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형사물 영화 포스터 같은 표지가 눈에 띈다.

'형사 김복준'은 연쇄살인범을 잡고 싶어 무당을 찾아가 점괘를 받는 시골 형사, 비리에 연루된 동료 형사를 향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일침을 놓는 베테랑 형사 등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현실 속 형사 얘기를 담았다.

저자 김복준은 미제로 남긴 살인 사건 때문에 자신을 '실패한 형사'라 부르지만 책 속에 나오는 저자는 정의롭고 따뜻하며 외로운 형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저자는 불법과 부조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범법자들을 합법적으로 응징하고자 1982년 경찰이 됐다. 법을 위반한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냉혈한' 형사로 살았다. 그 덕에 '악질 형사', '쌍심줄'과 같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을 뿐, 범인 검거 후 교도소에 송치하는 날이면 늘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소주잔을 기울이곤 했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32년 동안 사건 현장을 누빈 저자의 삶은 녹록치 만은 않았다.

조직 폭력배 두목과 다리 밑으로 떨어진 순간과 미군 부대에서 벌어진 희한한 술 절도 사건, 눈 덮인 산 정상에서 시신을 엎고 내려온 사건 등 저자의 형사 생활은 유독 피비린내 나는 사건들이 많았다.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베테랑의 황정민, 범죄도시의 마동석은 유머러스함을 가진 실력파 형사로 대중들에게 인식돼있다. 저자 또한 추운 겨울 번데기 장수에게 리어카를 빌려 잠복근무를 서기도 하고 유서로 진짜 범인이 있는 곳을 찾아내기도 하는 등 실력과 재미를 겸비했다.

이처럼 '형사 김복준'에는 일가족 살인사건과 폭발물 등의 무거운 사건부터 경찰생활을 하며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결합돼 있어 다양한 재미를 준다.

대부분 사건을 해결하며 느낀 저자의 생각 위주로 담겨 있어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뒤쪽으로 갈수록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서술해 그동안의 갈증을 해결해준다.

1막이 형사로서의 김복준을 얘기했다면, 2막에서는 은퇴 후 방송을 하고 60세 생일을 맞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등 인생 제2막을 연 '인간 김복준'을 보여준다.

'경찰청 사람들' 출연과 TV가 재산목록이던 시절은 그간의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며, 꾸밈없는 간결한 문체는 지난 32년간의 희노애락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저자 김복준은 "범인을 잡는 형사나 범행을 저지른 범인들이나 결국 남는 것은 사람에 대한 기억이라 사건 현장에서 느꼈던 특별한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마음이 그리 가볍지는 않았다"며 "'세상에 이런 삶들도 존재하고 있구나' 하면서 넓은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이상. 28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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