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GDP(국내총생산)는 죄가 없다 |
| 2017년 11월 14일(화) 00:00 |
최근 한국은행이 금년 3분기 GDP증가율(경제성장률)을 전기대비 1.4%로 발표하였다. 예상보다 높게 성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GDP는 경제상황을 숫자로 명료하게 나타냄에 따라 경제에 대한 '큰 그림(big picture)'이라고도 한다. 새로운 GDP 수치가 나올 때마다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오늘날의 GDP(국내총생산)라는 통계는 세계경제역사상 가장 큰 충격이었던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반성의 산물이었다. 당시에 주가, 철강 생산량 등 단편적인 통계는 있었지만 국민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폭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었고 위기로부터 빨리 헤쳐 나올 수도 없었다. 이렇게 역사에 등장한 GDP 통계는 케인즈라는 걸출한 경제학자를 만나 국민경제 운영의 중심지표로서 이론적인 토대가 더해지면서 가장 중요한 경제통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경제정책의 수립과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GDP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중의 하나로 치켜세웠다.
GDP 통계 이해부족 아쉬움
GDP 통계는 환경변화에 맞추어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국제적인 통계작성 기준이 1953년에 UN을 중심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 1968년, 1993년, 2008년 세 차례에 거쳐 보다 체계화하고 국제화, 금융혁신, ICT 발달 등을 반영하여 생산, 투자의 개념을 확대하였다. 현재도 디지털, 공유경제 등을 포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다. 경제주체들이 경제상황을 보다 정확하고 바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유효성을 높여온 것이다.
하지만 GDP 통계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 삶의 지표로서 부적합하고 경제정책이 GDP를 늘리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GDP는 주부의 가사노동, 카풀 등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은 활동은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환경오염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행위와 무관하며 삶을 풍성하게 하는 여가의 많고 적음도 반영하지 않는다. 마약거래, 도박 등 법률을 위반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활동이 GDP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GDP는 총량지표로서 소득분배나 빈부격차를 알려주지도 못한다. 이른바 '평균의 함정'으로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총량지표만으로 경제상황을 판단할 경우 오류가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GDP는 본래 자본, 노동, 지식 등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용돼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을 수요하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러므로 생산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가(또는 나쁜 가)나 수요에 있어서 위법인지,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그리고 주관적인 만족감, 행복수준보다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을 계량화한 것이다. 또한 GDP는 단순한 집계치가 아니다. 기초자료 가공 등 고도의 통계방법, 경제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지식 등이 GDP 통계 편제를 위해 중요한 이유이다.
불신 보단 활용하는 노력필요
통계는 현상을 담아내는 공기(公器)이다. 인터넷에서 '통계'의 높은 연관어가 '거짓말'이라는 것은 남용과 오용의 위험을 반증한다. 모든 것을 대표하는 지고지순(至高至純)의 통계는 그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다는 말도 있다. 빛처럼 나타내고자 하는 색만 반사하여야지 모두를 흡수하면 검정색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작성 목적에 부합해야 하는 통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GDP 통계에 대한 문제 제기의 대부분은 이해부족이나 너무 높은 가치를 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GDP 통계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술과 사회의 발전에 따라 새로 등장한 최종생산물을 빨리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태어난 지 80년에 이른 GDP 통계에 대한 과도한 불신보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최 규 권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
오늘날의 GDP(국내총생산)라는 통계는 세계경제역사상 가장 큰 충격이었던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반성의 산물이었다. 당시에 주가, 철강 생산량 등 단편적인 통계는 있었지만 국민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폭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었고 위기로부터 빨리 헤쳐 나올 수도 없었다. 이렇게 역사에 등장한 GDP 통계는 케인즈라는 걸출한 경제학자를 만나 국민경제 운영의 중심지표로서 이론적인 토대가 더해지면서 가장 중요한 경제통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경제정책의 수립과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GDP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중의 하나로 치켜세웠다.
GDP 통계 이해부족 아쉬움
GDP 통계는 환경변화에 맞추어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국제적인 통계작성 기준이 1953년에 UN을 중심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 1968년, 1993년, 2008년 세 차례에 거쳐 보다 체계화하고 국제화, 금융혁신, ICT 발달 등을 반영하여 생산, 투자의 개념을 확대하였다. 현재도 디지털, 공유경제 등을 포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다. 경제주체들이 경제상황을 보다 정확하고 바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유효성을 높여온 것이다.
하지만 GDP 통계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 삶의 지표로서 부적합하고 경제정책이 GDP를 늘리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GDP는 주부의 가사노동, 카풀 등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은 활동은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환경오염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행위와 무관하며 삶을 풍성하게 하는 여가의 많고 적음도 반영하지 않는다. 마약거래, 도박 등 법률을 위반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활동이 GDP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GDP는 총량지표로서 소득분배나 빈부격차를 알려주지도 못한다. 이른바 '평균의 함정'으로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총량지표만으로 경제상황을 판단할 경우 오류가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GDP는 본래 자본, 노동, 지식 등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용돼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을 수요하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러므로 생산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가(또는 나쁜 가)나 수요에 있어서 위법인지,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는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그리고 주관적인 만족감, 행복수준보다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을 계량화한 것이다. 또한 GDP는 단순한 집계치가 아니다. 기초자료 가공 등 고도의 통계방법, 경제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지식 등이 GDP 통계 편제를 위해 중요한 이유이다.
불신 보단 활용하는 노력필요
통계는 현상을 담아내는 공기(公器)이다. 인터넷에서 '통계'의 높은 연관어가 '거짓말'이라는 것은 남용과 오용의 위험을 반증한다. 모든 것을 대표하는 지고지순(至高至純)의 통계는 그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다는 말도 있다. 빛처럼 나타내고자 하는 색만 반사하여야지 모두를 흡수하면 검정색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작성 목적에 부합해야 하는 통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GDP 통계에 대한 문제 제기의 대부분은 이해부족이나 너무 높은 가치를 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물론 GDP 통계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술과 사회의 발전에 따라 새로 등장한 최종생산물을 빨리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태어난 지 80년에 이른 GDP 통계에 대한 과도한 불신보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최 규 권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