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째손자가 우리 집에 처음으로 왔다. 출생한지 7개월 만에 온 것이다.

서울에 있는 아들 내외는 맞벌이부부다.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을 마치고 직장 복귀해야하는데 둘째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못 구했다고 5개월 정도만 봐주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5개월 정도만 키워 주라고 하는데 당연히 키워야한다는 생각에 좋다고 흔쾌히 대답했다.

아이 도착 일주일 전부터 아이관련 택배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기저귀, 분유, 물티슈, 아기세제 등. 아이가 도착하는 날은 큰 이삿짐과 함께 많은 부수적인 것들이 함께 왔다. 웬 게 이렇게 많을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필자가 아이를 낳고, 키우던 시절 생각이 떠올랐다. 첫아이를 1981년에 낳았고 둘째를 82년도에 연년생으로 낳았다. 그때 당시 구호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다. 당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아이를 셋 가지고 싶었지만 그때는 셋째는 의료보험혜택도 주지 않았으며 미개인 취급하기가 일쑤여서 둘만 낳기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분만휴가는 1개월이었다. 1983년도 우리나라 분만율은 2.0이하로 떨어지고 있었지만 둔감했고 무료 피임수술을 중단한 시기가 1989년이라고 하니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육아용품들도 필요하지 않았다. 풍족한 물질이 가져다주는 편의성 대신에, 여기에 드는 비용따라 커질 것이다. 그래도 자식들을 잘 키우기 위한 것이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다.

아들 부부에게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은 무엇부터 이루어져야하냐"고 물었다. 아들 부부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라고 한다.

그 첫째가, 육아휴직이다. 육아휴직은 의무이면서도, 이에 따른 복무규정은 미미하다. 남성 육아휴직은 웬만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인구정책은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국가로 출산율 증가를 위한 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결국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여기에 간과하지 못할 것은 만혼으로 인한 임산부와 출생아의 건강문제다. 산모들과 출생아의 건강을 위해 중요한 부분은 산전 관리다.

저출산 현상의 지속으로 인해 출산력 제고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산전관리에 필요한 일부 비용을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국가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정책적으로는 산모 특성별 차별화된 맞춤형 표준산전관리 서비스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

끝으로 청년 일자리나 주택문제 해결을 통해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를 넓혀가고 남편도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족친화적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절실하다고 하겠다.





/채 임 순 광주시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 / 광주시조산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