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일 작가

"지난 5년간 마릴린 먼로의 시선으로 바라 본 한국전쟁을 원고지 7,000장에 담아냈습니다."

1950~1953년 사이에 일어난 한국전쟁을 소재로 수많은 책이 출간됐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이었으며, 깊은 한으로 남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눈물부터 훔치기에 바빴다. 그러나 저자 전경일 작가는 '마릴린과 두 남자'를 통해 한국전쟁을 제3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주인공 하워드는 라이프지 종군기자로 총 3번의 전쟁에 참전했다. 하워드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 깊은 정신적 내상을 받고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한편, 같은 사진 아카데미 칼은 헐리웃에서 배우지망생의 나체사진을 찍던 도중 마릴린 먼로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한국 전쟁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만, 전쟁을 바라보는 사진에 대한 다른 신념과 이념적 대립을 겪고, 칼은 전쟁의 참상을 폭로하는 사진과 기사를 송고하다 연행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 후 행방이 묘연해진 칼은 50년 후 옥수수 밭을 경작하는 하워드 앞에 유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하워드는 칼과 마릴린 먼로를 떠올리며 그의 유해를 만나고자 한국으로 날아가 한국전쟁에 관한 모든 진실을 드러낸다.

이처럼 주인공들의 이름은 하워드, 칼, 마릴린 먼로와 같이 외국인이다. 이 책은 마릴린 먼로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전쟁의 참상을 전쟁 정전 65주년에 맞춰 집필했다.

한국전쟁은 외국의 이해관계 반영을 위해 일어난 전쟁으로 보다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성적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평화를 노력하지 않으면 제4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며, 오래 꿈꿔온 인류평화를 한반도에서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마릴린 먼로인가. 마릴린 먼로는 한국전쟁 직후, 한국에 들러 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을 위한 위문 공연을 펼쳤다. 당시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피폐한 모습의 한국은 세계적인 스타의 방문으로 들썩거렸고, 향수병에 걸린 미군들 또한 마릴린 먼로를 격하게 반기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당시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마릴린 먼로는 위문 공연을 끝낸 후 다시 일본으로 가 여행을 마저 즐겼다.

이처럼 그간의 출판 및 미출판 자료, 참전군인 수기 및 회고록, 다수의 논문과 사진, 생존자 증언 등을 참고해 1950년대의 한국, 미국, 일본의 시대 상황과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해낸다.

냉전의 최절정기에 사랑하는 두 남녀의 사랑과 배신, 질투와 이해,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양심을 위주로 탄탄한 구성력을 갖췄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한국전쟁 소설이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고도 그간 우리는 무엇을 사유하지 못했는지 현재 격동의 한반도 정국에서 심대한 성찰의 계기를 던진다.

저자는 "호남지역은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근현대의 아픔을 겪은 곳이다"며 "민주화를 이끌어 낸 정치적으로 뛰어난 도시인만큼 호남지역에서 꼭 읽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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