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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행복에 대하여 (6)
2018년 01월 25일(목) 17:54
장자(BC369~BC289?)가 죽은 아내의 관을 앞에 두고 쟁반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다 그를 힐난하는 혜자에게 '아내가 막 죽었을 때 어찌 나도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삶의 시초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명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았으니 인간이란 단지 무에서 나온 것 아니겠으며, 본래 형체도 없었으니 무형에서 나온 것 아니겠는가.

또 형체를 이루는 기도 본래 없었네. 혼돈 사이에 섞여 있다 변하여 기가 생기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생기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생기고 지금 또 그 생명이 변하여 죽음이 되었네. 삶이란 것이 곧 춘하추동의 사계와 같이 흘러가는 것 아니겠나. 이제 아내가 천하라는 큰 집에 누워 쉬려고 하는데 내가 큰 소리를 내며 울어댄다면 그것은 천명을 깨닫지 못한 행동이 되는 거지. 그래서 우는 것을 멈췄네'(장자 외편, 2012, 홍신문화사, 293면)라고 말한다.

에피쿠로스와 황제, 그리고 장자 모두에게 죽음 이후에는 어떤 세계도 없고 의식도 없으니 죽음은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니었다. 세 사람의 죽음에 대한 입장을 조금 더 확장하면 죽음은 심지어 인간에게 현실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로 인식될 수도 있다.

신(神) 존재에 대한 부정과 유물론 철학으로 K. 마르크스(1818~1883)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 루트비히 포이어바흐(1804~1872)가 '죽음이란 우리에게서 삶과 함께 선하고 미적이고 즐거운 느낌이나 의식을 박탈한다는 의미에서 물론 나쁜 것이지만 지각이나 의식을 박탈하면서 모든 해악, 고통, 통증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것이기도 하다'(강대석 옮김, 루트비히 포이어바흐,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 2006, 한길사, 400면)라고 말하고, '장자'의 우화에서 해골이 장자에게 '죽음의 세계에서는 위로 군주가 없고 아래로는 신하도 없으며 또한 사계절도 없어 그냥 온 천지가 봄·가을이라 생각하면 되지. 많은 신하를 거느린 왕의 즐거움이라 할지라도 이 죽음의 세계의 즐거움 보다는 못하지'(장자 외편, 2012, 홍신문화사, 298면)라고 말한 것처럼.

그렇다면 에피쿠로스는 신도 죽음 이후 세계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신 존재는 인정했다. 그러나 신이 인간사에 관여할 일은 없다고 봤다.

신은 고도로 이지적인 쾌락주의자일 것이기 때문에 인간사를 통치하는 것과 같은 골치 아픈 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니체가 말한 '신에게도 지옥이 있으니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라'(Friedrich Nietzsche, Translated by R. J. Hollingdale, Thus spoke Zarathustra, 2003, Penguin Classics, p114)라는 문구를 떠올릴 때, 에피쿠로스의 인간사에 대한 신의 불간섭 주장은 상당히 타당하다.

결국 신은 존재하긴 하지만 자신의 완전한 축복된 삶을 누리는 데 관심이 있을 뿐 인간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신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에피쿠로스의 신에 대한 입장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가장 큰 일인 죽음과 신에 대한 두려움이 에피쿠로스 철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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