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20대 국회 국정감사







‘적폐청산’과 ‘신.원조 적폐청산’



민생뒷전...과거만 따지는 ‘한심한 국회’



여야간 정쟁의 장 변질 ‘복사판 국정감사’ 비난



의원들 기회의 장(場) ... ‘ 우수 의원‘선정 관심



정권 교체 후 첫 번째인 국정감사는 여야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



여당은 적폐청산을 위한 국감이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를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 개개인에 있어서도 국감은 더없는 기회의 장(場)_이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부각시킬 기회가 없었던 의원으로서는 국감을 통해 스타의원으로 뜨면 전국적 인물로 부상하면서 당의 이미지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최근 국회의 정책기능이 강화되면서 국감은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초선의원 입장에서는 국감은 정계와 지역민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어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시민단체나 개별 정당에서 주는 ’국감 우수 의원‘도 국감을 준비하는 의원 입장에서는 기회이자 부담이다.



국감을 앞두고 ’피자 배달부‘로 변신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진이 관심을 끌었다. 안대표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당소속 의원실 보좌진과 비서진들에게 피자110여판을 전달하며 격려하고 마주친 당 소속 의원들에게는 “이번 국감에서 스타 되세요”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광주.전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국정감사 총력전에 돌입하며 존재감을 나타내는데 부심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정부와 민주당을 견제하는 동시에 자유한국당과도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 소속의원들의 활약여부가 관심거리다.



이번 국감은 16개 상임위원회에서 701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국정감사 의미와 변천 과정



2017년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감으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한창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기회 회기 중의 법정 기간 동안,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상임위원회별로 법정된 기관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다. 현재 국정감사는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국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시작일 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시행하는데 본회의 의결에 의해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한다.







제헌헌법 부터 제3공화국 까지는 헌법상에서 의회의 국정감사권을 규정하고 일반감사와 특별감사를 구분하였다. 국정전반에 걸쳐 의원 전원이 참여하여 동일한 기간에 시행하는 것이 일반 감사 이고, 국정의 특별한 부문에 한하여 국회법상 특별위원회가 행하는 것을 특별감사라고 한다.



제4공화국때 국정감사권이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가 제5공화국 헌법에서 특정한 국정사안에 관해서 조사할 수 있는 국정조사권(國政調査權)으로 변경되었고,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으로 부활되서 이어져오고 있다.



◆정치공방의 장(場)으로 변질된 국감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는 역대정부와 다른 감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컸지만 초반부터 여야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복사판 국정감사’라는 비난이 거세다.



국감은 삼권분립에 입각해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수행 전반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자리다. 더욱이 지금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에서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비상 상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미국발 통상 압력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경제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번 국감만은 국익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보다 성숙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했으나 기대가 여지없이 빗나가며 실망감만 더해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적폐청산을 국감 기조로 정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쟁점 현안은 제쳐놓은 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정책을 ‘원조적폐’, 문재인 정부의 안보ㆍ인사 무능을 ‘신적폐’로 규정하며 맞불을 놓았다. 격렬한 정쟁의 예고이니,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고성과 막말이 난무한다.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는 국감 시작부터 과거 정권 대리전 양상으로 파행이 잇따랐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여전했다. 야당은 묻지 마 증인 신청과 무더기 자료제출 요구,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아니면 말고 식‘의 한탕주의 폭로, 막말과 호통, 삿대질 등의 구태도 버젓이 재연됐다.



유신헌법으로 폐지됐다 1987년 개헌으로 부활된 국정감사를 여야가 지금처럼 나라의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방 흠집 내기에 골몰 한다면 굳이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는 소모적 정쟁을 당장 중단하고 생산적 정책감사로 복귀해야 한다. 차제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연 1회 국감을 없애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상임위 별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여는 상시 국감제도를 정착시키는데 여야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전남지역 의원들 쟁점 부각 하며 맹활약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지역현안은 물론 사회적 이슈와 국가적인 문제를 심도있게 지적하며 대안제시 등 모범을 보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민의당 박주선(광주 동남을) 부의장은 3선의 중진답게 원내 제3당의 위치에서 여당과 제1야당을 동시에 견제하면서 정부정책에 균형있는 모습을 보였다. 박 부의장은 외교부 국감에서 “미국과는 ‘퍼주기 외교’ 일본과는 ‘방치 외교’ 중국과는 ‘피보기 외교’ 러시아와는 ‘신기루 외교’를 하고 있다”는 말로 문재인 정부의 주변 4국 외교를 평가하기도 했다.



박 부의장은 “야당은 반대와 비난을 위한 국감, 여당은 정부 비호를 위한 국감만을 하면서 국민의 알아야 할 부분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여야가 특정 사안에 대해 다소 견해가 다를 수는 있지만, 국민을 위한 국감을 해야 한다”고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



장병완(광주 동남갑)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무리한 자료 요청과 의사진행 발언으로 국정감사 증인이 과도하게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의원들의 갑질행위에 일침을 놓았다. 장 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지난해 국감에서는 증인들을 대기시킨 채로 2시간이나 감사가 지연된 적도 있다”며 “국감을 국민 눈높이에서 무리 없게 원칙적으로 하자”고 강조하며 의원들의 일방적 진행방식에 제동을 걸고나서 눈길을 끌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은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K-2전차 파워팩 국산화 지연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천정배(광주 서을)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에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도록 의료비 절감과 혼합진료 금지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이어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른 보험급여 확대가 초래할 의료이용량 증가 가능성을 감안하여 불필요한 의료이용 서비스 절감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경환(광주 북을)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감사에서 “교통안전공단이 올해 신규로 출시된 105개 차종 가운데 제작 결함 조사를 한 차종은 17개, 자동차 안전도 평가를 실시한 차종은 11개에 불과 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또 장애인 콜택시에 대한 시험평가 에서 휠체어 안전장치가 부적절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이를 숨기려 했다는 점을 폭로하기도 했다.



송기석(광주 서갑)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한글 교육 보급 확대를 위해 지난 2012년 출범한 국외 한국어 문화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이 중국에만 23개가 지정돼 있는 등 일부 국가 편중이 심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송 의원은 또 지난 2006년 건조된 씨뮤즈호를 비롯한 아시아 최대 해양유물 발굴인양선 누리안호 등 수중문화재 발굴 선박이 잦은 고장과 정비 등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 관심을 끌었다.







광주.전남 유일한 여당의원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의원은 GM(유전자변형) 작물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질타하며 각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협의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주승용(여수을)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광주.전남지역이 소외되고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했다. 주 의원은 지난 17일 교통안전체험센터 호남권 신규 건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주 의원은 “교통안전체험센터가 전국에 화성(수도권), 상주(영남) 단 2곳 있는데, 전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해남·완도·진도)의원은 국감 첫날인 지난 12일 ‘국민의당 오늘의 국감우수의원’ 으로 선정됐다. 윤 의원은 지난 12일 세종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국토교통부 현안에 대해 세밀한 분석과 새 정부의 주택 정책 및 정규직 전환 문제의 허실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후분양제결단을 촉구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우선 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하는 아파트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후분양제는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의 공약이다.



정인화(광양.곡성.구례)의원은 화석연료 대체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에 탁월한 목재펠릿이 정작 수입산 비중만 높고 국산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인 정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목재펠릿 공급의 96%는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으며 국산목재펠릿의 비율은 매우 저조해 최근 5년간 평균 공급 비율은 5.8%에 불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용주(여수 갑)의원은 지난 13일 대법원에 대한 국감에서 박근혜 정부가 주도했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 물었고 블랙리스트 문건이 저장된 컴퓨터가 비치돼 있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 대한 현장검증을 제의 했다.



박지원(목포) 의원도 “대통령 훈령 318호, 국가위기관리지침 불법 조작 사건에 대해서 청와대가 고발하고 생색 낼 사안이 아니라 법제업무를 총괄하는 법제처장이 고발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김외숙 법제처장에게 질의를 하며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준영(영암.무안.신안) 의원은 지난 13일 국세청 국정감사장에서 “비영리 공익법인의 설립취지는 좋지만 부를 편법으로 세습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기업의 멤버들만 혜택을 보는 공익법인의 운영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감이 끝나면 시민단체나 언론, 의원들의 소속정당에서 우수국감의원을 선정한다. 올해는 어떤 의원들이 뽑히게 될지 관심거리지만 지난해만도 300명의원 가운데 절반이상이 우수국감의원으로 선정되면서 지역구 홍보용 ‘셀프상’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셀프 국감 우수상’이 오히려 국감의 질을 끌어내린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래도 의원들 입장에서는 상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어서 올해도 이같은 무더기 수상논란은 여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