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소통하는 세상] 김명화 동화작가의 그림이야기







마법과 유머와 힐링까지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







어린 시절 알사탕 살며시 녹여 먹었던 아름다운 추억 되살려



사물, 동물과 대화를 연결하는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 돋보여







글 김명화 책 백희나 『알사탕』







어린 시절에 “알사탕을 깨서 먹으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는 오빠의 하얀 거짓말에 알사탕을 사르르 녹여서 먹었다. 2017년에 발표된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은 그 기억을 꺼내준 그림책이다.



그림책 첫 장을 넘기면 나뭇잎이 한잎 두잎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날, 공원에 아이들이 없다. 작은 아이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뭇잎이 휘날리는 공원을 쓸쓸하게 걸어간다. “나는 혼자 논다.” 첫 문장을 보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최근 혼자 노는 아이가 그림책에 많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림책의 주인공 동동이는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 혼자서 구슬치기를 하며 논다. 예전 어린이들은 여러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 골목에서 놀았다. 그런데 요즈음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다. 도대체 아이들은 어디로 다 가버린 것일까?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날, 강아지와 함께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는 아이, 놀아줄 친구가 없어서 외톨이가 된 동동이라는 아이다. 친구에게 “같이 놀자” 라는 용기가 없어 혼자 놀이가 편한 동동이는 구슬치기를 하며 논다. 동동이는 구슬이 필요해 문방구에 들어선다. 그런데 구슬과 비슷한 것을 찾았는데 문방구 할아버지가 맛있는 알사탕이라고 한다. 동동이는 알사탕 여섯 개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동동이가 알사탕을 입에 넣고 달콤함을 느끼는 순간, 누군가 동동이에게 말을 건다. 첫 번째 동동이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소파다. 두 번째 사탕을 먹었을 때 강아지가 이야기를 건넨다. 사물, 동물과 대화를 연결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 더 놀라운 것은 사탕 색깔과 대화를 하는 사물, 동물무늬가 같다는 것이다. 강아지와 하루 종일 놀아 할일을 못한 동동이는 아빠의 잔소리가 그림책 한 페이지에 가득 찼다. 아빠의 잔소리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아빠를 생각하며 사탕을 먹었는데 “사랑해 동동아” 라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미안한 동동이는 아빠를 안아준다. 네 번째 사탕을 먹어본다. 분홍색 사탕이다. 그런데 이번 사탕은 아무리 빨아 먹어도 말이 없다. 사탕 안에 풍선껌이 들어 있다. 풍선껌을 불자 “동동아 잘 지내지.” 돌아가신 할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동이는 할머니를 그리울 때마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 껌을 식탁 아래 붙여놓는다.



동동이는 아껴둔 마지막 사탕을 먹어본다. 창밖에서 안녕, 안녕…. 붉게 물든 나뭇잎이 동동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밖으로 나온 동동이는 붉게 물든 나무들 사이에 있는 친구를 발견한다. 동동이는 마지막 투명 구슬을 먹어본다. 구슬일까? 사탕일까? 이번 사탕은 아무리 빨아 먹어도 소리가 없다 투명한 알사탕을 보며 동동이는 드디어 용기를 낸다. “나랑 같이 놀래.” 하며 친구에게 다가가는 동동이를 보며 가슴이 먹먹하다. 붉은 나뭇잎이 휘날리는 가을날, 눈시울이 붉어지며 “동동아, 잘했어.” 응원해준다.



알사탕 그림책은 어린 시절 알사탕을 살며시 녹여 먹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불러주는 그림책이다. 알아리 알아리 알사탕은 요즈음 어린이들은 잘 먹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껌을 씹은 다음 나중에 먹으려고 책상 밑에 많이 붙여 두었다. 그만큼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을 요즈음 아이들은 알 수 있을까?



그림책 속에 엄마는 부재중이다. 그림만으로 혼자 있는 아이의 느낌을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이 그림책 주인공 동동이는 친구와 잘 사귀지 못하는 아이다. 구슬이라는 전통적인 장난감을 매개체로 하여금 친구에게 용기를 내보게 하는 그림책 작가의 문학적 장치도 대단하다.



백희나 작가는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불어 넣어 주며, 잊고 살았던 추억을 불러 일으켜 “그땐 그랬지” 하며 웃음을 안겨 준다. 이번에는 ‘알사탕’으로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 누구나 받고 싶었던 종합선물 과자세트처럼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바람 불어 쓸쓸한 가을날,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며 마음이 따스하게 다가오는 ‘알사탕’ 그림책을 만나보자. 어디선가 “아무개야, 나랑 같이 놀자”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