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대학가 일부 식당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편법으로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등 현금거래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용카드 결제거부 신고가 들어와도 대부분 계도 차원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애궂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22일 낮 12시 광주 북구 용봉동 대학가 한 식당. 점심 시간에 맞춰 학생들이 하나 둘씩 식당으로 모여들어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식당은 프랜차이즈 업소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음식을 먹고 나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얼굴을 붉히며 식당을 나온다고 한다.

식당 주인이 카드 결제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현금이 없다며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는 학생과 계좌 이체를 유도하는 식당 주인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인근 대학에 다니는 김 모씨(24)는 "음식값을 카드로 결제하려 했지만 식당 주인은 신용카드단말기가 없으니 현금을 주라며 배짱을 부렸다"고 말했다.

김 씨의 거듭된 요청에 식당 주인은 "계좌 이체를 해달라. 요즘 휴대폰으로 다 할 수 있지 않냐"며 꼼수를 부렸다.

이에도 김 씨가 현금 결제를 거부하자, 식당 주인은 주방 안 서랍에서 숨겨둔 신용카드단말기를 꺼내왔다.

김 씨는 "대학가 일부 식당들이 현금 결제를 노골적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실랑이가 자주 일어난다"며 "특히 이런 식당들은 부모님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큰 불편함을 준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현금 결제를 종용하는 식당은 대학가 근처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아예 가격표에 현금가와 카드 결제금액을 함께 기재해 상대적 저렴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곳도 다수였다.

대학가 주변 식당들이 현금결제를 강요하면서 학생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고 있지만 세무당국이나 관계기관의 지도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신고를 하더라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업주들이 배짱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가맹점 가운데 신용카드 거래거절로 1회 경고를 받은 곳은 58곳, 2회 경고를 받은 곳은 4곳이지만 카드 가맹이 해지된 곳은 없었다. 결제 거부 신고가 들어오면 각 카드사로 이첩해 카드사가 직접 해당 사실을 직접 조사하기 때문에 대부분 계도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세청 또한 신고·포상제를 운용해 가맹점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적발이 되더라도 가벼운 벌금만 물리기 때문에 단속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신용카드 결제거부에 대해 별다른 제재권한 없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박 모씨(44)는 "식당들이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이윤이 적어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고 있다"며 "단속 기관의 적극적인 행정력 집행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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