다보면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희야 거문고 청 쳐라 밤새도록 놀아 보리라...” 이런 내용이 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것을 나누는 자리가 얼마나 흥겨운 자리일지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거문고를 전공한 나로서는 거문고 ‘청’이라는 가사에 방점이 찍힌다.

거문고라는 악기는 줄이 6줄이 있는데 줄을 고를 때 6줄 가운데 맨 바깥 줄부터 세 줄의 음(音)을 같은 음으로 맞춘다.(맨 바깥 줄과 바로 위의 두 줄과의 음높이는 다르지만)

그리고 연주자들이 모여 앉아 다 같이 음을 맞출 때도 거문고 ‘청’을 맨 처음 치면서 음을 맞추게 되는데 이 때 이 세 줄 가운데 중간 줄을 ‘술대’로 튕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경우 음악을 하자고 이야기 할 때 ‘청’을 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니 거문고의 ‘청’은 풍류 자리의 시작을 알린다고 하겠다.

이렇게 풍류를 아는 음악이 바로 ‘흥타령’인 것이다. 충청도 천안삼거리의 ‘흥타령’과는 다른 선율의 농익음이 있는 남도의 ‘흥타령’이다. 풍류를 좀 아는 남도의 ‘흥타령’은 ‘아이고 대고 어허 흥- 성화가 났네 헤-’라는 후렴구에서 ‘흥타령’이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한다. 사람살이가 다 그렇겠지만 인연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회상이 담긴 가사가 느린 장단과 더불어 추임새를 넣게 한다.

소리꾼들이 돌아가며 독창으로 부르는 가사에 담긴 철학이 또 대단하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저것이 다 꿈이로다 / 꿈 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련만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 깨려는 꿈 꿈을 깨어서 무엇하리”

이 가사는 장자의 호접몽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닌지 싶다. 우리의 인생사를 담은 이런 노래들에서 가을 풍류를 더해보면 어떨까?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요즘, 함께 국화꽃을 이야기 하고 두 손 안에 온기를 넣은 차 한 잔 기울이며 풍류를 나눌 사람이 그리운 날이다.
/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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