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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그 넓고 깊은 숲(41) 배뱅이굿

가을이 되면…

2017년 10월 20일(금) 00:00
봄에 뿌린 씨를 거두는 가을, 분주해진다. 농부는 아니지만 나는 봄과 가을에 몸도 마음도 무척 바쁘다. 방송국은 봄과 가을에 개편을 하기 때문이다. 이 개편이라는 것에 무엇인가 변화를 줘 방송을 듣는 분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전달하고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지식을 얹어 전달할 수 있을지의 고민의 흔적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햇살이 온순하게 내리고 바람 속에 차가운 온기가 실려 오는 이 가을, 이은관 명창이 생각이 난다. 꽤 오래전 낙엽이 지는 가을 그 때도 국악방송은 개편을 하게 되었고 명인명창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 신설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첫 편을 개편 전 사전 제작을 해야 하였다.

이은관 명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나는 아흔을 훌쩍 넘긴 이 분을 모시고 그 분의 추억의 장소 여기저기를 다니며 촬영을 하고 녹음을 하였다. 녹음만 하면 모르겠으나 영상촬영까지 하니 같은 모습도 방향을 달리해 가며 반복해 찍어야 했다. 이은관 명창은 그런 과정 속에서 한 번도 싫은 표정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도움이 되고자 노력을 하셨다. 젊은 날부터 방송을 많이 하셔서인지 방송의 속성을 잘 알고 계셨고 어떤 자세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알고 방송제작에 감각적으로 임하셨다. 처음 그분의 댁을 방문 했을 때 집 앞 계단에 앉아 손톱을 깎고 계신 모습을 보고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 같았는데 댁으로 들어가니 이은관 명창의 젊은 날 사진이 걸려있다. 잘 생긴 영화배우의 사진같다. 남들은 다 잊었어도 화려했던 그리고 호기로웠을 이은관 명창의 젊은 날을 그 사진은 기억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분을 모시고 욕심을 냈던 방송장이 나는 그분의 댁을 출발해 서울 종로의 국악로를 거쳐 임진각으로 향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방송 촬영을 하시는 것에만 만족을 했던지 고령임을 잊었던 것이었다. 시장하시다고 조심스럽게 의사표현을 하셨고 임진각으로 가는 어느 음식점에 들러 식사를 하는데 이은관 명창 숟가락을 든 손이 바들바들... 마음이 아팠다. 다시 임진각으로 출발한 우리들은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바람을 적은 리본을 가지 못할 그 길 끝에 걸며 또 한 장면을 찍고 이야기를 담았다. "어머니 보고 싶어요..." 젊은 날 소리를 하겠다고 집을 나왔고 남쪽으로 내려와 평생 소리를 했던 분이다. 그리고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알 수는 없지만 무시도 많이 당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찾으려 했던 소리인생을 찾아 평생을 살아오신 분인 것 같았다. 요즘도 대중가수에게 대표 노래만 하나 있어도 오래 기억되는데 이은관 명창은 "배뱅이 굿"으로 대표되는 분이다. "배뱅이 굿"은 어렵게 얻은 딸아이 배뱅이가 처녀가 되었을 때 집안에 들어온 상좌 중에게 마음을 뺏앗겨 상사병으로 세상을 달리하게 되었고 그 배뱅이를 위해 부모가 굿을 해주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 굿에 가짜 무당이 꾀를 내어 진짜 무당인양 하며 돈을 가지고 떠나가는데 그래도 가짜 무당으로 배뱅이와 안타까운 이별을 했던 그 부모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 것 같다는 것에 나는 '배뱅이 굿'이 감정적으로 마음이 가는 노래이다. "왔구나 왔소이다 배뱅이가 왔소이다" 곧 눈물이 왈칵 쏟아질 듯 노래하는 이은관 명창. 이제는 노래로만 남았지만 노래는 삶을 담아내고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다. 임진각에서 방송제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오래간만에 나왔네. 좋았어, 여행온 것 같아"라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그나마 방송제작 때문에 나왔는데도 좋으셨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은관 명창은 그 후 몇 달 뒤 돌아가셨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 그 노랫소리와 명창의 모습이 가을바람과 함께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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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광주국악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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