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선수들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사이 어느덧 후반을 향하고 있다. 개막식을 가진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일이 지난 것이다. 공식적으론 아직 1주일여가 남아 있지만 대한민국과 평창으로 쏠려 있던 세계인의 시선도 몇일 지나면 시들해질 것이다.

이번 올림픽엔 총 92개국 3천여명의 선수들이 15개 종목에 걸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키우는데 이만한 행사가 없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은 우리에게 환희 못지 않는 많은 숙제들을 남길 전망이다. 남북관계의 진전, 국론분열 봉합, 미 보호무역주의 파고 대처, 6.13지방선거와 개헌 문제가 대표적이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성사된 남북 단일팀 구성과 김여정·김영남 등 북 고위급 인사 방한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위중한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의 조짐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김여정 부부장의 문 대통령 평양 초청 김정은 서신은 일대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에 놓여 있었던 터라 충격적이었다.



중차대한 한반도 정세 완화



그렇지만 이는 남북한 정권 차원의 화해 무드이지 북-미간, 혹은 비핵화와 관련된 정세의 변화로 보긴 힘들다. 오히려 주변에는 남북관계 급진전을 불편해하는 냉소적 시각도 엄연하다. '평창 이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간 갈등 구도 해소도 숙제다. 이미 올림픽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남북 선수단의 한반도기 공동 입장, 여자 남북단일팀 구성 등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여야의 대결 구도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아니 갈등양상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것이 아닐 터인데 답답하다.

갈등의 원인은 정부·여당 탓이 1차적이지만 야당인 한국당의 넉넉치 못한 태도도 마뜩찮다. 하지만 지난 설 연휴 민심이 말해주듯 분명한 점은 국민들이 이같은 갈등에 찬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이나 야당 모두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6.13지방선거 준비도 급박하다. 채 넉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 선거구 획정조차 되지 않아 입후보자들이 어느곳에서 선거를 치러야 할지 운동장조차 확정되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안타까운 우리나라 선거의 반복되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지방선거 동시개헌은 더욱 오리무중이다.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려면 적어도 3월 중순까진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 개헌안 발의, 공고, 국회 의결 등 법적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개헌은 지난 대선 당시 여야 모두 국민들에게 공개 약속한 공약이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빠져 헌법개정안 조차 합의 발의를 못한다면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는 격이다. 여야가 지금부터라도 개헌 논의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평창 이후 또 하나의 큰 숙제는 경제이다. 엊그제 미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조'를 내세워 한국산 철강에 53%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태세다. 현실화될 경우, 그 피해액이 수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니 숨이 막힌다. 경기의 체감 심리가 내려 앉고 있는 점이나 저소득층 가계의 근로소득 증가율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양극화가 심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걸린다. 정부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지역·정파간 갈등 해소 필수



지역민들의 6·13지방선거 각오도 중요하다. 올 지방선거는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 처음 실시된다. 특히 우리 지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탄생한 정권인 만큼, 이를 지역 발전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량있는 인물을 잘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올림픽 경기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다. 이젠 설 연휴도 끝나고 평창 올림픽도 종점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물론 우리 스스로 올림픽 이후 숙제들을 세심하게 점검,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시간이다.